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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가윤리위원회는 지난 3월 3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던 안락사를 상황에 따라서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대다수의 국민들이 로마카톨릭을 믿는 프랑스인들 사이에 또다시 찬반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크리스틴이라는 젊은 간호사가 30명이 넘는 환자의 사망을 도왔다는 이유로 기소되어 논란이 된 바 있다. 물론 이 간호사는 정신과 감정결과에서 과대망상증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판정되어 본질적인 안락사 문제와는 거리가 있었다.
보고서에서는 “현대의학이 인간에게 불멸의 환상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죽음을 인간으로부터 빼앗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밝히고, “더 이상 약물치료로 통증을 조절할 수 없는 경우나 명백하게 생명보조장치에 의존해 있는 경우와 같은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안락사가 허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안락사가 “프랑스의 병원들에서 이미 현실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나, 은밀하고 불공평하고 무질서하게 행해지는 상황”이라고 밝히고 “법규와 현실의 차이가 큰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가 아니”라는 입장에서 안락사 문제에 접근했음을 밝혔다.
1995년 한 조사에서는 프랑스 마취과 의사들의 26%가 회복가망성이 없는 환자들에게 치명적인 주사를 놓아 준 경험이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프랑스에서 이러한 문제로 기소된 의사는 거의 없으며 기소된 경우도 형 집행이 된 적이 없다고 한다.
다른 나라의 경우, 네덜란드는 작년 치유가능성이 없는 12세 이상 말기환자의 안락사를 허용하는 법안이 만들어졌고, 미국의 경우 오리건 주가 97년 "존엄사법"을 제정했다. 호주에서는 노던테리토리 주가 96년 세계 최초의 안락사법을 발효시켰으나 다음해 3월 연방정부 상원이 안락사금지법을 채택함으로써 폐기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안락사 논쟁이 점차 표면화되는 추세다. 국내의 한 여론조사에서는 조사대상자 70%가 안락사를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병원에서도 사실상 안락사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는 hopeless discharge(가망 없는 퇴원)이라는 형식의 assisted suicide –의사가 환자의 자살을 돕는 경우가 광범위하게 존재해왔다.
그러나 법은 아직 안락사를 공식적으로 ‘살인’으로 보고 있다. 98년 부인의 요구에 따라 회복가능성이 희박한 뇌혈종 환자를 퇴원시킨 의사와 부인에게 1심에서 살인죄가 적용된 보라매병원사건은 우리나라 법의 입장을 잘 보여준다.
아직 최종심 판결이 난 것은 아니지만, 의사들의 98%, 일반인들의 70%가 이 판결이 부당하다고 생각(가정의학회지 제20권 제 10호의 논문 ‘보라매 사건에 대한 의사와 일반인 사이의 인식 차이')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사건의 최종결과는 우리나라 법과 현실의 차이를 재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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