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 죽어나가는 응급실?

언론의 과장과 우리 응급의료의 현실

등록 2000.05.03 15:44수정 2000.06.07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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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언론에는 우리나라 응급실에서 살릴 수 있는 환자의 절반이 죽어간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최근 발표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응급실이 의료의 사각지대’(세계일보 5월 2일)이며 심지어는 ‘환자의 절반이 처방이 늦어 억울한 죽음’(조선일보 5월 1일)을 당하고 있다는 과장.왜곡보도마저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응급의료기관 평가 보고서」에 의하면 97~98년에 3차 의료기관 응급센터 2곳과 종합병원 응급실 4곳에서 사망한 환자 131명을 상대로 사망원인과 응급처치 등을 「응급처치 표준」에 따라 분석한 결과,

사망환자의 50.4%가 처치 미숙, 응급장비 부족, 후송 지연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치료상의 미비점 발생 장소는 응급실에서 50.9%, 병원간 이송에서 23.3%, 중환자실에서 11.1%, 병원 전단계에서 10% 등으로 나타났다.

의료계에서는 이미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린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는 뒤로 하고 우선 언론들이 이 연구보고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 일부러 과장하고 있는 응급실의 실태와 연구결과를 따져보자.

전국의 103개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응급센터, 276개 응급의료 지정병원 중에서 6곳을 조사한 결과의 일반화에도 문제가 있지만, 결과는 사망한 환자의 50%에서 문제가 있었지만 그 속에는 여러가지 요소(처치미숙, 장비미비, 후송지연 등)가 포함되어 있고,

치료상의 미비점도 응급실이 50%를 차지하지만 이것이 곧바로 사망원인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더욱이 어디에도 ‘처방이 늦어 절반이 억울하게 죽었다'는 결과는 찾을 수 없다.

또한 보고서에는 사망환자 중에서 3분의1이 응급의료 기준상 「사망 예방가능률」 75% 이상인 환자로 분류됐다고 한다. 즉 전체 사망환자 중에서 충분히 살릴 수 있었던 환자로 평가되는 환자는 3분의1 이며, 이들도 100% 살릴 수 있는 환자가 아닐 수 있고,


실제로 응급실 문제로 사망한 경우는 이들 가운데 50% 이기 때문에 15% 미만이 되고, 그것도 앞서의 이송과정이나 병원전 처치 등의 요소가 포함된 결과이기 때문에 실제로 이보다 낮다고 봐야하는 것이다.

결국 대한민국에 태어난 죄로 응급실에서 ‘억울하게’사망했을 환자는 전체 사망환자의 10% 정도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또한 적은 수치가 아니다. 단 0.01% 일지라도 당사자에게는 100%이며, 이것은 곧 삶과 죽음을 가르는 수치가 될 수 있다. 단 한 사람의 환자도 장비가 없거나, 전문적인 치료가 늦어져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는 현실을 무시하고 넘어가서는 안된다.

그러나 언론의 과장된 보도는 안그래도 꼬이고 뒤틀어져 있는 의료현실을 더욱 왜곡되고 냉소적으로 바라보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국민들 스스로가 자신의 권리로 요구하고 변화시켜야 할 의료문제를 정부나 이익단체들만 탓하며 방관자로 나앉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에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문제가 된 우리나라 응급의료의 현실은 어떤가?

응급의료는 환자발생현장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며, 연락과 현장의 기본처치, 이송과정의 처치와 응급실 처치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응급의료체계는 병원전 응급 처치, 환자 이송체계, 응급통신망, 병원응급처치, 전문적 집중치료 등을 근간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응급의료는 이익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민간병원에 맡겨질 수 없는 문제다.

응급실을 통한 원가보전율이 25%에 불과하다는 얘기는 단지 민간병원이 응급실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로만 해석되어서는 안된다. 국가가 나서서 자원과 인력을 관리하고 지속적인 교육과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체계를 세워나가야 하는 이유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응급실을 찾는 환자의 80%가 소위 비응급환자인 현실에서 응급의학 전문의가 배치되어 있는 병원이 14%에 불과하다며 응급의학 전문의의 부족만을 탓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14%에 불과한 그 인력마저도 80%는 비응급환자를 보느라 눈코 뜰 새 없는 현실이다.

4월 1일부터 종합병원 응급실을 이용하면 1만5천원, 응급의료센터라고 되어있는 응급실의 경우 3만원의 이용료를 진료비와 별도로 내야 한다.

7월1일부터는 개정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환자의 응급처치를 받을 권리와 국가의 의무가 강화되고, 응급처치기금 설치, 권역별 응급처치센터의 운영 등 응급의료에 대한 국가의 역할이 좀더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대학병원 응급실 이용에 돈이 더 든다는 것 말고는 피부로 느껴질 만한 것은 별로 없을 듯하다. 게다가 아직도 정부나 국민의 응급의료에 대한 시각은 병원 응급실에만 국한되어 있다.

최일선에서 환자를 처치하고 이송하는 응급구조인력의 육성과 체계적 관리, 이송체계, 통신 정보체계 구축에 대한 대책은 미흡하다.

사고 환자가 단지 환자를 옮기는 차에 불과한 사설 구급차에 실려, 가까이에 있는 병원을 두고 먼 곳의 병원으로 실려가다가 사망하는 일들이 없어질 것 같지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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