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유명배우가 오지탐험 프로그램 촬영도중 말라리아에 걸려 사망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말라리아는 이제 더 이상 외국에서 걸려오는 병이 아니다.
1975년 이후 국내에서는 거의 박멸된 것으로 알려졌던 말라리아는, 1993년 경기도 북부 휴전선 부근에서 근무하던 병사 한 명이 감염된 것을 시작으로 매년 환자발생수가 급격히 증가하여 다시 창궐하는 질환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기생충질환인 이 말라리아는 우리나라에서는 ‘학질’이라고 불려왔는데, 현재 효과적인 예방약과 치료약이 개발되어 있지만 제3세계를 중심으로 전세계적으로 약 500만명이 매년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사적으로는 알렉산더 대왕이 젊은 나이에 요절한 것이 말라리아 때문이라든가, 미국 남북전쟁 당시 전쟁에 참여한 병사들의 반 이상이 말라리아에 감염되었으며, 인류 역사이래 말라리아에 의한 사망자수는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수를 능가한다는 통계자료도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워싱턴대학 과학자들이 자기장을 이용하여 말라리아를 파괴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인체의 적혈구에 침범한 말라리아에 지구의 자기장보다 조금 더 강한 자장을 형성시켜줌으로써 말라리아가 인체로부터 필요로 하는 효소의 독성을 유지시켜, 68%까지 혈중 말라리아 활성과 숫자를 감소시킬 수 있었는데, 이 방법은 비용이 아주 적게 들 뿐만 아니라 간단하고, 특히 약물과 달리 내성에 대한 걱정이 없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아직 실험실 연구단계이지만, 이 방법이 동물이나 인체실험에서 효과가 입증될 경우 말라리아는 앞으로 역사책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질환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되더라도 우리에게 말라리아는 남다른 의미로 남게 될 것이다.
말라리아의 재창궐은 전세계적인 현상으로 지구온난화에 의한 것이라고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계속되는 북한 식량난으로 북한 주민들의 영양 부족과 위생상태 불량에 의해 모기의 특성이 변화된 결과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역사책에는 “우리나라에서 말라리아가 재창궐했던 것은 북한의 식량난과 같은 민족으로서 이를 외면해온 남한 사람들의 무관심 때문에…” 라고 씌여질지도 모른다.
다행히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범국민적인 북한돕기운동이 벌어져 “우리나라에 재창궐했던 말라리아는 남한 사람들의 적극적인 지원아래 북한의 식량난이 해소되어 영양상태가 좋아지면서… 사라지게 되었다” 는 역사를 남길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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