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를 이용해 봉산 무장애숲길을 오르는 이원정 씨. (사진: 구산보건지소 제공)
은평시민신문
이원정씨는 태어날 때부터 휠체어를 사용했다. 휠체어를 이용해 어딘가를 가는 것은 늘 시선을 받아 불편했고, 이 때문에 집에 있는 것을 더 좋아했다. 가족여행으로 산을 갔던 경험이 있었는데 첫 번째는 설악산, 두 번째는 남산이었다. 두 번 모두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올랐지만, 관광지이다 보니 사람들의 시선을 견디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설악산과 남산을 다녀온 경험이 좋았다고 생각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해 가을과 올해 봄에는 은평구보건소 구산지소에서 봉산 무장애숲길을 방문할 기회가 생겨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동안 실내에서만 치료와 재활 프로그램을 받다가, 처음으로 실외에서 지소를 함께 이용하던 친구들과 보건지소 직원들과 함께 어딘가를 간다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고 한다.
이원정씨는 "예전에 갔던 산들은 모두 케이블카를 이용해 올랐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휠체어를 이용해 산을 올라봤어요. 한 번은 숭실고 방면으로, 다른 한 번은 수국사 쪽으로 올라갔죠. 수국사 쪽으로 올라갈 땐 잠시 절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저는 TV를 통해서만 절을 봤지, 제 눈으로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어요. 절에서 피우는 향도 처음 맡아봤는데 신기한 경험이었어요"라고 말했다.
이원정씨에게 봉산 무장애숲길을 이용해 산과 숲을 경험한 것은 특별한 일이었다. 은평구에 거주하는 휠체어 장애인이라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점이다. 이원정씨는 "저처럼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 지역을 떠나 멀리 어딘가에 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요. 먼 곳에 가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그 부담을 감당하기가 어렵죠. 그리고 은평구 안에서 장애인이 갈 만한 곳도 마땅치 않아요. 당장 큰 길의 인도만 해도 지나가기 어려운 곳이 많으니까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