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사전 피체에도 민중은 "독립만세!" 외쳐

[오늘의 독립운동가 32] 10월 10일 타계한 박내영 지사

등록 2024.10.10 09:23수정 2024.10.1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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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박내영 지사, 박내영 지사 판결문

박내영 지사, 박내영 지사 판결문 ⓒ 국가보훈부


1960년 10월 10일 박내영(朴來英) 독립지사가 향년 87세로 세상을 떠났다. 경북 김천 증산면 유성리 351번지를 본적으로 둔 박 지사는 1873년 2월 25일 출생했다. 그는 1919년 기미독립만세운동에 적극 참여했다가 고문과 옥고를 치렀다.

독립기념관 독립운동인명사전은 박내영 지사가 "1919년 당시 47세의 나이"였다고 소개한다. 그는 기미독립만세운동이 한창 불타오르던 무렵 "경북 경주군 경주면 노서리(현 경주시 노서동)에 거주" 중이었고, "기독교 목사로서 경주 지역 만세운동 계획에 참여하였다."

박내영 지사는 1919년 당시 46세였나, 47세였나

독립운동인명사전의 소개문은 두 가지 사실을 알게 해준다. 1873년에 태어난 사람은 1919년이면 '우리 나이(세는 나이)'로 47세, '만 나이'로 46세이다. 인명사전은 박내영 지사가 47세였다고 한다. 2023년 이래 '만 나이'를 쓰도록 민법과 행정기본법이 개정되었으므로, 정부기관인 독립기념관의 '우리 나이' 사용은 그만큼 '우리 나이'가 한국사회에 익숙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다른 하나는, "경주 지역 만세운동 계획에 참여하였다"는 표현은 경주 지역 만세운동이 실현되지 못한 채 계획 단계에서 진압되었다는 뜻이다. 국가보훈부 독립유공자 공훈록에 따르면 "그(박내영 지사)는 경주에서 목사로 재직하고 있던 중 1919년 3월 13일 경주 장터의 만세운동을 주도하다가 사전 발각되어 붙잡혔다."

경주 만세운동시위를 준비하던 중 사전 피체

박내영 지사는 3월 9일 경북 경산군 고산면(현 대구시 수성구 사월동)의 기독교 목사 김기원으로부터 "어제(3월 8일) 대구에서 만세운동이 일어났다"라는 말을 들었다. 본래 항일의식이 두터웠던 박 지사는 자신이 담임하고 있는 경주 노동리교회를 중심으로 만세운동을 일으키기로 결심했다.


그는 교회의 지도자급 인물들인 윤기효·박문홍·김학봉·조기철 등과 협의, 3월 13일 경주읍내 장날에 거사하기로 결정했다. 3월 8일 대구 시위가 서문시장 장날에 맞춘 전례를 본받은 결정이었다. 그는 청년 신자들을 시켜 구체적 시위 준비에 들어갔다. 청년들은 3월 11일과 12일 두 차례 교회에서 모임을 갖고 선언서와 태극기를 인쇄하고 제작하였다.

독립선언문과 태극기를 준비한 교회 청년들


박문홍도 3월 12일 밤 자신의 집에서 김학봉·조기철·최수창·이승태 등과 함께 태극기 360여 장을 만들었다. 이들은 3월 13일 새벽 태극기를 여기저기 돌렸다. 해가 떠서 장터로 나올 때 들고 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사전 배포였다. 그런데 태극기 배포가 일제의 경계망에 포착되었다.·

경주경찰서에서는 즉각 기동대를 4개 부서로 나누어 만세 주동자들을 일망타진하였다. 박내영을 비롯한 지도부 인사들이 거사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사전 검속되면서 경주 읍내 장터 3월 13일 만세시위는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3월 13일 경주 만세시위는 불발되고 말았지만

그러나 민중은 포기하지 않았다. 만세운동 의지를 불태운 경주 시민들은 작은 장날인 3월 15일 기어이 시위를 벌였다. 지도부 공백이었지만 장터에 모인 사람들은 스스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행진했다. 장터로 향할 때 이미 박내영 등이 나눠준 태극기를 품에 감춘 채 나왔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수천 군중은 "대한독립만세!"를 부르짖었다.

박내영·박문홍·김학봉·조기철·최수창·이승태·김성길·김천근·전성필·최성렬 등 지도자들이 모두 사전에 일제 경찰에 끌려가고 없었지만 민중은 김수영의 '풀'처럼 "바람보다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위대함을 보였다.

국가보훈부 공훈록은 "그(박내영 지사)는 이 일로 1919년 6월 14일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청에서 소위 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10월을 받아 1년여의 옥고를 치렀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3월 12일에 구금되었으니 징역 10월을 합하면 실제 옥살이가 1년을 넘었다는 말이다. 2024년 10월 10일은 박 지사가 타계한 지 64주기가 되는 기일이다.
덧붙이는 글 국가 인정 독립유공자가 1만8천여 분 계시는데, 국가보훈부와 독립기념관의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소개하려면 1500년 이상 걸립니다. 한 달에 세 분씩 소개해도 500년 이상 걸립니다. 그래서 돌아가신 날, 의거일 등을 중심으로 '오늘의 독립운동가'를 써서 지사님들을 부족하나마 현창하려 합니다.
#박내영 #김수영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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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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