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5일 서울 관악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들이 교장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며 서울시교육청에 갑질 신고를 접수했다.
해당 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해외에 나가는 교사에게 구찌 선글라스 등 면세품 구매 심부름을 시키고, 교장실에서 교사의 얼굴에 화장을 하는 등 이해하기 힘든 행각을 벌인 초등학교 교장을 해당 학교 교사들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서울 관악구의 한 공립초등학교 소속 교사 6명이 지난 10월 25일 서울특별시교육청에 같은 학교 교장을 갑질로 신고한 것이다.
피해 교사들은 신고서에서 "교장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교사들에게 폭언, 심각한 인격 모독, 외모 비하 발언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행하고 있다"며 "저연차, 고연차 교사는 물론 교직원 모두 심적인 고통을 느끼며 근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학교장과의 분리 및 비위에 맞는 행정처분"을 요청했다. 피해 교사들은 신고서 접수와 함께 구체적인 직장 내 괴롭힘 사례, 사례별 진술서, 녹음파일,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 내용 캡처본 등 별도 증거를 제출한 상태다.
"둘이 같이 여행 가니?" 갑질 피해 사례 35건 살펴보니...
피해 교사들은 "교장이 지난해 초부터 현재까지 ▲ 업무와 무관한 심부름 ▲ 성희롱 ▲ 외모 지적 ▲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별명 호명 ▲ 부당한 연가 제한 ▲ 교사들을 향한 고성 등의 직장 내 괴롭힘을 행했다"며 갑질 피해 사례 35건을 신고서와 함께 제출했다.
교사 A씨는 지난해 8월과 올해 2월 교장과 나눈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 내용을 증거자료로 제출하며 "해외여행 시 구찌 선글라스 등 면세품을 사다 달라며 구매대행을 2회 시켰다"고 진술했다. 증거 자료에는 교장이 특정 제품의 온라인 면세점 링크와 함께 구매 비용을 송금하고, A씨가 구매 후 발생한 차액을 다시 송금한 과정이 담겼다.
A씨는 "교장으로부터 성희롱적 발언을 겪었다"고도 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일본 여행 계획이 있었는데 당시 40대 기혼 남성인 교무부장님도 비슷한 날짜에 일본 여행계획이 있었다"며 "교무부장님과 점심 후 립스틱을 바르고 있었는데 (교장이) 저를 보고 '둘이 같이 가니? 화장하길래'라는 발언을 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그 순간 매우 불쾌했고 성희롱적 발언이라고 생각해 정색했지만 (되레 교장이) '왜? 그 표정은 뭐지?'라고 반문하며 본인 발언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다"라고 적었다.
교사 B씨는 "교장실에서 교장이 제 얼굴에 화장을 했다"며 녹음 파일을 제출하고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교장 선생님께서 내 얼굴을 보시더니 '눈썹을 어떻게 해주고 싶다'며 '교장실에 앉아보라'고 하셨다. 그러더니 '딱 걸렸다'라는 말과 함께 눈썹을 그려주시고 아이섀도를 직접 바르셨다. 뷰러와 마스카라까지 하게 했다. 강압적인 말투나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관리자가 권하는 상황이라 불편함에도 거절할 수 없었다. 그 이후 눈썹이 계속 신경 쓰여 결국 눈썹 반영구 시술까지 받게 됐다." (B씨 신고 내용 중 일부)
피해 교사들은 "교장이 자신들을 포함해 다른 교사들을 '곰돌이(외모 관련)', '포카혼타스(외모 관련)', '오순이(50대 여교사를 비하하는 말)', '아우디(피해 교사의 차종)' 등의 별명으로 호명해 수치심을 불러일으켰다"고도 진술했다.
교사들의 자유로운 연가 사용을 제한하고 "여러 차례 고성을 지르고 면박을 줬다"는 내용도 있었다.
교사 C씨는 "입대한 자녀의 훈련 중 부상으로 연가를 신청했는데, 교장실에 가니 (교장이) 나이스(NEIS, 교육행정정보시스템) 기록을 출력하고 들이밀면서 지난 학교에서의 연가 상황부터 따져 묻기 시작했다. 나이스 기록에 있는 제 거주지와 가족 정보를 언급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교사 D씨도 "공황장애로 인해 병 휴직을 내겠다고 알리자 교장이 교무실 선생님들이 다 있는 자리에서 '무슨 공황장애로 휴직을 내냐'라는 식으로 소리를 질러 수치심과 모욕감을 줬다"고 했다.
"전부 사실 아니"라던 교장... 계속된 질문에 "교사가 예뻐서" 해명
<오마이뉴스>는 10월 31일 해당 교장에게 전화를 걸어 위 신고 내용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그는 이러한 일련의 행위를 행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전부 사실이 아니"라며 "오해가 있으면 풀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기자가 구체적인 사례를 언급하며 재차 질문하자 해명을 이어갔다.
'업무와 무관한 면세품 심부름'에 대해서는 "제가 추천서를 써서 일본 연수를 보내줬고, 그에 대해 (피해 교사) 본인이 고마워하면서 해주겠다고 한 것"이라며 "(신고 내용이) 너무 억지이지 않은가"라고 되물었다.
'휴가가 비슷한 두 교사에게 성희롱적 발언'을 했다는 신고 내용에 대해서는 "그분(피해 여교사)에게 한 발언이 아닐 것이다"라며 "제가 연가 결재를 하는 사람이다. (연가 날짜가) 겹칠 뿐, 같지도 않았고 (방문하는) 지역이 다른 것도 알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외모를 지적하고 교장실에서 교사 얼굴에 화장한 일'에 대해서도 "(피해 교사가) 학교폭력 업무 때문에 힘들어해서 (교장실에) 왔을 때 기분 전환하라고 해준 것이다. 예뻐서 그랬다"면서 "그 비싼 명품 화장품으로 예쁘게 (화장)해 줬고, 본인도 좋다고 해놓고 가서는 무슨 외모를 지적했다고 그러나"라고 반문했다.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별명 호명'을 두고는 "예뻐서 칭찬하는 말이었지, 그렇게 (비하의 취지로) 부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곰돌이'라는 별명은 "해당 남교사가 스스로를 '곰돌이'라고 분명히 말한 적 있어서 부른 것"이고, '포카혼타스'라는 별명은 해당 여교사가 예쁘고, 늘씬한 분이라 영화의 주인공처럼 정말 멋있다는 뜻으로 부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당하게 연가를 제한했다'라는 내용에 대해서도 "(교사 가족 신상 언급 등) 그런 적 없다"면서도 "학기 중 연가는 (교사들이) 잘 사용하지 않고, 사용하더라도 연가 사유에 해당이 되어야 한다. 연가 사유에 해당이 되는지 물어보는 과정이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교사들을 향한 고성'에 대해서는 해명 대신 "(고성 피해를 겪었다는 이들 중) 기간제 교사가 해고 됐는데, 그와 관련해서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관련 신고가 기각됐다"며 "기간제 교사 부당해고 건으로 온갖 민원과 진정이 접수돼 해결하느라 지난 1학기부터 정신과를 다니고 있다"라고 말했다.
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러 차례 "(신고한 교사가) 누구인지 알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교조 서울지부 "직위 이용한 명백한 갑질", 엄중 대응 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