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영이를 찾는 사람은 선영으로 망한다

선영아, 진짜 사랑을 팔지마라

등록 2000.04.23 15:54수정 2000.05.06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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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마이뉴스에 1월부터 임은경이라는 바람이 불어오더니 3월이 되니까 선영이라는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선영이라는 이야기는 4월 15일 밤 10시정도에 오마이뉴스 본사에서 찾아낼수 있었다. 마침 나는 조선일보로 '오마이뉴스' 키워드로 기사검색중이었다. 아래는 선영이 이야기가 실린 곳이다. 도중에 마이클럽 주소는 삭제하였다. 홍성식 기자를 위하여...

[IT클럽]아이디어 전쟁, 인터넷 마케팅

데스크로부터

IT조선닷컴에서 IT클럽회원 여러분을 대상으로 IT클럽 기자(가칭)를 모집합니다.

저희는 IT조선닷컴이라는 하나의 이름아래 종이 섹션신문과 인터넷사이트를 동시에 운영하면서 여러분에게 문호를 활짝 열고자 합니다.


IT클럽 기자를 원하는 분은 간단한 자기 소개서(이름, 소속, 나이, 주요 경력, 관심분야, 연락처, 활동지역 등)를 작성하신 다음 이메일(it@chosun.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IT클럽기자로 선정되신 분에게는 IT조선닷컴(온라인-오프라인 모두)에 기사를 쓸 수 있는 장을 마련해드리고, 본사가 주관하는 모든 행사에서 최고의 대우를 해드릴 예정입니다. 또 ITchosun.com안에 별도의 코너를 마련해드릴 예정입니다.


오늘은 박내선 기자의 인터넷 마케팅에 대한 글을 보내드립니다.

최근 시중에 화제가 됐던 '선영아 사랑해'라는 플래카드에 얽힌 이야기입니다./우병현 드림 penman@chosun.com

■ 아이디어 전쟁, 인터넷 마케팅: 선영아 사랑해...

◆ 영희, 마리, 선영...

안녕하세요. IT 조선 닷 컴의 박내선 기자입니다. 지난 번 첫 인사를 드린 후 두 번째 보내는 메일입니다. 오늘은 여러분께 선영이의 사랑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아날로그 시대에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여자이름은 영희였습니다. 프랑스의 마리(Marie)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디지털시대엔 선영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25일, 저는 친구와 연대 앞에 갔다가 이상한 현수막을 발견했습니다. 하얀 천 위에 아무 설명 없이 검은색으로 쓰인 선영아 사랑해라는 문구였습니다. 현수막을 본 친구는 낭만적인 남자친구군이라며 부러워했고, 저는 선영이가 한 짓일거야라고 애써 외면하려 했습니다.

그 날 오후 저희는 역삼동에서 또 그 현수막을 발견했습니다. 아직도 이런 낭만이 살아있다니. 그러나 제 감동은 인터넷 신문 뉴스보이(www.newsboy.co.kr)에 의해 산산조각나고 말았습니다. 뉴스보이가 특종보도 한 내용은 선영아 사랑해가 사실은 한 여성포털사이트가 오픈을 앞두고 벌인 이벤트라는 것이었습니다.

다음날부터 어딜가나 선영아 사랑해가 보였습니다. 현수막은 서울시내 500여 군데에 걸려졌고, 버스, 지하철에까지 등장해 사람들의 궁금증을 유발했습니다. 사람들의 호기심이 정점이 달했을 무렵, 드디어 TV광고가 나왔습니다. 여자 인터넷 마이클럽닷컴.

◆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재미있는 건 선영아 사랑해를 패러디한 또 다른 현수막의 등장이었습니다. 신촌과 광화문지역에 똑같은 디자인의 선영아 사랑을 팔지마라란 현수막이 걸린 것이었습니다. 이 현수막은 쓴 사람의 이름과 주소를 밝히는 대담성을 보였습니다. 홍성식. www.ohmynews.com 현수막을 본 사람들은 더 이상 놀라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 가지, 뭔지 몰라도 인터넷이 대단하다는 건 깨달은 모양입니다.

아날로그에서 벌이는 디지털 전쟁은 치열합니다. 아이디어 싸움이지요.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사이트가 생겨나니 사람들의 발목을 잡기 위해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승부 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하철을 타면 온통 인터넷 광고뿐이고, TV나 신문도 인터넷업체의 주소가 도배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한 패밀리레스토랑에 갔더니 내프킨에도 인터넷 주소가 써 있었습니다. 커뮤니티 사이트인 사이월드(www.cyworld.com)가 그 레스토랑에 단체 손님이 많다는 점을 이용해 벌인 광고전략이었습니다.

◆ 인터넷 도메인과 따로 논 마케팅 기법

선영아 사랑해는 온 국민의 관심을 끈 후 드디어 4월 3일 정체를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광고만큼 큰 효과를 거두진 못한 모양입니다. 마이클럽(www.miclub.com)의 홍보담당자도 마이클럽 보다는 선영이에 관심이 집중돼 고민이라고 말하더군요. 회사이름을 알리기 보다 여자 인터넷을 사람들 마음에 전하려던 계획이 선영이의 파장을 따라가지 못했나 봅니다. 실제로 현수막과 포스터가 처음 붙었을 때 총선에 출마한 한 후보가 나를 음해하기 위한 일이라며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소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마이클럽이 아니라 선영이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었습니다.

마이클럽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오히려 다른 사이트를 홍보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선영아 사랑해가 4500만원을 들여 붙인 현수막보다 선영아 사랑을 팔지마라가 170만원을 들여 만든 오마이뉴스의 현수막이 더 큰 광고효과를 보았습니다. 오마이뉴스에 홍성식 씨가 쓴 기사는 독자의견이 90개나 따라붙으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기사가 맘에 들면 독자가 배너를 클릭 해 기자에게 50원씩 주는 오마이뉴스의 원고료 정산방식으로 홍성식 씨는 2만원을 넘게 벌었다고 합니다.

수많은 잠재 네티즌을 잡기 위해 오늘도 오프라인에서는 온라인업체들의 싸움이 치열히 벌어지고 있습니다.

나는 이제 선영아 사랑해에 홍성식 기자님과 같이 마이클럽에 창을 던지려고 한다.
사랑을 단순하게 강고로 내비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보기가 싫다.

단순한 사랑이 광고가 되어가는 속에서 우리 사람들의 썩어감을 느낀다.
우리의 사랑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만남'의 가사가 무색해짐을 느낀다.
현대사회의 한 단면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다.

사랑에 많은 것을 치중해주는 이 세상.
하지만 사랑말고도 해볼만한 것이 많은 세상.
하지만 사람들이 그 해볼만한 것을 저버리는 세상.
이런 세상에서 살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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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구 사람이다. 오마이뉴스 초기에 1318에서 활동하다가 한동안 일을 접었다. 〈한국경제TV 와우스타〉, 〈철도신문〉에서 일하다가 현재는 본격적인 연구자의 길을 준비하며 지식생산자의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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