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구름 목공 카페'의 선한 영향력

동석표 조이너의 이야기

등록 2024.09.15 15:30수정 2024.09.1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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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흰구름목공카페를 운영하는 동석표 대표. 충북 제천시 백운면 주민과 청소년에게 목공을 가르치며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다

흰구름목공카페를 운영하는 동석표 대표. 충북 제천시 백운면 주민과 청소년에게 목공을 가르치며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다 ⓒ 이보환


박달재로 유명한 충북 제천시 백운면에서 '나무 다루는 기술'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있다.


백운을 우리말로 풀어 쓴 '흰구름 목공 카페(대표 동석표)'.

동석표 대표는 카페를 운영하면서 목공작업실에서 일반인과 청소년 대상 목공 교실을 운영한다.

올해도 제천교육지원청과 연계해 마을학교 자치프로그램으로 아이들과 가구를 만들고 있다.

지난 상반기에는 백운초등학교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목공 수업을 했다. 소화기 사용법부터 공구 다루는 기술, 나무 다루기와 제작체험 등 모두 10여 차례 교육했다.

아이들은 수업 후반부 필통, 사물함, 독서대를 만든 데 이어 공동작업으로 스툴(등받이와 팔걸이가 없는 의자)까지 만들었다.


동 대표는 아이들과 각고의 노력 끝에 완성한 작품을 지난 8월 초 백운우체국, 백운면사무소, 백운성당에 기증했다. 당초 두개를 만들 계획이었으나 아이들이 투표를 통해 3곳을 선택해 더 제작할 수 밖에 없었다.

우체국 직원들은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면사무소에서는 비타민 음료를, 성당에서는 신부님이 금일봉을 쥐어주셨다.


우체국과 면사무소는 민원인들이 편하게 앉는 의자로, 백운성당은 신자들이 주보와 용품을 올려놓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동 대표는 올 하반기에는 백운중학교, 화당초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이 강좌를 계속할 생각이다.

"저희가 연간 40여 차례 학생 대상 수업을 진행하는데요.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아이들이 나무를 깎고 자르고 조립하는 일에 빠집니다. 아이들의 선한 웃음소리를 들을 때 가장 행복합니다."

동 대표는 원래 장애인복지관에서 심리치료사로 일하던 사람이었다. 벌써 20여 년전 일이다. 30대 초반이던 그는 대부분의 심리치료도구를 독일에서 수입하던 때 '롤브레트'라는 도구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고, 그게 목수 생활의 계기였다.

목재소와 철물점에서 재료를 구입, 직사각형 합판에 바퀴가 네 개 달린 도구를 만든 자기자신이 대견했다.

필요한 도구를 하나씩 장만하고 작업의 난도를 높이기 위해 공방을 찾아다니고 전문센터의 도움을 받다 보니 20년만에 전문가가 됐다.

수도권에서 생활하던 그는 배론성지를 다녀가는 길에 제천시 백운면을 알게 됐고 자녀가 모두 대학에 들어가자 아예 이사를 왔다.

"더 늦으면 '목수(Joiner)'를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백운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가구 만들고 커피 내린 지 벌써 8년의 시간이 지났네요. 저는 목수를 뜻하는 여러 단어 중에 'Joiner'로 불리길 바랍니다. 나무를 연결하고 사람을 연결하고, 세상을 연결하며 평화로운 사회를 소망합니다."

동 대표와 지인들은 지난해부터 '박달재 로컬마켓 박장'을 시작했다. 매달 셋째 주 토요일이면 마을 사람들이 자기가 잘하는 일을 장터에서 선보인다.

동 대표는 가구와 소품, 다른 이들은 직접 생산한 농산물, 퀼트 가방, 뜨개질 소품, 수제 막걸리, 화덕으로 빵, 떡볶이 등을 판매한다.

물 맑기로 유명한 덕동계곡, 유명 리조트, 캠핑장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백운의 인심을 전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3차례 열었고, 올해는 8월까지 다섯 번의 마켓을 진행했는데 오는 10월까지 계속할 계획이다.

동 대표는 "느리고 여유 있는 우리의 삶을 도시인들과 나누고 싶다"면서 "저는 오늘도 나뭇결을 만지고 대화하며 거스를 수 없는 순리를 배운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천단양뉴스(http://www.jdnews.kr)에 실립니다
#제천단양뉴스 #제천 #단양 #이보환 #흰구름목공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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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농업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언론-시민사회-의회가 함께 지역자치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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