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재, <마주침>, 동선용접
이용재
세밀화로 착각하게 해 인식의 틀을 흔들다
생각하면 우리네 인생은 눈 뜸으로 시작해서 눈 닫음(감음)으로써 끝이 난다. 눈이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경계선이기도 한 것이다.
또 눈은 해부학적으로 뇌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눈을 바깥으로 돌출된 뇌라서, 제2의 뇌라고도 한다. 이 뇌, 눈으로 세상을 보고 정보를 습득하며, 그 판단 하에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눈은 인지, 판단하는 '세상을 담는 창'인 것이다.
그런 중대한 일을 하는 제2의 뇌, 눈이 판단 오류를 가질 수 있음을 이용재의 작품은 보여준다. 눈이 가지는 정보 인식이 부정확할 수 있음을, 판단과 인지에서 오류나 오판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용재의 이 눈 작품은 얼핏 보면 연필로 그린 세밀화 같지만, 실제는 동선을 용접한 것이다. 가까이서 빗각으로 보면 입체적으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다고 믿고 있던 것들, 그 믿음에 균열을 가져온다.
예술은 기존 관념의 틀에 균열을 내는 것이다. 그 균열이 관람자의 정서의 긍정적 파도를 일렁이게 하여 그의 삶을 보다 풍성하고 풍요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용재의 <마주침> 작업은 보고, 판단하고, 자각하는 모든 인식의 틀을 잡아 흔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