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학교병원
충북대병원
- 지역에 병원이 없다면, 큰 도시의 병원으로 가면 되지 않을까요?
의료 취약지 군 지역에서도 본인이 경제력이 있거나 자식들의 도움을 받으면 건강 문제가 생겼을 때 차 타고 인근 대도시 및 수도권 대형 병원에 다닙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이 더 많아요. 대부분 아주 고령에 혼자 사시는 분들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런 분들이 갑자기 몸이 안 좋아지면 119를 타거나 보건진료소 소장님이나 이장님 차를 타고 이동하기에 가까운 지역 병원에 갈 수밖에 없습니다.
최종 치료 기관까지는 아니더라도, 군 내에 만성 근골격 질환 일부, 간단한 수술 정도는 가능한 의료 기관이 있어 이러한 질환을 해결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지역이 너무 소멸하고 있으니 국가는 70개의 진료권당 하나라도 병원을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 혹자는 의료 수요 부족의 문제다, 이렇게 얘기하는데요. 그런 상황에서도 왜 병원이 필요할까요?
극단적인 예지만, 한국에도 낙도 혹은 시골에 분교가 있을 때 학생이 2명이어도 교사가 파견되거든요. 그거랑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해요. 수요 공급을 맞출 수 없는 지역은 이제 국가가 돈을 써야 합니다. 안전망의 큰 축인 건강 보건의료가 없어지면 붕괴가 더 가속해 그냥 지역이 없어지는 거죠.
지역 소멸이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는 거기 있는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포기하지 않고 또 우리가 강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또 살고 싶은 데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크잖아요.
- 어떻게 보면 거주권이라는 문제와도 연관이 있는 것 같네요. 내가 원하는 곳에서 살 권리 중 하나로 사회 안전망이 구축된 곳에서 살 권리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말했던 대로 군, 지역마다 주민들이 안심하고 갈 만한 병원이 필요합니다. 도립·국립 병원이 생기는 게 제일 좋은 방안이지만, 그러기 전에 지역 민간 병원들의 운영난을 어느 정도 해결해 줄 필요가 있어요. 요즘에는 지자체에서, 군 자체에서 병원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지방선거 때도 병원 설립, 종합병원 유치, 24시간 응급실 운영 이런 것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는 군수들이 많아졌습니다. 여러 군데서 병원이 폐업하는 것을 보고 그 불편한 점을 알기 때문에 지자체의 지원이 조금 는 것 같아요.
"지역 의사제 효과 좋아"
- 현 정부가 '계약형 지역 필수 의사제', 의과대학생 때 대학과 지자체가 계약해 장학금과 일자리를 지원받고 대신 지역에서 복무하도록 하는 정책을 내걸고 있습니다. 이에 반대해 지역 의사제, 즉 의대 정원 중 일부를 아예 지역 의사로 할당해 장학금을 주고, 공적으로 기르고, 졸업 후 10년 정도는 해당 지역에서 일하게 하는 제도가 필요한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매우 검증된 모델입니다. 의사들이 도시에 몰리고 시골 지역에는 없는 것이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 의대 정원 지역할당제(지역인재전형), 장학금, 의무 복무를 다 하는 것이 일부만 하는 것보다 가장 효과가 좋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일본은 2008년도부터 지역 의사제를 시작했는데 현재 80% 넘는 대학들이 참여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오키나와 류큐대 의과대학에서 지역 의사들이 100명 넘게 배출됐는데 유급 등 특별한 이유 외에는 장학금을 토해내고 중단한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 그러면 지역 의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