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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홍수 잦은 천변에 야구장? 대전시만 아는 '몰래 공사'

관할 유성구청도, 주민도 모르게 20여일째 공사... 관계자 "좋은 일이라 문제 없을 줄 알았다"

등록 2024.08.23 10:36수정 2024.08.2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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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전시가 지난 7월부터 갑천 둔치(유성구 봉산동)에 바닥 토목공사가 진행 중이다. 갑천 '사회인 야구장 조성사업'이었다. 인조잔디를 두께 20~45mm로 9110제곱미터(약2760평)를 깐다는 내용이다. 하천변에 야구장을 만들고, 그라운드 전체를 인조잔디로 덮는 공사다. 예산은 7억8000만 원에 이른다.

대전시가 지난 7월부터 갑천 둔치(유성구 봉산동)에 바닥 토목공사가 진행 중이다. 갑천 '사회인 야구장 조성사업'이었다. 인조잔디를 두께 20~45mm로 9110제곱미터(약2760평)를 깐다는 내용이다. 하천변에 야구장을 만들고, 그라운드 전체를 인조잔디로 덮는 공사다. 예산은 7억8000만 원에 이른다. ⓒ 심규상


대전광역시 갑천 둔치에 관할 구청인 유성구청도, 해당 지역 주민자치위원들도 모르게 '인조잔디 야구장 조성 공사'가 20여 일째 진행되고 있어 논란이다.

인조잔디 야구장 조성은 이장우 대전시장이 지난 지방선거 때 사회인 야구인 육성을 위해 지역 야구동우회 및 협회에 한 약속이다. 그런데 부지 선정이 여의치 않자 무리하게 공사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매년 홍수 때마다 침수가 반복돼 예산 낭비와 미세플라스틱 오염으로 인한 수질 환경 오염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나영준 구즉동주민자치위원은 최근 갑천 둔치(유성구 봉산동)를 둘러보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창 바닥 토목공사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인근에 서 있는 공사안내문을 보니 '갑천 사회인 야구장조성사업'이라고 적시돼 있었다.

인조잔디를 두께 20~45mm로 9110㎡(약2760평)를 까는 게 주요 공사다. 하천변에 야구장을 만들고, 그라운드 전체를 인조잔디로 덮는 공사다. 예산은 7억8000만 원에 이른다.

"홍수 때마다 침수되는 곳에 야구장?... 예산 낭비 사업 될 것이 뻔해"

a  대전시 갑천 둔치에 세워져 있는 '사회인 야구장 조성사업' 공사 개요 팻말.

대전시 갑천 둔치에 세워져 있는 '사회인 야구장 조성사업' 공사 개요 팻말. ⓒ 심규상


이곳은 평소 자연 풀밭과 농구장 간이시설이 있던 곳이다. 구즉동 및 봉산동 주민들과 구즉동주민자치 위원회가 수년 전부터 친환경 간이산책 길을 조성해달라고 요구해 온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요구와는 달리 인조잔디 야구장 공사를 벌인 것.

나영준 주민자치위원이 주민자치센터로 연락해 보니 주민자치센터에서도 인조잔디 야구장 조성 공사를 모르고 있었다. 관할 유성구청을 통해 확인하니 구청에서도 '금시초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확인 결과, 대전시가 벌인 공사인데 유성구청은 물론 지역주민자치위원회와도 사전 협의가 일절 없었다고 한다.


나 주민자치위원은 "관할구청도,주민자치위원회도 모르게 공사를 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해서는 안 되는 공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조잔디 구장을 만드는 곳은 갑천 둔치로 홍수 때마다 침수가 되는 곳"이라며 "침수가 되면 인조잔디가 진흙 범벅이 돼 흉물로 변한다. 누가 봐도 예산만 낭비하는 사업이 될 게 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인조잔디는 침수가 되지 않더라도 노후화가 빠르다. 각종 유해물질과 미세플라스틱의 오염원"이라며 "시민 혈세를 지역민과 한 마디 상의 없이 집행하는 게 말이 되느냐? 당장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세종 금강변의 경우 2017년 7월 천변에 인조잔디 야구장을 조성했지만, 지난 해 여름 홍수 때 침수가 발생해 폐허가 됐다.

대전시 관계자 "현장 다시 보고 주민 협의 후 불가피한 경우 공사 중단도 감안"

a  대전시가 진행 중인 갑천 '사회인 야구장 조성사업' 배치 계획 평면도. 하천변에 야구장을 만들고, 그라운드 전체를 인조잔디로 덮는 공사다. 예산은 7억8000만 원에 이른다.

대전시가 진행 중인 갑천 '사회인 야구장 조성사업' 배치 계획 평면도. 하천변에 야구장을 만들고, 그라운드 전체를 인조잔디로 덮는 공사다. 예산은 7억8000만 원에 이른다. ⓒ 심규상


a  22일에는 구즉동 주민들이 긴급회의를 열고 주민들과 협의나 동의 없이 벌이는 인조 잔디야구장 건립에 반대하기로 하고, 비상대책위(구즉동 갑천변 사회인야규장 건설반대 비상대책위)를 구성했다.

22일에는 구즉동 주민들이 긴급회의를 열고 주민들과 협의나 동의 없이 벌이는 인조 잔디야구장 건립에 반대하기로 하고, 비상대책위(구즉동 갑천변 사회인야규장 건설반대 비상대책위)를 구성했다. ⓒ 심규상


대전시가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주민과 일절 논의하지 않고 사실상 몰래 공사를 벌인 데 대해서도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이장우 대전시장이 지난선거 때 야구인동우회와 관련 협회 등에 야구장 20면 조성을 약속했는데, 부지선정이 쉽지 않고 해당 주민들이 반대 움직임을 보이자 반대 여론을 피하려고 몰래 공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사전 협의없이 공사를 시작한 데 대해 "체육시설을 확충하는 좋은 일이라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알았다"고 답했다. 침수가 예상되는 곳에 인조잔디 야구장을 건립하는 데 대해서는 "여건이 좋지 않지만 다른 지자체에서도 하천변에 조성하는 곳이 있고 홍수에도 쓸려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역주민들의 반대 목소리에 대해서는 "안 그래도 반대한다고 해 다음주 중 만나 방안을 찾아보려고 한다"면서 "현장을 다시 둘러 보고 주민들과 협의 후 불가피한 경우 공사 중단도 감안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22일에는 구즉동 주민들이 긴급회의를 열고 예산낭비, 주민들과 협의나 동의 없는 졸속 추진 등을 이유로 인조잔디 야구장 건립에 반대하기로 하고 비상대책위(구즉동 갑천변 사회인야구장 건설반대 비상대책위)를 구성했다. 또 반대서명운동도 시작했다. 반대 서명에는 구즉동 주민자치위원회 이주우 회장과 나영준 주민자치위원도 이름을 올렸다.
#대전시 #이장우대전시장 #봉산동 #인조잔디야구장 #구즉동주민자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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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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