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 안남면 종배리 한글교실 5명의 학생들.
월간 옥이네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안남면 종미리 종배마을회관으로 5명의 학생이 등교한다. 한 손엔 필기도구와 교과서, 받아쓰기 노트까지 가방에 빠뜨리는 법 없다. 이종석(80) 노인회장과 전금순(88), 손길자(82), 이종례(80), 김정희(74) 씨까지 평균연령 80.8세. 2023년 5월에 입학해 어느덧 학교에 다닌 지 1년이 훌쩍 넘었다. 다섯 명의 학생 모두 우등생이라는데... 행복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종미리 한글학교 현장에서 이들을 만나봤다.
여름방학이 너무 길었어요
한글학교를 찾은 8월 21일은 2주간의 여름방학을 뒤로한 개학일. 일찍부터 마을회관에 나와 책상에 앉아있는 다섯 명의 학생 모두 한껏 상기된 표정이다. 이들이 기다리는 이는 다름 아닌 한글학교의 유일한 교사 박미선(61)씨. 그가 곧 양손 가득 빵을 사 들고 교실로 들어선다.
"어머님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어디 아프신 곳은 없으시고?"
반가운 목소리에 더욱 왁자지껄해지는 교실이다. "아이고, 선생님이 간식을 사 들고 오시면 어떡햐." "가만 있어 봐. 자두를 좀 꺼내야지." "좀 먹고 시작하지요." 곧 교실 한가운데 푸짐한 간식 상이 펼쳐진다. 둘러앉아 간식을 먹는 이들의 대화 주제는 날씨와 농사. 또 방학 기간 중 새롭게 바뀐 교실의 풍경이다.
"글쎄, 회장님이 칠판이랑 선생님 단상 새로 갖다 두셨잖아요."
교실의 청일점인 이종석 노인회장이 더 나은 교실 환경을 위해 칠판을 새로 구매하고, 선생님이 올라서 칠판 판서를 할 수 있도록 단상을 만들어 온 것.
"선생님 판서할 때 위쪽은 손이 닿지 않으시더라구. 내가 방학 때 간단하게 단상을 만들어봤어요. 칠판이랑 보드마카, 지우개도 다 새것이에요. 이제 아주 말끔하게 닦일걸?"
교실을 둘러보며 깜짝 놀라는 박미선씨다. "어머나, 정말이네요. 나 눈물이 날 것 같네." 그의 말에 모두 또 한 번 웃는다.
예쁘게 깎은 연필로 또박또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