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진입로 가로수가 목잘렸다

종로구청, '쓰러질 우려가 있어 베어냈다'고 해명

등록 2000.03.09 13:16수정 2000.03.09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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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청이 지난주 토요일(3월 4일)부터 지난 8일까지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청와대로 진입하는 경복궁 옆길 가죽나무 가로수 44그루를 베어냈다. 작업중인 한 인부의 말에 의하면, 베어낸 나무 중에는 70∼80년 이상 된 나무가 30% 정도이고, 1백년 이상 된 나무도 있었다고 한다. 잘려나간 나무의 지름은 평균 50㎝∼70㎝ 정도인데, 큰 것은 1m가 넘는 것도 확인되었다. 높이는 대략 20m에 둘레가 2m 남짓한 아름드리 나무였다.

종로구청 공원녹지과의 한 관계자는 나무의 속이 썩어 넘어갈 우려가 있고, 나무와 나무 사이의 거리가 좁아 솎아내는 차원에서 가로수를 베어냈다고 해명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한 시민의 제보를 받고 현장으로 달려간 환경연합 양원영 간사에게 '청와대 경호실에서 나무가 넘어갈 우려가 있다는 안전성 문제를 이유로 가로수를 제거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연합 양원영 간사는 "작업 중지를 요청하자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마치고 돌아오기 전까지는 작업을 마쳐야 한다며 난색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에서는 20∼30년 이상 된 나무를 모두 조사해 사유지에 있는 나무라 할지라도 특별 관리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이 사업의 타당성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해 7월 20일부터 학술용역이 진행중이다. 또한 서울시는 지난달 29일, 시민이 직접 시내공원과 가로수를 관리하는 '녹지관리 실명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환경연합은 도심 녹지보전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이 갈수록 절박해지는 상황에서 수십 그루의 아름드리 가로수를 베어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강력히 항의하기로 했다.

어떻든 현재 남아 있는 가죽나무는 13그루이며, 환경연합의 강력한 항의에 의해 오늘(9일) 이후 추가 작업은 중단된 상태이다.

사실 가죽나무는 수령이 100년 정도로 짧아 속이 심하게 썩은 경우는 안전성 확보 차원에서 베어낼 수 있다. 그러나 잘라낸 나무들 중에는 30∼50년 된 나무들이 절반 이상 포함되어 있었다. 앞으로 몇십년 후의 안전성 때문에 단지 '가죽나무'라는 이유만으로 속이 썩지도 않은 튼튼한 나무들을 마구 잘라낸 종로구청의 이번 조치는 행정편의주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더구나 종로구청은 대통령의 해외순방 기간에 맞추어 단 며칠사이에 전문가의 검토와 정밀한 조사없이 '청와대 경호실의 요청'이라는 '특수한' 이유를 들어 급하게 수십 그루의 나무를 잘라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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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대 고양시의원을 지냈으며, 현재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 전략홍보국장으로 일하다, <희망제작소> 뿌리센터장을 거쳐, 2010년 7월부터 경기도의원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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