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2주기 추모식에서 유가족과 참석자가 희생자의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가을인가 싶더니 어느덧 바람이 제법 쌀쌀합니다. 곧 겨울이 올 것이라고 누구나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 관문은 아무래도 10월이 아닐지 합니다.
10월을 보내는 시점에서 '기억'이란 단어를 기억해 내봅니다. 기억 말입니다. 각자 뇌에는 참 많은 기억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기억, 기록한다는 '기'와 생각을 뜻하는 '억'을 조합했습니다. 그러니 생각을 기록하는 것을 기억이라는 하는 것입니다.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일상 생각을 문자로 서술해 두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머릿속에 새겨 두기도 합니다.
2022년 10월 29일은 토요일로 기억이 됩니다. 여느 가을 정도 날씨라 오랜만에 가족과 옥상 캠핑을 했었습니다. 늦은 저녁을 보내고 이른 밤도 지나고 칠흑 같은 어둠이 제법 두껍게 내려앉기 시작했습니다.
지루한 시간, 스마트폰 속은 너무나 암울한 소식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서울 이태원에서 큰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도심지, 그것도 한 길가에서 발생했다고 하니 대한민국 공권력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습니다. 당연했습니다.
인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이 있을 만큼 대한민국은 그간 후진국형 참사가 빈번히 발생했습니다. 그때마다 우리 사회는 그 아픔을 기억하며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이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그날 현장에서 일어난 사고는 너무나 충격이었습니다.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을 만큼 말입니다. 선진국이라 자평하던 대한민국 모습은 전혀 찾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2년이 지났습니다. 뭔 말이 필요할까요. 희생자 가족에게, 어떤 눈빛이 필요할까요. 이 사고에 책임질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은요.
2년이 지난 지금도 어떤 말을 해야 하고, 어떤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봐야 할지 모른다는 것은 그날 그 참사가 그만큼 우리 뇌리에 또렷하게 기억돼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지난해 이맘에 기자는 <용인시민신문> 지면을 통해 이런 내용을 담은 기자수첩을 적었습니다.
굳이 아픈 상처를 건들 이유가 있겠느냐 묻을 수 있습니다. 덮어두면 시간이 치유할 것이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먼저 떠난 가족을 기억하기 위해 매년 제사상을 차리고, 가족이 모이는 명절이면 차례상을 차리는 것이 우리 전통입니다.
떠날 때 아픔과 떠난 이에 대한 그리움 등 감정을 생각하면 애써 외면하고 싶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리움과 미안함이 간절해지니 기억을 더 하려 한 것 아닐까요.
하물며 급작스러운 참사로 가족을 떠나보낸 심정은, 온몸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 봅니다. 7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온몸에 시리게 박혀 있는 그 기억 촉은 더 강한 뿌리를 내렸을 것입니다. 사회 무관심과 미온적인 책임자 처벌은 얄궂게도 거름 역할을 했을 겁니다.
이태원 참사를 기억공간은 어느 종이 한 곳도, 머릿속도 아닌 마음이라고 봅니다. 어느 종이 모퉁이라면 잃어버린다면 잊혔을 것이며, 머리만 기억했다면 복잡한 일상생활에서 '깜빡'하기 일쑤겠지요. 하지만 마음이 기억한다면 심장이 뛰는 시간 동안은 잃어버리지도, 잊히지도 않을 것입니다.
용인시민 중에서도 희생자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때때로 언론에서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보도를 접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2년 전 일을 되돌려 공감하기에는 너무 팍팍합니다. 마음은 그렇지 않겠지만 말입니다.
경기도가 10.29 참사 2주기를 맞아 참사 당시부터 상시 운영 중인 온라인 추모관을 개편했다고 합니다. 온라인 추모관 '10.29 참사 2주기 온라인 기억공간'은 경기도청 누리집(www.gg.go.kr)에서 '기억과 연대' 아이콘을 눌러 희생자들에게 추모 편지를 작성할 수 있답니다.
이념과 일상의 바쁨 등 잊힐 이유도 있겠지만, 반대 이유도 분명한 한 가지가 있습니다. '우리', 우리 '가족', 우리 '이웃', 그 외 수많은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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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이었던 2년 전 참사,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기억해야 할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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