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꺾정 - 중요한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
참여연대
거대 야당 주도로 성안된 법안의 국회 통과와 이에 대한 소수 정부(minority government)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또다시 야당 주도의 법안 통과와 대통령의 거부권 발동, 현재 한국은 급박한 정치, 경제 국면 속에서 마치 영화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처럼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무한반복의 정치적 교착상태(political deadlock)에 빠져 있다.
소수 정부 상황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교착 상태의 위험성은 30여 년 전 당시 정치 및 경제 불안의 총체적 난국에 빠진 신생 민주주의 국가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한 저명한 정치학자에 의해 주목받았다. 이 난국을 극복할, 다시 말해 이를 야기하는 정치적 교착 상태를 타개할 그의 처방은 이들 국가가 민주화 이행 과정에서 채택한 대통령제라는 정부 형태에 맞춰졌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대다수 선진 민주주의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의회제와는 달리,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은 소속 정당이 의회 과반 의석을 확보 못했더라도 독자적으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어서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소수 정부가 빈번하게 출현하게 되고, 이는 정국을 여야 간 극단적 정치적 대립 상황으로 몰고 간다는 것이다.
여소야대 상황에 놓인 사례 중에서 절반에 가까운 수의 대통령은, 대통령제에서 의회제로의 정부 형태(권력구조) 전환이라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처방책을 따르기보다 이와는 다른 실현 가능한 정치적 선택을 통해 난국을 헤쳐 나가려 했다. 그것은 여타 다른 정당과의 연합에 기반한 연립정부(coalition government) 구성이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연립정부를 구성했던 이들의 정치적 결정은 그들의 바람대로 소수 정부 상황보다 더 나은 정치·경제적 결실을 보았을까?
이에 대한 답변은 대통령제 국가에서 소수 정부와 연립정부의 거버넌스(governance) 수준을 비교·분석한 연구들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 연구 결과물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소수 정부가 아닌 연립정부를 구성했던 것이 훨씬 현명한 정치적 선택이었음을 실증적으로 검증해 준다.
세계은행(World Bank)이 여러 연구기관, 싱크탱크(think tank) 그리고 국제기구와 민간기업 전문가 대상의 설문조사를 활용하여 평가·측정한 각국 시민의 정치참여와 언론 및 표현의 자유 수준(참여와 책임성 지표) 그리고 공공서비스의 질 및 정부의 정책 수립과 이행 능력 수준(정부 효율성 지표) 등의 거버넌스 지표 비교는 이들 간의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 준다.
연립정부 사례의 평균 "참여와 책임성" 지표는 소수 정부 사례의 '0.04'보다 0.16이나 큰 '0.20'인 것으로 나타나며, 이는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미한 차이임을 확인해 준다. 정부의 정책 수립 및 집행 능력을 가늠하는 "정부 효율성" 지표에서 그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연립정부 사례의 평균 "정부 효율성" 지표는 '0.02'로 소수 정부 사례의 '-0.24'보다 0.26이나 크다. 소수 정부에 대한 연립정부의 우월성은 국정운영에 영향을 주는 정치·경제·사회적 요인들의 영향력을 통제한 상태에서 연립정부 효과를 분석한 패널 분석에 의해서도 재확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