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다 사태 그 해법은?

에바다 복지회 문제, 이제는 제대로 알고 풀자

등록 2000.04.24 06:33수정 2000.04.2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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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단 하루만이라도 장애인이 주인공인 날. 장애인들이 주체적으로 정한 날이 아니라 국가가 일방적으로 정하긴 했지만 사람들과 언론이 관심을 갖고, 장애인이 주인공이던 날.

그날마저도 웃지 못하고 상복을 입은 채 진혼제를 지낸 곳이 있다.

에.바.다.
의문사, 인신매매, 억대에 이르는 횡령, 폭력 등 대표적 장애인 시설비리로 알려진 평택 에바다 복지회 사건. 재단과 지역 토착세력이 뒤얽혀 5년을 표류해 온 에바다 사건은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못했다.

96년 11월 27일 새벽 5시.
청각장애아 교육기관인 에바다학교의 학생들이 배고픔과 추위, 강제노역과 폭력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해 '에바다 비리재단 퇴진을 위한 6번째 농성'을 시작한 지 5년, 농성 2000일을 바라보게 되었다.

장애인 시설 내의 조그마한 행정, 재정비리로 여겨지던 이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산된 것은 농성하던 아이들을 재단의 신고로 출동한 평택경찰이 5분만에 권총을 들이대며 무력진압을 하면서부터이다.

평택 경찰은 농아 아이들을 말귀를 알아듣지 못한다고 마구 두들겨 패고 노끈으로 줄줄이 묶어 파출소까지 200미터를 끌고 가며 계속 구타를 가해 대부분의 아이들은 입원해야만하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에바다는 크게 이슈화되었으며, 그 이후에 연이은 양지마을 사건 등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 장애인 시설비리의 상징이 되었다.

여론에 떠밀려 실시된 각종 감사를 통해 에바다 재단의 국고 횡령금액은 공식적인 것만 3억이 넘었고 총 추정액은 6억여원을 넘어섰다.

이러한 국고 횡령은 원생 수에 따른 국가 지원의 맹점을 이용, 호적 및 주민등록 이중 등재와 발급, 장애인수첩의 부당발급을 통해 이루어지거나 농아 학생들의 외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버젓이 가족이 있는 농아 학생 등은 친권포기 각서 등을 받아 고아로 기록, 국가 보조금을 부풀려 받았다.


이러한 착복은 바로 열악한 시설과 인권유린으로 이어져 농아 원생 70여명이 지난 10년 동안 1인당 2~3만 달러로 해외로 강제 불법입양된 사실이 밝혀져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겨울에 난방조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어린 아이들이 찬물로 목욕을 하고 아이들이 배가 고파 수퍼마켓에서 식료품을 훔쳐먹기도 하고 개밥의 라면을 주워 먹기도 해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


이 사건이 더욱 확대 되었던 것은 조사 중에 농아 원생 중 세 명의 아이들이 인근 미군부대 미군(월리엄스 미 제7공군 소속)에게 성추행 당한 것이 밝혀지고 재단은 이를 알고도 방치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 에바다 사건이 평택지역 전체 지역 사안으로 떠오른다.

이에 지역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공동대책위가 구성되기에 이른다. 에바다 사안이 평택 전 지역으로 퍼져 나간 것은 에바다 비리재단과 관과의 유착, 심지어 경찰, 검찰과의 지역 토착비리의 고리가 밝혀지면서부터인데 재단에서 행해진 대부분의 횡령 수법은 사실상 관과의 유착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주민등록증을 재단 독자적으로 이중 발급하기는 아무리 장애인시설이라는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미발급상태의 장애인 수첩이 다량 농아원 사무실에서 발견된 것도 이러한 의혹을 더욱 짙게 하고 있다.

미발급 장애인 수첩을 소유할 수 있는 것은 도청, 시청, 구청밖에 없다. 이런 유착 의혹은 97년 7월 농성 과정중에 농아원 근처 하천에서 최미선(당시 나이 9세)학생이 익사체로 발견되면서 더욱 증폭되었다.

사건 당시에 평택 경찰은 아이가 정신지체임을 감안하여 단순 익사로 처리한다고 발표하였는데 당시 아이의 몸에는 온통 멍자국이 있는 점과 물을 정말 싫어했다는 점과 시체가 발견된 장소가 아이가 접근하기는 어려운 갈대가 우거진 곳이라는 점.

이 사고에서 반드시 해야하는 여러가지 신체 검사는 하나도 하지 않고 서류 심사로 서둘러 사건을 종결한 점 등으로 보아 농성하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의구심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최미선 사건 이후 에바다 재단에서는 74년 이래로 매년 크고 작은 농성이 빈번했으며 강간과 폭행 사건은 비일비재했음이 많이 증언되고 있어 이에 대한 진상 조사가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제까지 드러난 의문사로는 재단에 의해 강제 결혼을 당하여 최씨 일가의 가정부로 있다가 탈출했으나 다시 잡혀와서 다음날 죽은 1992년의 오미숙 사건과 1994년에 있었던 곽은미 학생 실종사건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4월 20일 있은 진혼제는 이러한 장애인 시설 의문사의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에바다에서 죽은 아이들의 혼을 조금이라도 달래기 위해 기획되었다고 전국에바다대학생연대회의는 밝혔다.

이러한 에바다 재단의 고착된 비리와 인권유린의 가장 큰 원인은 재단운영이 한 집안의 혈족 족벌운영으로 이루어지면서 20년 동안 지역토착비리로 굳어졌다는 점이다.

에바다 재단은 최성창 이사장과 최실자 원장을 중심으로 한 최씨 일가가 이사를 포함하여 9명이 포진해 있었다. 또 하나의 가장 큰 원인은 이러한 비리가 장애인 시설을 포함한 모든 사회복지시설에 만연하여 마치 관례처럼 되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관계자조차 이러한 재정비리의 상납구조가 어쩔 수 없음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며 97년 6월 감사원 감사에서는 전국 83개 복지시설에서 허위로 서류를 작성, 공금을 횡령한 사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따른 시설장들의 로비역시 막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바다 복지회가 정상화되지 못하고 자꾸만 제자리를 맴도는 것 역시 보건복지부가 시설 패쇄나 국립화에 따른 파장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에바다로 하나의 선례를 남기면 뒤따를 모든 부담을 모두 감당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적으로도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재단을 해체할 수 있는 권한이 사회복지사업법상 보건복지부에 있으나 법조항 역시 할 수 있다는 식의 임의 조항이고 비리 때문에 시설이 패쇄된 경우는 있으나 그 재단 자체를 해체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보건복지부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혈연과 학연등으로 이어져 있는 우리나라 지방 권력의 특성상 평택시에서 파견하는 관선이사장으로 사태의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작년에 언론에 공개되어 파문이 일었던 김선기 평택시장과 비리재단과의 서로 봐주기식 이면 합의서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중앙 정부의 관리 소홀로 말미암아 감사원의 특별감사조치조차 이행되지 않았고 평택시청은 대부분 에바다와 관련하여 허위보고를 일삼은 것으로 드러나 주무 부서인 보건복지부마저 최씨 일가에 로비에 넘어간 것이 아니냐는 의심마저 받고 있다.

중앙정부의 개입이 없이 사태 해결이 힘들다는 한계는 지난 98년 5월 10일 오후 열린 ‘金大中(김대중)대통령 국민과의 TV대화’에서 에바다농아원 사태문제가 또다시 제기됨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등 정부부처와 경찰 등 관련당국이 사태파악에 나섰으나, 아무 것도 정상화된 것이 없었다는 데서 드러났으며,

급기야는 장애인 직능대표인 이성재 국회의원이 이사장을 자임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재단의 로비에 의해 캐스팅보트를 가지고 있는 이사를 설득하지 못함으로써 다시 에바다 사건은 혼미해졌다.

그래서 4월 18일부터 전국에바다대학생연대회의 소속 대학생 두 명이 비리재단 해체와 국·공립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요구하며 의장(장신대93, 좌동엽)과 연대사업국장(연대 게르니카 96, 지체 3급 김주현)이 단식에 들어갔다.

4월 24일 월요일로 6일째며 특히 김주현 군은 뇌성마비 장애를 안고 있어 움직이지 않아도 에너지 소비가 남보다 2~3배 많아 심각한 탈진증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말에 이성재 이사장체제가 새로운 이사진 구성을 못함에 따라 지금 현재 모든 권한은 평택시청에 위임되어 있는 상황이다. 참고로 에바다복지재단의 설립은 다음과 같다.

미국인 더그라스 크레이머는 1964년 고아들을 수용하는 '사회복지법인 어린이보육원'을 평택군 팽성면에 설립했다. 1974년에 이사장이 맥신스트로 브릿치로 바뀌고 최성창 목사는 이때 이사로 참여했다.

1982년, 최성창 목사는 맥신스트로 브릿치가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기증한 약 6,000평의 땅과 전국 에바다교회에서 출연한 2천만원, 기타 기부금 4천만원으로 법인을 재설립, 이사장이 되면서 명칭을 '사회복지법인 에바다복지회'로 바꾸고,

그 목적을 장애인 재활시설 설치운영사업, 장애인 요양시설 설치운영사업, 장애인 이용시설 설치운영사업,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설치운영사업, 특수학교 설치운영사업, 기타 장애인 복지에 관한 사업으로 정하였다.

현재 '에바다복지회' 산하에는 생활보호대상자와 고아, 농아를 수용하는 '에바다농아원'과 농아들의 교육시설인 '에바다학교', 장애인 이용·요양·재활시설인 '에바다장애인 종합복지관'이 있다.

덧붙이는 글 | 시설의 벽을 허물고 희망의 햇살을 장애인에게
에바다 홈페이지 : http://user.chollian.net/~ept1000

덧붙이는 글 시설의 벽을 허물고 희망의 햇살을 장애인에게
에바다 홈페이지 : http://user.chollian.net/~ept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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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eduable.jinbo.net) 사무국장을 맡아 장애인들의 고등교육기회확대와 무장애배움터 실현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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