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춘객'이 아니라 '봄맞이 손님'이다

쉬운 한글 두고 왜 굳이 한문을 고집할까

등록 2000.04.09 22:32수정 2000.04.10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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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
9시를 조금 넘기고 있었다.
습관처럼 차의 라디오를 틀었다. 물론 채널은 늘 고정된 MBC 라디오 일요일 뉴스시간에 빠지지 않고 고정뉴스로 등장하는 게 있다.

다름아닌 '주말 풍경'
특히 오늘같이 완연한 봄을 만끽할 수 있는 휴일의 표정이 뉴스거리로 등장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산과 유원지는 사람들로 터져 나갔으니까.

그런데 주말 풍경을 전하는 라디오의 기사를 듣고 나는 갑자기 일요일 저녁이 불쾌해지기 시작했다.
왜? 다름 아닌 다음과 같은 멘트(?) 때문.
'산과 계곡은 봄을 즐기러 온 상춘객들로 붐볐습니다.'

이게 무슨말인가 상춘객이라니.
물론 나는 그말이 어떤 뜻인지 통박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도 국문과를 겨우 졸업은 했으니까?

상춘객(賞春客), 즉 봄을 즐기러 온 손님이란 뜻이다.
아니, 그런데 이 말을 국민들이 다 이해할까?
특히 초, 중, 고등학생이 이해할까? 내가 너무 국민들과 학생들의 수준을 무시하고 있는 건가?

왜 굳이 봄맞이 손님이나 봄맞이 시민이라는 쉬운 우리말을 두고 상춘객이라고 표현했을까? 그러면 뉴스의 질이 높아지는가? 아니면 아나운서의 품위가 높아지는 건가?

뉴스는 가능하면 모두가 이해하는 쉬운 한글을 쓰고 어려운 한자도 쉬운 한글로 풀이해 전달해야 되는 것이 옳지 않는가?
그런데 쉬운 우리말이 버젓이 있고 그 말을 쓰면 뉴스의 뜻을 더 잘 전달이 되는데 꼭 한문을 쓰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나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의 찝찝함과 불쾌함은 지역뉴스인 대구뉴스를 들으며 더욱 심해졌다.
왜냐고?
지역뉴스에서도 봄을 맞은 시민들의 표정을 전한다며 다음과 같은 멘트를 했기 때문이다.

'휴일을 맞은 팔공산과 달성공원 등지에는 상춘객들로 가득찼다.'
쯧쯧, 내가 지난 주말 뉴스를 들으며 상춘객이라는 표현을 쓰기에 전화를 해서 그만큼 타일렀건만, 지버릇 남줄 수 없지, 쯧쯧'

아 언제 우리 언론이 우리말을 앞장서 아름답게 다듬는 기능을 할 수 있을까? 오늘 밤도 쓸데없는 걱정으로 잠자기는 다 틀렸다.

덧붙이는 글 | 뉴스에서 쉬운 한글 두고 한문쓰는게 꼭 상춘객뿐이겠습니까?

덧붙이는 글 뉴스에서 쉬운 한글 두고 한문쓰는게 꼭 상춘객뿐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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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현 기자는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언론개혁과 지역감정 타파 냉전체제 해체에 관심이 많다.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는 평화, 통일운동 전문 시민단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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