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보트를 타고 있는 김민수
김민수
- 불법조업 장면을 몰래 찍으면서 엄청 조마조마했을 것 같아요. 힘들게 찍은 장면을 제보하고 그것이 다큐로 TV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어땠나요.
"되게 많이 긴장했어요. 위험한 일이었기에 각오를 하고 있었고, 저는 제가 감옥에 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그것이 정의로운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 사람들이 나를 고발하면 그냥 감옥에 가지 뭐'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나의 경험이라고 다짐하면서요. 그런데 TV에서 방영되었는데도 정작 그 사람들은 그런 다큐가 나왔는지도 몰라요. 당사자인 회사도 모르고.
그냥 바다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 몇 명만 알고 있더라고요. 죽어가는 바다 생명체들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해 출연했지만, 결과적으로 여파가 크지 않았던 것 같아요."
- 다큐에서는 제보자인 민수님이 모자이크 처리된 채 나오던데 지금은 어디까지 밝힐 수 있는 건가요?
"지금은 회사도 그만뒀어요. 저는 제보한 사람이 저라는 걸 밝히고 싶어요. 다큐가 나갔어도 너무 여파가 없고, 아무런 변화도 없는 것 같아 속상해요."
- 이번 인터뷰를 시작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바다에서 일어나는 불법적인 조업 상황에 대해 증언할 기회를 마련하면 좋겠네요. 바다 생명체들에 대해서 더 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요?
"음... 미안한 마음입니다. 제주 바다만 보더라도 해양 쓰레기가 엄청 많이 밀려오고 있거든요. 거북이들이 낚싯줄을 먹고 폐사하고, 돌고래들이 지금도 그물에 걸려서 힘들어하고 있잖아요. 제가 가진 모든 힘을 써서라도 도와주고 싶어요. "
- 다큐에 나오는 한 장면이 떠오르네요. 몇 년 전에 본 <씨스피라시>란 다큐도 생각나고요. 큰 물고기가 바다 위 떠 다니는 하얀 비닐봉지를 오징어인 줄 알고 그대로 꿀꺽 삼키는데, 너무 끔찍했어요.
"바다의 수많은 쓰레기들이 어선을 통해 흘러나오는 거니까. 제가 그 상황을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힘을 가진 누군가가 저를 잘 이용해서 알리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다큐에 출연한 거예요.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던 것 같아요. "
- 파장이 없는 것 같다고 너무 실망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민수님 제보로 알려진 상황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가질 겁니다. 민수님 같은 젊은 나이에 자기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고, 또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고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 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바다 관련한 영화나 책 추천할 게 있나요?
"<동부태평양어장 가는 길(최희철 저)>이라는 책이 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 저자가 먼저 하셨고 문제점을 정확히 알려주신 분이더라고요. 그 책을 많이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
- 특별한 경험을 가진 민수님을 만난 거, 소중한 기회라 생각합니다. 원양어선에서의 삶에 대해, 조업 과정에서의 불법 상황을 증언해 주신 용기 있는 행동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바다 환경에 더 관심을 갖게 될 것 같아요. 귀한 시간 내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렇게 인터뷰는 끝났지만, 이런 상황을 알리려는 활동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김민수님은 오는 9월 24일(화) 오후 3시, 뉴스타파 함께센터(서울 충무로)에서 열리는 '2024 해양시민과학포럼'의 발표자 중 한 명으로 참석해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입니다(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녹색연합, 인천녹색연합, 황해물범시민사업단 공동주최). 민수님이 들려줄 이야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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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생태, 평화, 인권에 관심을 갖고 활동해 왔으며 현재 제주에 살고 있다. 섬과 뭍을 오가며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잇는데 시간을 보내는 삶을 만끽하는 중. '홍시'라는 별칭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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