▲미켈란젤로 <피에타>와 <다비드>로마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에 있는 <피에타>와 피렌체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있는 <다비드>
임명옥
여행을 마치고 공항으로 간 우리는 헤어지기 전 점심을 먹으며 지난 밤 즐거웠던 시간을 반추했다. 성장한 후 각각 결혼을 하고 남동생들은 외국에 나가 살게 되었는데 3년 전 셋째를 하늘나라에 보내고 4남매가 되어 우리는 여행지에서 만났다.
여행지 숙소에서도 둘씩 방을 썼기에 넷이 한 방을 쓴 적이 없는데 이번 한인민박에서는 침대 4개가 놓여 있는 가족실에서 지내보자 했다. 어린 시절 이후 40년 만에 함께 자면서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엄격함이 지나쳐 독단적이고 일방적이었던 아버지의 훈육 방침 때문에 상처받았던 일들, 소극적이고 움츠리며 살았던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를 이제 지천명인 남동생들은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나는 같이 웃고 떠들면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팠다. 억압적인 집안 분위기 때문에 동생들이 외국생활을 하게 된 게 아닐까. 나도 그 상처를 피하려고 공부한다는 핑계로 일찍 집을 나왔던 게 아닐까.
우리는 어린 시절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같이 여행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 경험하지 못했던 소통과 공감을 나누기 위해, 이제는 세상을 떠난 부모님을 함께 추억하고 그리워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