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 이사철 죽이지 마세요!"

이사철 의원 어머니와 박원순 변호사의 만남

등록 2000.04.08 20:33수정 2000.04.10 15:04
0
원고료로 응원
4월 8일(토) 오후 12시 30분 경, 부천시 송내역 북부광장 근처에서는 무언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었다.

송내역 북부광장 근처의 쇼핑센타인 씨마1020 주변과 광장주변에는 경기도 경찰청소속 전경과 의경 차량 5대가 미리 배치되어 있었다.

오후 1시 30분부터 퇴근하는 부천시 원미구의 유권자들을 상대로, 2000총선시민연대(이하 총선연대) 상임대표인 박원순 변호사가 부천총선시민연대(이하 부천총선연대)와 함께, <유권자와의 악수행진>
을 하기로 한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오후 12시 50분 쯤이 되자, 송내역 주변에 총선연대 관계자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고, 이와 때를 맞추어, 한나라당 이사철 후보진영의 운동원들이 속속 송내역 북부광장 주변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지난 4월 6일 부천시 원미구 상동성당에서 총선시민연대의 "반인권 이사철 후보 낙선운동 결의 기자회견" 사건 때의 이사철 후보 진영의 행동으로 보아서, 오늘도 왠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박원순 총선연대 공동대표가 직접 집중낙선운동지역에 방문하여 유권자를 상대로 총선연대 활동을 지지하는 행사를 갖기 때문인지, 중앙방송국과 일간신문사의 기자들이 점점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오후 1시 5분 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현상을 보게 되었다.
"대통령님 내 아들 이사철 죽이기를 제발 중단해 주세요. 문정열 올림"이라는 피켓을 목에 두른 할머니가 송내역 북부광장에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다.


3분 여가 지나자, 기자들이 그녀 주위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기자들이 몰리는 것과 동시에 한나라당 이사철 후보 진영의 건장한 체구의 운동원 몇이 그녀 주위를 호위하다시피 감쌌다.

알고 보니, 이사철 후보의 어머니인 문정열 여사였다.


오후 1시 15분 쯤, 총선연대에서 준비한 <총선연대 유권자 평화헌장>이 부천시민연합 사무국장 김승택 씨로부터 낭독되기 시작했다.

"하나, 우리의 낙선운동은 특정 정치인에 대한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시작한 것이 아니라, 맑고 깨끗한 희망의 정치를 만들자는...중략... 낙선운동의 전과정에서 겸손함과 당당함을 잃지 않고 행동한다. 하나..."

낭독이 끝나고 나서, 박원순 공동대표를 비롯한 총선연대 관계자들이 송내역 북부광장 근처의 씨마 1020 을 향해 발을 내딛는 순간, 한나라당 이사철 후보 진영의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이 기자의 눈에 감지되었다.

북부역 광장에 흩어져 있던 이 후보 운동원 30여명이 태극기 깃발을 중심으로 순식간에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광장 건너 씨마 1020 쪽의 횡단보도 앞에 집결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박원순 변호사와 함께 하는 유권자 약속"

총선연대에서 위의 문구 등이 적힌 피켓과 부패정치인 청소의 의미를 가진 빗자루를 들고, 유권자들을 접촉하려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순간부터 선관위가 아닌, 이사철 후보 진영과 총선연대 측과의 실랑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 후보 측의 선거운동원들이 총선연대의 피켓을 가로채어 조각조각 파손을 시작했다. 순식간에 씌어있는 글을 알아볼 수 없도록 피켓 5~6개가 파손되어버렸다. 선관위도 어쩌지 못하도록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현장에 나온 선관위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총선연대가 벌이는 피켓팅 자체는 문제가 없다, 내용에 의해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한다고 한다. 총선연대 측에 의하면, 피켓의 문구를 선관위로 하여금 이미 다 검토를 받은 것이라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참 재미있는 광경이 벌어졌다.

한 쪽(총선연대)은 엷은 파란색 마스크를 쓰고 있고,
다른 한쪽(이 후보측)은 기호 1을 나타내는 "1"이라고 씌어있는 희색마스크를 쓰고 뒤엉켜 함께 다니고 있다.

적어도 떨어져서 그 광경을 보면,
총선연대가 이 후보 운동원들로서 이 후보 지지운동을 하는 것인지, 이후보 측 운동원들이 총선연대로서 이 후보 낙선운동을 하는 것인지 모를 정도다.

"이건 도대체 점심식사도 못하도록 운동원들이 에워싸고 가는 걸음마다 못 가게하고 있으니..."
무리 속에 섞이어 걷고 있던 부천총선연대 관계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박원순 대표는 지역 유권자들을 만나러 씨마 1020 정문을 통하여 안으로 들어가고, 정문 앞에서는 이후보측 운동원들이 총선연대 관계자들을 둘러싸고 거센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시민단체가 뭔데, 이사철 의원님 낙선운동을 한다는 거야!"

"왜 불법인 피켓을 들고 거리 행진을 하려는 거야!"

고함이 이어졌다.

총선연대는 간혹 젊은 관계자들이 이 후보 운동원들에게
"선관위에서도 이미 문구 검토를 마친 피켓을 왜 파손하는 겁니까?"
라며 조용히 항의하는 모습이 보였다.

씨마 1020 정문 앞에는 50여명의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오후 1시 50분 쯤,
더 이상의 유권자들을 상대로 한 거리 악수 행진 및 홍보를 포기한 듯
박원순 대표가 기자들에 둘러싸여 잠시동안의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이렇게 이 지역의 이 후보측 저항이 거센 줄 몰랐습니다. 만일, 이후보 측에서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총선연대로서도 22개의 집중낙선운동지역에서도 이 지역에 더욱 낙선운동의 힘을 집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제가 선거 끝날 때까지 여기에서 단식농성을 하더라도 이런 식은 곤란합니다."

기자회견에 응하는 박원순대표의 입술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하다못해 점심 식사를 하러 가려는 데도 이 후보 운동원들이 막더군요. 이런 것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 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의사표현의 자유마저 무시해버리는 이 후보측의 행동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자신들의 지지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총선연대의 행사를 못하도록 따라다니며 방해하는 것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라고 말했다.

이후, 식사를 마친 박원순 대표를 비롯한 총선연대 관계자들은 일정대로 인천시 부평으로 향했다.

덧붙이는 글 | 관련기사 
이사철 후보, 낙선운동 방해 총동원- 권우성 기자

덧붙이는 글 관련기사 
이사철 후보, 낙선운동 방해 총동원- 권우성 기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2. 2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3. 3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4. 4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5. 5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