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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죽음의 백제문화제'를 멈춰야 한다고 외치는 이유

[천막 소식 158일-159일차] 박새들이 새 둥지를 트는 천막농성장... 이제 가을, 겨울을 준비한다

등록 2024.10.04 11:31수정 2024.10.0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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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금강은 여전히 힘차게 흐르고 있다

금강은 여전히 힘차게 흐르고 있다 ⓒ 임도훈


"까깍~ 까깍~"

세종보 한두리대교 밑 그라운드 골프장 공사가 부지런히 진행되는 와중에 까치 가족들이 떼를 지어 여기저기 날아다닌다. 골프장 잔디를 걷어낸 뒤 비가 내려서 한동안 공사를 중단했는데 이제 쌓아뒀던 폐기물을 걷어가는 모양이다. 때 아닌 소음에 까치들도 어수선한 하루일 듯하다.

야구장 옆 공터에 풀을 베어내면서 먹을 것들이 보였나 보다. 까치와 비둘기가 부지런히 왔다 갔다 하며 뭔가 쪼아댔는데, 오늘은 조용히 교각 위에서 포클레인의 움직임을 바라보기만 한다. 야구장은 내부를 싹 비우고 새로 봉을 세우는 모습이 보인다. 아마 이 봉들을 연결해 그물을 칠 모양인가 보다. 인부들이 하나씩 달라붙어 녹색 페인트를 칠하고 있다.

매년 큰 비로 물에 잠겼던 곳인데 또 예산을 들여 공사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착찹하다. 인간이 무한정 자연을 지배하고 다룰 수 있다는 생각은 기후위기에 직면하면서 서서히 깨지기 시작했다.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을 인정하고 그 흐름대로 살아가는 것이 순리인데, 아직도 그 순리를 깨버리려고 애쓰는 이들이 안타깝다.

물이 차야 좋아 보인다는 환상… 파괴될 환경은 나 몰라라

a  녹조가 가득한 금강에 황포돛배를 띄워둔 공주시

녹조가 가득한 금강에 황포돛배를 띄워둔 공주시 ⓒ 보철거시민행동


"제 임기 동안에는 백제문화제 기간 동안 공주보 담수를 할 수 밖에 없다."

지난 2일,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보철거시민행동) 활동가들과 공주참여연대가 함께 면담했을 때 최원철 공주시장이 한 말이다.


이날 면담은 최근 녹조밭이 된 백제문화제 현장 상황, 매년 약속을 어기고 진행되는 공주보 담수, 지난번 비로 유실된 시설들의 후속조치와 책임, 백제문화이음길에 대한 내용들을 묻고 공주보 개방을 요구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최원철 시장은 한 치도 물러나지 않았다. 축제를 위해선 물이 가득해야 하고, 그래야만 관광객도 많이 모을 수 있다는 주장으로 이해했다.

a  금빛모래가 가득한 공주 고마나루, 지금은 모두 물에 잠겨있다.

금빛모래가 가득한 공주 고마나루, 지금은 모두 물에 잠겨있다. ⓒ 박은영


매년 공주보 담수 이후 공주시가 자랑하는 명승지인 고마나루에 시궁찰 펄이 쌓이는 것에 대한 책임의식도 없는 듯했다. 담수 5일 만에 백제문화제 행사장인 금관 신관공원 앞에 시퍼렇게 핀 녹조로 인해 주민들의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도 보이지 않았다. 공주보 담수라는 인공적인 조치로 인해 펄이 쌓이고 녹조가 피고 있는데, 그 피해를 예방할 생각은 없이 조사 결과가 나오면 책임을 지겠다는 주장이었다.


또 활동가들이 공주시가 매년 축제 때마다 담수를 요구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환경부나 금강유역환경청에서 안 된다고 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식의 발언도 했다. 환경부가 운영해온 '금강 보 민관협의체'의 협의 내용, 즉 공주보를 개방한 채 백제문화제를 진행하는 협의 내용에 대해서도 최 시장은 '이전 정권에서 하던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a  물속으로 빠지는 백제문화이음길

물속으로 빠지는 백제문화이음길 ⓒ 보철거시민행동


또 공주시는 올해 65억 원(국비 26억)을 투입해 무령왕릉에서 정지산을 아우르는 약 1km의 미연결 구간에 달하는 둘레길을 조성하고 있는데, 금강과 맞닿은 일부 구간이 완공이 되기도 전에 최근에 내린 비와 공주보 담수로 수장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보철거시민행동은 너무 낮게 설치된 나무테크 산책로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지만, 수장이 된 상태에서 공사는 계속 강행되고 있다. 최 시장은 이에 대해 공주시가 잘못이 있음을 인정했지만 그 책임에 대해서는 제대로 언급하지 않았다(관련 기사 : "물에 잠기는 '예산낭비' 데크길... 공주보 닫지 마라").

고마나루의 시궁창 펄, 백제문화제 현장에 창궐한 녹조, 산책로 담수...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2일 경에 하루 반나절 내린 비로 백제문화제를 위해 1억여 원을 들여 만든 부교(배다리)도 떠내려갔다. 3년째 이어지는 연례 사건이고, 수억 원의 국민 예산이 공주보 담수로 인해 수장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최 시장에게 이 문제에 대한 납득할만한 대답을 듣지는 못 했다.

백제문화제 현장에서 대 시민 캠페인… 시민들은 듣고 있다

a 백제문화제 규탄 퍼포먼스 백제문화제 현장에서 대형현수막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백제문화제 규탄 퍼포먼스 백제문화제 현장에서 대형현수막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 보철거시민행동


보철거시민행동은 이렇듯 요지부동인 공주시를 규탄하는 현장 캠페인을 백제문화제 현장에서 진행하고 있다. 축제 시작 일부터 가두 선전전을 하고, 매일 저녁 방송차량을 돌리며 시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죽음의 백제문화제'를 멈춰야 한다고, 공주시민들이 축제를 위해 낭비하는 예산 문제를 직접 항의해 달라고, 공주시장에게 책임을 물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a  백제문화제 현장에서 대시민 캠페인 진행 중인 사진

백제문화제 현장에서 대시민 캠페인 진행 중인 사진 ⓒ 문성호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더러는 축제를 망친다고 욕지거리를 하는 이도 있었지만 "잘 하고 있다"면서 음료를 주고 간 이도 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잠시라도 이야기를 듣고 걸음을 옮기는 이들, 엄지 척을 해주는 이들도 많았다. 이 캠페인이 아니었어도 많은 시민들은 공주시의 행정에 대해 이미 듣고 있었고, 알고 있었던 것이다.

*'김병기의 환경새뜸' 현장 라이브 영상

a  새 둥지를 튼 박새들

새 둥지를 튼 박새들 ⓒ 임도훈


"삑~ 삑~"

박새가 한두리대교 구멍으로 돌아왔다. 새끼를 키우던 이전 박새들과는 달리, 깃이 아주 깨끗하고 예쁜 모습이 어쩌면 올해 태어나서 장성한 녀석인지 모르겠다. 때까치, 딱새, 참새도 깨끗이 단장한 모습 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고라니도 이제는 제법 근육이 자라서 늠름한 모습이다. 오래 머무니 아이들 커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 우리 옆에 있는 모래섬, 자갈섬, 수풀과 버드나무는 흐르는 금강이어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돌 줍는 아저씨가 돌을 뒤집는 모습, 교회 신자들이 와서 피정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강이 주는 이익을, 강을 파괴하며 얻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 없다. 흐르는 강에서 우리는 충분히 행복하고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제 세종보 천막은 가을을 지나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계절을 보낼수록 마음은 더욱 뜨겁고 단단해질 것이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 강을 포기할 수 없다.
#금강 #공주보 #세종보 #백제문화제 #백제문화이음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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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글쓰는 사람. 남편 포함 아들 셋 키우느라 목소리가 매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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