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미씨의 생가터 안방에 설치된 작품영상사진들추모의 꽃 한송이를 바친 방문객이 실내를 돌아보고 있다
박향숙
어제(25일) 책방을 찾아온 타 지역 분들이 바로 옆에 있는 김수미 생가터에 가기를 희망해서 안내했는데, 때마침 김수미씨의 별세 소식 속보로 전해졌다. 모두가 놀라고, <전원일기>의 일용 엄니, 김수미씨가 맞냐고, 이렇게 급작스러운 소식이 어디 있냐고 한 마디씩 하며 안타까워했다. 곧이어 군산시가 준비한 추모공간에 근조화환이 들어오고, 고인을 추억할 수 있는 사진들과 물건들이 공개되었다.
김수미씨는 1949년 10월, 군산의 말랭이 마을에서 태어나 군산초등학교(현 군산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로 상경해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필자도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고향인 군산을 추억하며, '특히 겨울날 부둣가에서 뱃짐을 나르며 집안의 생계를 책임졌던 아버지 덕분에 서울에서 공부했다'며 눈물짓던 고인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그녀는 1970년 만 21세 나이로 MBC 공채 3기 탤런트 시험에 합격해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무명 시절이 길었지만, 데뷔 10년 차에 <전원일기> 일용 엄니(할머니) 역할을 맡으면서 배우로서 자리를 잡았다. 무려 22년 동안 할머니역을 맡는 바람에 극 중 환갑잔치를 했던 때 그가 정말 환갑인 줄 알고 선물을 보내온 팬들도 있었다고. 최근 한 달여 전까지만 해도 방송으로 열정적인 모습을 봤던 터라, 고인의 별세 소식은 더욱 안타깝다고, 마을 어머님들도 입을 모아 서러워하셨다.
"이제 75살인데, 너무 아까워. 작년에도 오고, 올해 초에도 음식 방송 때문에 이곳에 와서 얼굴 보고 사진도 찍었는데…. 그 사람 체구는 작아도 큰 인물인데, 아깝네. 아까워."
책방에 앉아 있노라니, 지나가는 사람마다 고인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갔다고. 또 어떤 이는 빈소가 어디에 있냐고 물어서 안내하는 일로 고인에 대한 예를 갖췄다.
잠시 시간이 나서, 그녀의 빈소를 찾았다. 영정 앞에 국화 한 송이를 바치고, 기도로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방안을 들어가니, 생전에 고인이 연기했던 천의 얼굴들이 커다란 액자 화면에 가득했고, 그녀가 출연했던 영화와 드라마, 오락 프로그램의 장면 장면들이 펼쳐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