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들을 일으켜 세울 것인가

미시령 버스전복사고 동국대 사상자를 생각하며 1

등록 2000.03.02 16:58수정 2000.03.03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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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생회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요. 학교측도 자신들은 법적인 책임이 없다고 하고요. 부상자 학부모님들이 엄청 분노하고 있어요."

3월 2일 오후에 동국문학회(동국대 중앙문학동아리)에 전화를 걸었다. 애띤 목소리의 어린 후배가 전화를 받았다. 알만한 후배를 바꿔달라고 했다. 동민이(96학번)가 전화를 받았다. "요즘 어떠냐"는 말에 동민이가 한 말은 그랬다.

지난 2월 17일 오후 미시령에서 발생한 버스전복사고를 기억할 것이다. 당시 이 사고로 인해 현장에서 7명의 아까운 청춘이 유명을 달리했다. 또 버스에 타고 있던 38명의 학생들이 중경상을 입고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내가 알고 있는 동국문학회 후배들만 해도 7명이다.
△송영호(북한, 96) : 부상 △안철(경행, 96) : 중상(얼굴에 붕대를 함, 타박상, 다리부상) △박정온(문과, 99) : 중상(허리 인대손상, 허리를 못 움직이는 상태) △신덕범(법과, 99) : 중상(중환자실, 신장이 눌림, 다리 골절상) △서현경(사회과학부, 99) : 사망(19:00) △한아진(철학과, 97) : 부상 △유명곤(산공과 93,) :부상, 바로 이들이다.

영호는 문학회 현재 회장이다. 유명을 달리한 현경이는 사회과학부 99학번으로 작년에 문학회 행사 때 밤새워 술을 마시며 나랑 대화를 나눴던 후배다. 덕범이는 법학과 99학번으로 현재 부상이 제일 심하다. 치료기간만 10개월 정도 예상되는데다가 그 이후의 재활기간도 얼마나 소요될 지 모른다고 한다.

명곤이는 학생복지위원회에서 위원장으로 이날 행사의 진행을 위해 선발대로 떠났다가 사고를 당했다. 명곤이는 96년도 한총련 조국통일위원장이었던 유병문 군의 친동생이다. 병문이와 명곤이는 문학회에서 대학시절의 많은 시간을 보낸 친구들이다. 현재 병문이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채 재판을 앞두고 있다.

미시령 버스전복사고의 사망자 장례식은 지난 2월 21일 치뤄졌다. 장례식을 앞둔 20일 현경이의 입관식이 있었다. 입관식을 지켜본 문학회 친구의 글이 동국문학회 홈페이지(http://my.netian.com/~dlc1958/plh.htm)에 실려 있다.


"현경이의 입관식이 오늘 진행되었습니다. 입관실 창문 넘어로 현경이의 입관 진행을 보는 가족들은 거의 실신상태가 되어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현경이의 얼굴을 직접 보았는데 세안이 되어서인지 얼굴이 또렷했습니다. 지금까지 믿지 못했던 현경이의 죽음이 오늘 실감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21일 오전 7시 서울대 영안실에서 발인을 한 장례일행은 동국대에 10시에 도착해 교내에서 노제를 지내고 장지로 출발했다. 노제에서 유가족을 대표해 현경이의 아버님께서 추도사를 읽으셨다. 현경이의 장지는 '벽제 화장터'였다. 그 곳에서 화장을 한 후 인근에서 재를 뿌렸고, 위패는 현경이 어머님이 평소 다니시던 사찰에 모셔놓았다고 한다.


후배 동민이는 현재 상처가 경미한 일부 학생들은 퇴원을 한 상태이지만 중상자 6명과 대다수의 학생들은 아직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동국문학회 후배들에 따르면 현재 사망자들의 보상문제는 원만히 해결된 상태다. 하지만 중상자와 경상자들은 치료비만을 보험회사측에서 부담하고 있다고 했다. 그외 사고에 따른 위자료 등 보상금은 한푼도 지급해 줄 수 없다고 한다. 부상자들의 학부모들이 주축이 되어 오는 5일 일요일 학교측과 협상을 가질 계획이지만 뚜렷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전한다.

현재 동국대 총학생회는 사고 이후 사고수습과정에서 책임소재에 따른 난처함으로 학교측에 별다른 수습대책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학교측 역시 도의적 책임외에 법적인 책임은 없다며 부상자들에 대한 대책마련을 소홀히 하고 있어 부상학생들의 학부모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상태다.

새내기 오리엔테이션에 문예공연단으로 참가한 이들 부상학생들, 이들이 입은 육체적 정신적 피해와 아픔을 누가 위로해 주고, 보상해 줄 것인가?

부상학생들은 병상에서라도 비디오 등을 통해 수업을 받겠다며 지금 학업을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사고책임당사자인 총학생회측은 책임을 지기 어려운 상황이라 하고, 학교측은 법적인 책임이 없다며 외면하고, 보험회사측은 치료비만 책임지겠다고 한다.

누가 이들 후배들을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인가!
부상학생들이 완치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고통이 따를 것이다. 그후에도 재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설령 이들이 완쾌되어 예전과 같은 생활로 돌아간다 할지라도 미시령에서 떠나보낸 친구와 선배, 후배에 대한 피맺힌 아픔과 회한을 누가 달래줄 것인가?

-덧붙임

이들을 달래주고, 이들을 일어서도록 도와줘야 할 한 사람인 선배로서 후배들의 영령과 다친 후배들의 얼굴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 후배들을 미시령으로 보낸 것은 바로 오래전의 저입니다. 문학회 선배였던 시절, 후배들에게 청년학도로서 나아갈 길과 문학의 역할을 얘기해 줬던 선배의 한 명으로서 진정 미안할 따름입니다. 그러한 선배들의 행동과 말이 이들, 우리의 청청한 후배들을 생과 사의 갈림길, 미시령으로 보낸 것입니다.

◇ 미시령 사고 관련 문의 : 동국대 동국문학회 02)2260-3788
동국대 총학생회 02)2260-3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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