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을 이해하게 만드는 문학의 힘을 읽었다"

군산 하제마을 팽팽문화제에서 만난 팔레스타인 작가의 소설... 다음 행사는 21일

등록 2024.09.10 16:22수정 2024.09.1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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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4일에 열린 제45회 팽팽문화제는 '팔레스타인 연대 평화장터'라는 부제가 붙었다. 매월 세 번째 혹은 네 번째 토요일마다 군산 하제마을의 팽나무 아래에 사람들이 모인다. 미군기지의 탄약고 확장으로 없어진 하제마을에 남은 팽나무를 지키기 위해서다. '팽팽60분'은 문화제가 시작하기 한 시간 전에 모여 짧은 글이나 시를 읽는 북클럽이다.


이번 팽팽60분에서 읽을 거리로 이스라엘의 사학자 일란 파페의 <팔레스타인 비극사-1948, 이스라엘의 탄생과 종족청소>(열린책들) 서문을 준비하다가, 급하게 가산 카나파니의 단편 <가자에서 온 편지>로 바꿨다.

a 하제마을 팽나무 제45회 팽팽문화제가 있는 날의 팽팽60분을 알리는 포스터가 원두막에 붙어있다.

하제마을 팽나무 제45회 팽팽문화제가 있는 날의 팽팽60분을 알리는 포스터가 원두막에 붙어있다. ⓒ 김규영


가산 카나파니(1936-1972). 팔레스타인 출신의 소설가인 그는 1948년 시리아로 이주, 그곳과 쿠웨이트에서 교사로 일하면서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의 대변인이자 주간지 편집인으로 활동했다. 모사드의 자동차 폭탄 테러로 사망한 사실을 통해 그의 글이 얼마나 절실하게 사람들에게 다가왔는지를 알 수 있다.

그의 책을 현재 구할 수가 없다. 도서관에는 <뜨거운 태양 아래서>(열림원) 한 권만 있었다.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 제 7권에도 <가자에서 온 편지>는 수록되어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언급한 <하이파에 돌아와서>를 구하기 어려웠다. 카나파니가 팔레스타인을 떠나게 된 시기이기도 한 1948년은 '제 1차 중동전쟁'이라고 불리지만, 일란 파페에 따르면 그것은 이스라엘이 만든 프레임에 불과하다.

영국이 물러나고 얼마 안되었을 때, 아니 그 전부터 유대인 민간군의 화력은 커졌고, (영국 호텔 테러 등을 일으키고) 1948년 3월에 이미 계획적으로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 기막힌 상황을 카나파니는 <하이파에 돌아와서>라는 짧은 중편에 잘 녹여냈다.

함께 읽고 토론하기 좋은 작품이지만 짧은 시간에 발췌보다는 원문을 읽는 것이 좋다는 판단 하에 <가자에서 온 편지>를 선택했고 <하이파에 돌아와서>의 본문 중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을 발췌해 나누었다.


a 가산 카나파니의 책 <아랍민중과 문학>, <뜨거운 태양 아래서>

가산 카나파니의 책 <아랍민중과 문학>, <뜨거운 태양 아래서> ⓒ 김규영


다음은 참여한 사람들의 소감이다. 각자 다른 관점으로 읽었으나, 팽나무 아래에 모인 우리의 현실을 보게 하여 인상적이니 함께 나눌 만하다.

A : "아직도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생각났다. 이 전쟁을 보도한 사진 하나가 기억난다. 외눈, 외팔, 외다리가 된 남자를 붙든 여자의 사진이었다. 이런 현실이 팔레스타인에서 오래 전부터 일어나고 있다. 작품에 나온 '나'의 편지를 받은 '친구', 그 떠나는 사람이 나 같다. 그리고 '나'와 함께 있는 가자 지구의 사람들이 여기 팽나무 아래에 모인 사람들 같다."


B : "모두 시작에 불과할 뿐이야"라는 '나'의 말이 박힌다. 작년에 본 가자 지구의 영화 <올리브 올리브>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팔레스타인이라는 폐허가 된 땅에서 떠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터전을 버리라는 말을 타인이 쉽게 할 수 없는 것이다. 상실감을 가지고, 어떻게 미래를 꿈꾸는, 예전과 전혀 다른 출구를 찾는다. 그것이 팽나무와 팽나무에서의 만남과 닮았다. 죽음 속에서 삶을 발견한다."

C : "보기 어려운 팔레스타인 소설을 보게 되어 좋다. 병상의 나디아 모습이 슬프고 묵직하다. 문학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따로 있다."

D : "마지막 부분의 "패배의 잔해에서"라는 말이 남는다. 세월호를 보고 나서, 이민가야 할까 고민했던 어느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식민지 체제에서의 우리가 어떠했을까. 600년 팽나무가 지키고 버틴 힘은 뿌리에 있다. 그것처럼 나는 이 땅의 진정한 해방을 위해, 어떻게든 떠나지 않겠다."

E : "늦게 와서 함께 못 읽었지만, 일란 파페의 서문을 살펴보았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이스라엘의 입장에 동조적인데 이곳에서는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알고 있는 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반갑다."

F : "우리 5천년 역사를 보자. BC108년에 단군조선이 멸망했다. 그 땅으로 돌아가겠다고 주장하는가? 아니다. 미국과 영국이 힘으로 밀어부친 작금의 세상에 종교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신이 그 배후에 있다 할 수 있지 않은가. 소소한 악과 거대한 악, 그 현상을 목도하는 비애가 있다."

G :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동정하면서도 '폭력은 나빠!'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가자에서 온 편지>에는 나디아의 다리를 보고, 교사의 길을 버리고 가자로 돌아가는 '나'의 모습이 있다. <하이파에 돌아와서>에서도 주인공 부부처럼 자기 집으로 돌아온 남자의 사연이 있다. 무장투쟁으로 사망했던 형의 사진이 이십 년 동안 그대로 걸려 있었다는 것에 감격하여 가지고 나오지만, 그 사진을 자신이 가질 수 없음을 깨닫고 먼 길을 되돌아가 돌려준다. 현실이 달라지지 않는 한, 사진 하나만 달랑 가져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무기를 들게 되고, 주인공 남자의 둘째 아들도 무장 투쟁에 임하게 될 것으로 소설은 암시한다. 싸우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하게 만드는 문학의 힘을 읽었다."

a 팽팽문화제 팔레스타인 연대를 주제로 한 45회 팽팽문화제에서 함께 읽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팽팽문화제 팔레스타인 연대를 주제로 한 45회 팽팽문화제에서 함께 읽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 박영길


팽팽문화제가 언제냐고 묻는 분들에게 세 번째 혹은 네 번째라고 말했지만, 사실 정확한 규칙이 있다. 세 번의 일요일이 지난 후의 첫 번째 토요일 오후다. 대개 3시에 진행한다.

장소는 하제마을 팽나무 아래이다. 주소는 군산시 옥서면 선연리 1238-8 이다. 9월에도 팽나무 아래에서 팽팽문화제와 팽팽60분을 만날 수 있다. 노래와 소금구이 그리고 연잎밤이 기다리고 있다고 하니 달력에 날짜를 표시해 봄이 어떠한가.

a 제46회 팽팽문화제 팽팽문화제가 2024년 9월 21일 열린다

제46회 팽팽문화제 팽팽문화제가 2024년 9월 21일 열린다 ⓒ 평화바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SNS에도 실립니다.
#카나파니 #가자에서온편지 #팔레스타인 #팽팽문화제 #팽팽6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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