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천낙선운동, 그 현장드라마 40일 - 7

-- 낙천과 낙선의 기로에서

등록 2000.02.22 02:07수정 2000.02.22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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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4일(금) 오후 12시경. 설 연휴가 시작되는 날 총선연대 사무실의 문을 열었다. 과연 누가 설연휴도 잊고 이 곳에서 일을 하고 있을까? 양세진 운영국장과 함께 9명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 사람들이 많군' 하는데 그들의 얼굴이 눈에 익지 않다. 양국장에게 물었다.

"저분들은 누구죠?"
"모두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에요."

또하나의 힘, 자원봉사자

현재 총선연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100여 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대학생들이다. 주로 전화를 받거나 신문 스크랩,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상근자들이 대부분 출근하지 않은 연휴에도 그들은 이 곳 사무실에 나와 '자발적인 봉사' 를 하고 있었다. 계속 울려대는 전화받기에 여념이 없다.

"특별히 오늘 오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많이 나왔어요. 오늘은 한 다섯 명만 있어도 되는데." 양국장이 귀뜸을 해준다.

네 명이 모여서 전화를 받고 있는 곳에 슬쩍 끼었다. 어제부터 자원봉사를 시작했다는 송은희(홍익대 경제학과99)양은 "정치인에 대해 불만이 많던 차에 인터넷을 보고 같이 하고 싶어서 신청했어요" 라며 수줍게 말했다.

홍정호(국민대 행정95) 군은 총선연대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면서 느낀 점을 두 가지로 대답했다.


"답답한 경우가 많습니다. 첫째는 뻔히 동원된 전화라는 것을 아는 전화가 걸려올 때, '우리가 이런 정치인들에게 기대를 걸고 살았구나' 하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잘못은 전혀 수긍하지 않고 트집잡기에만 전념하는 모습이 참…. 둘째는 유권자들이 패배주의적인 모습을 보일 때입니다. 좋은 일이라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얼마나 바뀌겠어요. 한번 바람만 불었다가 바뀌는 것은 없지 않겠어요' 하는 반응이 답답합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해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김혜승(성신여대 사회교육과96) 양은 어제 받은 전화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한 아저씨가 전화를 했는데 이렇게 말했어요. 아기가 두돌이라서 선물을 뭐할까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생각 끝에 그 돈을 이곳으로 보내기로 했대요. 제가 이름과 전화번호를 물었더니 알려주시지 않더라구요. 아기 이름만 알려주셨습니다. 그 아기 이름이 성빈이예요."

우리가 이야기하는 사이에도 계속 전화벨이 울렸다. 연휴를 그렇게 보내고 있었지만 그들은 주저없이 말했다.

"전화 하나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할 것입니다."

속속 발표되는 공천, '공천철회운동'

"정치권은 총선시민연대의 뜻을 완전히 져버렸다."
각당의 공천결과에 대한 장원대변인의 일성이다. 2월17일과 18일 민주당, 한나라당, 자민련이 공천자를 발표했다. 그러나 자민련은 시민단체의 명단을 철저히 무시했고, 한나라당은 이회창총재의 사당화를 위한 집안단속용으로 사용했으며, 민주당은 명단을 누더기로 만들었다. 이러한 결과는 몇몇 실세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정당의 상황을 볼 때 필연적인 것이었다.

<총선연대> 는 즉각 '공천철회운동' 을 선언했다. 그리고 거리로 나섰다.

1월30일 서울역 집회에 이어 두번째 대규모 집회인 2월19일 종묘공원 집회. 당초 <총선연대>는 각당의 공천발표를 의식하여 날을 19일로 잡았고, 집회준비도 1차보다 치밀하게 했다. 무려 전국 41개 도시에서 동시다발 집회를 계획했다. 총선연대 중앙 실무자들은 서울의 경우 '집회 참석자 5천명, 거리행진때 자발적 가담자 5천명. 이렇게 1만명 규모의 집회' 를 준비했다.

그러나 19일 범국민대회는 기대했던만큼 높은 시민의 호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5천명을 계획했던 종묘집회의 경우 2천명 정도만 모여 집회를 치뤘고 명동성당까지의 행진에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그리 크지 않았다. 날씨나 집회 프로그램 등 모든 조건이 서울역 집회때보다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열기는 뜨겁지 못했다.

집회가 끝난 직후 <총선연대> 장원 대변인은 "국민들의 정치냉소주의가 깊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고 말했다. 총선연대 실무자들은 19일 저녁 '하' 에 모여 많은 술을 마셨다.

<총선연대>는 현재 '낙천'운동과 '낙선'운동의 중간에 서 있다. 이른바 '공천철회운동'. 즉 정치권에 다시한번 촉구하는 것이다. "공천반대인사 명단에 들었던 40명의 공천을 철회하라" 라고. 무기는 시민과 공천탈락자가 원고가 되고, 각 당이 피고가 되는 '공천무효확인소송' 과 '공천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이다.

하지만 공천철회운동은 이제까지의 낙천운동과 같은 대중적 힘을 가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낙선운동이다. 헌법소원이 제기된 상태이긴 하지만 선거법이 개정된 상태에서 구속이 뻔한 낙선운동을 힘있게 전개할 것인가. 한다면 언제부터인가. 리스트발표라는 '깜짝 이벤트' 를 중심으로 매스컴의 힘을 한껏 이용한 낙천운동에서 벗어나 낙선운동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것인가. <총선연대> 중앙은 지금 고민에 싸여 있다.


덧붙이는 글 | 4.13 총선시민기자단을 모집합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뉴스게릴라들의 뉴스연대'를 내걸고 창간한 인터넷 종합일간지 OhmyNews(www.ohmynews.com)에서 4.13총선 시민기자단을 모집합니다. 역사적인 선거혁명 현장을 생생히 취재하실 분은 이메일 ohmynews@ohmynews.com으로 신청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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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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