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그에서 6일간 <세계 물 포룸> 개최

향후 30억 인구, 안전한 물 못 마실지도 식수 문제, 세계적 대자본의 손에 장악될 수 있어 우려

등록 2000.03.22 10:15수정 2000.03.2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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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델란드의 헤이그에서는 17일부터 6일간 전세계 지구촌의 물과 관련한 국제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번 <세계 물 포룸>은 정책전문가, 기업, 시민운동가 등 전세계에서 3천여 명이 참석하여 식수자원의 오염문제를 비롯, 물 부족 사태를 대비한 보전과 분배 등에 대하여 토론하게 되며, 이 포룸과 함께, 식수자원의 상품화 등을 포함하여 지구촌의 물 부족 사태에 대한 대응책을 제시하게 되는 <세계 물 시장>도 함께 열리게 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회의는 인류가 앞으로 30년 내에 닥치게 될 물 수급 문제에 대한 전세계적인 집회로서는 최초라는 점과 이 문제에 대한 인류적 차원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기회라고 하겠다.

물 문제와 관련해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연구기관인 <21세기 물 세계위원회>는 향후 10억 정도의 전세계 인구가 안전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며, 20억 인구가 오염되지 않은 물을 마시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연구기관은 이러한 상황은 더욱이 2025년 정도가 되면 전세계 인구가 80억 정도가 될 것이며 대도시의 형성이 보다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보다 심각한 문제로 제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되면 먹을 식수의 부족만이 아니라, 오염되지 않은 물로 농사를 짓는 일 또한 쉽지 않게 되어 인류의 먹고 마시는 문제 전반에 걸친 대응책에 비상이 걸리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심히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인류가 마실 물에 대한 오염방지와 식수보존을 위한 장기투자가 요구되는 상황이며, 속히 이에 대한 대응책이 강구되지 않을 경우 식수 위기로 인한 국제적 긴장과 예산지출의 부담이 늘어나게 되는 현실이 연출될 것이다.

그런데 이번 <세계 물 포룸>은 이 식수부족과 오염문제 해결을 위해 세계적 대자본의 역할이 강조될 전망이어서 이 포룸의 기본적인 시나리오에 대하여 다소간의 의문을 제기하게 하고 있다.


즉, 식수부족사태에 대한 전지구적인 대응책이 필요한 것을 강조하는 것과 이에 대한 실질적인 준비가 요구되는 점 등에 대하여 논의를 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이러한 문제의 주도권을 세계적인 대자본의 역할에 맡기자는 식의 논리가 벌써부터 제기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인류의 식수문제를 대자본의 사업적 이해관계에 속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그렇지 않아도 이미 마실 물을 따로 사먹어야 하는 상황에 더 큰 부담을 야기시키는 것이라고 하겠다.


물에 대한 공공자원의 투입과 그로 인해 보다 저렴하고 안전한 식수공급이 이루어 질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보다 중대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대자본의 사기업적 영역으로 만드는 것은 이번 포룸에 바로 이러한 대자본의 이해관계가 반영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물 문제는 이미 지난해 말 시애틀의 반 WTO 시위를 주도했던 시민단체 연합 <터닝 포인트 프로젝트 Turning Point Project>가 뉴욕 타임즈지의 전면광고 기획 시리즈에서 강조했듯이 세계화의 과정에서 결과된 환경 파괴 문제임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세계화를 내세운 국제적인 대자본이 제3세계 지역의 환경보전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의 산업화를 추진하게 함으로써 이들 지역의 식수자원 오염사태가 급속하게 진행된 것이다.

산업화의 진행과정에서 이들 나라들의 자연환경이 막대하게 파괴되었으며, 산업쓰레기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음으로써 자연 식수문제는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미국을 비롯한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은 국제적인 환경기준을 앞세워 이들 나라에 환경산업을 진출시킴으로써 이렇게도 돈 벌고 저렇게도 돈 버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즉 이는 <세계 물 포룸>이 수자원의 보전과 상업화의 기능을 주도적으로 맡기고자 하는 국제적인 대자본 자신이 바로 이 식수 오염에 대한 중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세력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이번 네델란드 헤이그의 세계 물 포롬의 과정을 면밀히 주시하여 한반도 전체에 걸친 식수자원의 보전과 배급문제를 장기적으로 수립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미 상당히 오염되어버린 남쪽의 식수상황을 북쪽에까지 확대하는 산업정책이나 이른바 개방정책이 되는 상황은 저지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나마 오염되지 않은 북한의 식수자원을 잘 보존해서 한반도 전체의 수자원의 가치를 방어하는 힘을 길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국제적인 대자본이 한반도의 물 문제에 대하여 주도권을 행사하는 사태가 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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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 기자는 경희대 교수를 역임, 현재 조선학, 생태문명, 정치윤리, 세계문명사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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