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거인' 전병관을 기억하시나요?

평택 경문대에서 생활체육학과 강사로 출강

등록 2000.03.26 17:40수정 2000.03.28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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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각종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며 화려한 조명을 받던 '작은거인' 전병관(31)씨가 평택에 있는 경문대 생활체육학과에 시간강사로 출강을 하고 있다.

84년 중3이라는 어린 나이로 국가대표에 뽑힌 이후 88년 서울 올림픽 은메달, 91년 세계 선수권 대회 금메달,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 등 굵직굵직한 대회에서 메달을 휩쓸며 전 국민의 사랑을 받던 그는 98년 제주도 전국체전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까지 더 하라는 주위의 요청도 있었지만, 어릴때부터 가슴 한 켠에 남아있던 학문의 길을 더 늦추면 않되겠다는 생각에 과감히 뿌리쳤다.

그리고 바벨 대신 책을 들었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 모습이 많이 변한 것 같다
= 운동을 그만 둔 뒤 체중이 좀 늘었고, 애들 키우다 보니 좀 늙었나?

- 지금 강의하는 과목은
= 지난해에는 트레이닝 방법론을, 이번 학기는 생활체육론을 맡고 있다.


- 강의 외에는 어떻게 지내는가?
= 일주일에 3일은 경기 지도자 1급 자격을 따기 위해 쓰고, 그 외에는 대부분 부족한 공부를 하며 지낸다

- 학생들의 반응은
= 좋은 것 같다. 선수생활에 대해 많이 질문하고... 지난 학기에는 태릉선수촌을 견학시켰는데 무척 좋아들 했다.


-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달라
= 일단 부족한 학문연구에 집중할 것이다. 유학도 고려하고 있다. 후진양성은 나중에 기회가 온다면 생각해 보겠다.

그는 역도를 "20여년 해왔지만 한 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운 운동"이라고 말했다.

역도는 "자신의 특성을 깨달아 가며 스스로를 객관화시키는 고독하고 정적인 운동"인 것 같다고 했다.

화려한 선수생활이 끝난 뒤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스포츠 엘리트들이 많은 현실에서 한 지방대학의 이름없는 강사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의 모습은 봄 햇살만큼이나 아름답다.

'작은 거인'은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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