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나주역사. 나주역 댕기머리 사건의 현장이다.
이돈삼
1929년 10월 30일 광주에서 나주로 가는 열차 안. 후쿠다, 다나카 등 일본인 중학생들이 하굣길의 한국 여학생 박기옥과 이광춘, 이금자의 댕기머리를 당기며 희롱했다.
이 광경을 목격한 박준채가 후쿠다를 꾸짖었다. 후쿠다가 '조센징'을 들먹이며 무시했다. 후쿠다가 '조센징 놈이 뭐라고 까불어?' 하는 바람에,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는 게 박준채의 회고 글이다. 사건을 목격한 일본인 순사도 일본인 학생 편을 들었다.
일제 치하에서 감정을 삭이고 있던 한국 학생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한국과 일본 학생들의 단체 싸움으로 번졌다. 이른바 '나주역 댕기머리 사건'이다.
박준채와 박기옥이 살던 집이 나주 남파고택(南坡古宅)이다. 남파고택은 밀양박씨 청재공파 종갓집이다. 박준채는 박준삼(1898∼1976)의 동생, 박기옥과 사촌이었다.
박준삼은 3·1운동에 참여, 옥살이를 했다. 광복 뒤엔 조선건국준비위원회 나주위원장을 맡았다. 나주에 민립중학교(나주중학교 전신)도 세웠다. 박기옥은 나중에 암태도 소작쟁의를 이끈 서태석의 며느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