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김치에 들어갈 사골과 사이다 육수
이혁진
알타리무는 지금 맛이 좋다. 무김치에는 사골과 사이다로 만든 육수가 들어가 삭은 무는 무대로 먹고, 여기서 나오는 국물로는 '김치말이국수'가 탄생할 것이다. 김치말이국수는 막내가 특히 좋아하는 음식이다.
버무린 김치들을 용기에 담아 냉장고 한 켠에 두고 바라보니 왠지 흐뭇하고 보람이 있다. 미루었던 숙제를 해치우고 개운한 기분이랄까.
요새는 김치를 거의 사 먹는다. 추세도 그렇지만 내가 아프고 아내 또한 시간에 쫓겨 김치를 담그질 않았다. 몇 년째 김장도 하지 못했다. 아내의 수고로움을 덜기 위해 내가 먼저 사 먹자고 했다. 처음에는 파는 김치가 입에 맞지 않더니 그것도 시간이 흐르면서 익숙해져 갔다.
하지만 아내가 만든 김치가 역시 최고다. 아내가 어쩌다 김치를 담그거나 겉절이를 하면 아내 솜씨를 추켜세우며 맛보기 바빴다. 마음이 괴로우면 모든 게 귀찮을 법한테 아내가 몸이 불편한데도 기지를 발휘해 김치를 한 것이다. 생전의 어머니도 뭔가 속상한 일이 있으면 김치나 반찬을 만들곤 했던 기억이 난다.
심리적인 충격으로 생기는 침울한 분위기를 잊기 위해 '기분전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노력할 생각이다. 전문가들도 우울증에는 긍정적인 생각과 생활이 '회복탄력성'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아직도 침울한 기분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지만 두 김치가 익어 먹을 즈음엔 모든 시름과 걱정도 사라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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