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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원서에 대한 윤 대통령 반응 궁금, 입장 바꿀 수밖에 없을 것"

[인터뷰] 진실화해위원회 비상임위원 임명 배제 논란... 제주4·3연구소 이사 허상수 박사

등록 2023.05.09 09:36수정 2023.05.0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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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수 박사(우측), <한국전쟁의 기원>저자 브루스 커밍스 교수와 함께 ⓒ 허상수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던 1기 진실화해위원회(아래 진실위)에서 근무할 당시, 이런저런 자리에서 허상수(1955~) 박사를 자주 만났다. 그는 2016년 제주4·3 제70주년기념범국민위원회 공동대표를 맡은 바 있고 지난 1995년 이래 지금까지 제주4·3연구소 이사를 맡고 있다. 더욱이 그는 지난 2016년 학문적 연구서인 < 4.3과 미국 >이라는 책을 세상에 내놓기도 했다("노무현 사과 깡그리 부정하는 국가망각 행위" https://omn.kr/kubt).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아래 민주당)이 추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기 진실위 비상임위원 후보 허상수 박사에 대해 그의 과거 재심 선고결과를 이유로 임명을 배제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제주도당은 지난 4월 17일 논평을 내고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선출한 진실위 위원을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탈락시킨 것은 민의를 저버린 후안무치한 행태"라고 윤석열 정권을 비판하기도 했다.

허 박사는 지난 1980년 전두환 정권 당시 제정된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에서 금지한 노조를 결성을 했다는 이유로 구속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헌법재판소가 1994년과 2015년 해당 조항의 일부를 위헌으로 판단했고, 허 박사는 2021년 재심을 청구했다.

이와 관련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겨레> 기고글에서 "법원은 관행상 죄목별로 형을 분리하여 결정하지 않고 통으로 형을 정한다"라며 "이러한 방식 때문에 2021년 재심 사건을 다룬 서울고등법원은 원심 법원의 대상 판결을 깨고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반면, 형법 위반에 대해서는 재심 사유가 없다고 보고 해당 부분의 유죄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고등법원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던 원래의 판결과 달리 징역 4월의 선고유예로 기술적으로 마무리하였다"라고 밝혔다. 이어 "2021년 선고유예 판결을 결격 사유로 활용하는 것은 이제 동일한 행위를 이중으로 처벌하는 효과를 발생시킨다"라며 "이는 일사부재리 원칙의 우회적 위반이고 형사 피고인을 이중적 위험에 빠뜨리는 조치로서 헌법이 엄격히 금지하는 바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전반적인 상황과 관련해 허 박사와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이메일과 페북메신저 등으로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해 싣는다.

- 이번 임명 배제 관련, 대통령실에서 국회 쪽에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일각에선 대통령 임명에서 배제된 허 위원을 추천한 민주당이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직까지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회가 선출한 진실위 위원인 본인을 임명하지 않았다. 그 이유 등에 대해 국회에 아무런 공식적인 통보가 없다. 어떤 이유와 배경으로 탈락시켰는지 등에 대해 대통령실은 국회나 내게 여전히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매우 이례적이고 황당무계한 처사다. 대통령은 과연 국회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이 무관심으로 일관한다고 일부언론에 보도되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4월 첫 보도 직후 17일,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탈락' 보도에 유감을 표명하고, '즉각 허상수 위원 임명을 촉구'했다. 21일 이수진 원내대변인 역시 임명을 거듭 요구했고, 24일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독재적 행태'라고 지적하며 즉시 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 민주당은 진실위 상임위원 및 위원 추천위원회를 구성했는데, 그 위원장은 3선인 국회추천 공직자자격심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맡았고 간사 2인으로는 원내수석부대표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 위원 8인으로 국회추천공직자자격심사특위 5인(원내부대표, 당 조직사무부총장, 여성가족위원장, 변호사, 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의원 3인을 포함했다. 현역 국회의원만 9인이나 합류한 11인이 공직자 후보들을 직접 심사, 평가했다. 이 가운데 변호사만 세 분이 포함되어 있다. 이 심사결과는 2월, 민주당 대표가 참석한 최고위원회의 추인을 거쳐 제1 야당 차원의 추천을 완료했다.

이 제1 야당 추천 결과는 곧바로 여야 합의에 의해 국회 운영위원회를 거치며 집권여당 추천을 포함해 성안되었고, 국회의장은 이를 받아 의장 이름으로 진실위 위원 7인 선출안을 각각 발의했다. 지난 2월 24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원들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에 의해 위원들을 선출했다. 나는 재석 269석 중 가(可) 224표를 얻어 83.27%라는 득표율 2위로 국회에서 진실위 위원으로 선출되었다.

제1야당과 국회에서 나름대로 충실한 절차민주주의 원칙을 준수하며 추천, 선출했다. 국회의 정무직 고위공무원 선출에 대해 정부가 그 위상과 존재의의를 인정해야 입법부와 행정부사이의 균형과 견제라는 3권 분립의 민주주의 원칙이 되살아나는 법이다."

"41년 만에 재심결과로 정의 회복하나 했는데..."

- 대통령실은 2021년 8월 재심 선고유예 판결을 국가공무원법 33조상(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에 그 선고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의 결격사유로 삼았다.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재심 판결로써 선고유예에 대한 무지막지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실은 국회를 무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법원 재심선고의 본질을 오해, 곡해했다. 한 마디로 편파적이고 자기 편의주의적으로 해석해 헌법가치와 원칙을 거슬리는 데까지 나가고 말았다."

- '국가보위에관한특별조치법'은 어떤 법인지 이번 건과 관련지어서 설명하면?
"이번 건은 과거 대통령 박정희가 영구집권을 위해 1969년 3선 개헌을 강행 처리한 데 이어 1971년 12월,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며 급조된 국가보위에관한특별조치법에 의해 본인이 처벌받으면서 비롯되었다. 한 마디로 언론자유와 노동3권을 전면 금지하는 악법 중의 악법이다. 그래서 지난 1981년에 폐지되었고, 헌법재판소에 의해 두 차례나 위헌 판정을 받았던 최악법이다.

지난 1980년 '서울의 봄'이 찾아 왔을 때 나는 동료들과 당시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 최대 규모의 중앙국제특허법률사무소에서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왜? 그만큼 전근대적 노사관행이 판을 치고 있었고, 고용불안 등이 있었다. 그래서 노조라도 결성하면 나을 것 같았던 절박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사용자였던 변호사는 우리 조합원을 집단해고하며 직장폐쇄를 선언했다.

그러자 그동안 조용히 지내던 동료들까지 분노하며 일어났고 결국 나와 동료들은 1980년 4월 17일부터 24일까지, 5월 8일부터 12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보름간 집단농성을 벌였다. 이 해에 일어난 수많은 노사분규 가운데 가장 오랜 시간을 싸웠다. 사용자와의 협상타결로 일단 수습해 정상화되어 갔다. 하지만 분회장이었던 나는 끊임없이 부당노동행위에 시달렸다."

- 당시 사용자가 변호사였고, 당시 법조계 최고 수입을 올리던 고납세자로 유명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 상황을 사용자와 관련지어 설명하면?
"사용자의 노조 부인 흐름이 거세지는 와중에 특허사무소가 서소문 입구 대한일보 사옥에서 광화문 교보빌딩으로 이전하면서 노조 전면불인정과 노조와해 압력기세는 더욱 거세어졌다. 전두환 신군부 주도하에 노동계에 대한 이른바 '정화조치'가 가해졌는데 1980년 8월엔 나와 동료들이 강성노조로 찍혀 나도 남영동 소재 전국연합노조 본조사무실에 불려가 분회장 사퇴서에 서명을 하고 나왔다.

사용자측은 나도 모르게 노조원들을 회유, 협박해 노조해산을 서면 결의하게 했다. 모두 불법이요, 무효였다. 사용자측이 낸 해산신고서류가 반송되는 바람에 이를 나중에 알게 되어 서면 신고할 때 사실대로 기재했다. 더욱이 1980년 10월, 사용자는 전두환·노태우 신군부가 정권 찬탈을 완성하기 위해 급조한 국가보위입법회의 위원에 임명되었는데 이에 기고만장하여 곧바로 나를 전격 해고시켰다. 그 다음 나를 고소, 고발했다. 내가 해고된 직후 개인사물 등을 가지러 사무실을 찾아 간 것을 건조물 침입이라고 덮어 씌었다.

이에 맞서 나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신청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제기했다. 1981년 2월말 서울지검 남부지청 김아무개 검사가 '구제신청을 취하하면 없던 걸로 하겠다'고 제의했지만 거절했다. 그날 하루 종일 지하유치장에 서 있다가 영등포 구치소로 신병이 인계되어 0.75평 독방에 갇혔다.

그래서 40년 동안 억울하게 전과자로 살다가 지난 2021년 형사재심청구서를 냈다. 재심결과 여죄 2건에 대해 선고유예가 내려졌다. 일반재판의 선고유예였다면 4개월 뒤 면소될 사안이다. 이것을 윤석열 정권은 '공무원 부적격사유'라고 본다는 말인데 재심의 취지, 재심 선고유예의 의미를 오판한 것이다. 일사부재리원칙, 이중처벌금지원칙 등 헌법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그래서 인사검증책임자인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직권남용'을 의심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아예 재심 청구나 판결이 없었다면 별 문제가 없었다'는 말을 했다고 하니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노동조합을 만들어 활동했다고 국가권력에 의해 강제로 '정화'당하고, 사용자에 의해 해고당하며, 구제신청은 묵살당하고, 감옥에 끌려가 유죄판결을 받았다. 지난 2005년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받고, 41년 만에 재심결과 일부무죄와 일부선고유예로 국가폭력 피해로부터 다소나마 정의를 회복하는가 싶었다. 그런데 또다시 공무원 담임권 박탈과 같은 또 한 번의 피해를 입게 되었다. 박정희가 만든 법으로 전두환 때 처벌받고 바로잡혔던 정의를 대통령 윤석열이 뒤집어 버리는 이중처벌, 즉 두 번의 가해인 셈이다. 이행기 정의는 국가범죄의 자행에 대한 피해회복과 재발방지에 그 참뜻이 있는데 그게 반복된다니."

- 지난 4월 20일 대통령실에 자신에 대한 진실위 위원 임명절차를 진행할 것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냈다. 그 후 진행상황은?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하다. 대통령실이 법과 양심, 국회입장 존중정신에 따라 조만간 입장변경을 할 수밖에 없으리라 본다. 이 일이 국회와 정부가 난타전을 벌일 난제는 아니라고 본다. 어서 진실위 위원 임명보류나 연기, 지체가 아니라 기존의 완고한 태도와 억지입장을 순리에 따라 정도의 방향으로 바꿔나가는 게 진실위 정상화에 기여하는 자연스런 해결방향이라고 기대한다."

- 진실위 위원에서 탈락한 것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한동훈 법무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할 예정으로 알고 있는데 진행상황은?
"대통령실 등 정부차원에서 국회에 회신이 오는 것 등을 면밀히 검토해서 진행할 생각이다. 200여 분이 고발에 같이 하겠다는 뜻을 전해와 매우 큰 힘을 받았다.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 아무래도 국가범죄, 국가폭력에 대한 거부감, 공통의 분노, 연대의 정신 등이 주권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자극한 게 아닐까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아직도 이 세상은 살만한 가치와 정신이 죽어 없어지지 않았다! 진실은 무도한 권력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직진하여 끝내 인권과 정의가 부활하는 원천을 마련해 줄 것이다."
#허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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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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