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오렌지에 고독성 농약 메칠브로마이드 살포

국립식물검역소서 살포 후 국내 유통 확인

등록 2000.06.01 21:01수정 2000.06.01 21:54
0
원고료로 응원
수입오렌지 고독성 살충제 메칠브로마이드로 전량소독
잔류농약기준치 넘은 수입오렌지 시중유통 가능성 제기!!

국내에서 유통되는 미국산 수입오렌지가 선진국에서 생산·사용을 규제하고 있는 고독성 살충제인 메칠브로마이드(이하 MB)를 사용, 전량 소독처리한 뒤 합격조치한 것으로 드러나 수입농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국립식물검역소 한 관계자는 30일 기자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지난 1∼4월 미국에서 수입된 오렌지 52,290톤 전량을 고독성 살충제인 '메칠브로마이드'를 이용, 훈증소독처리해 합격조치해 유통시켰다고 밝혔다.

다음은 기자가 국립식물검역소 관계자와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확인한 내용이다.

검역과정에서 소독에 사용한 소독약은 무엇인가?

"훈증제인 메칠브로마이드(MB)이다. MB는 사용후 농산물에 잔류가 적어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가를 포함해 대부분의 국가들이 농산물 훈증소독에 사용하고 있는 약제다."

그 양은 얼마나 되는가?

"상온 15∼20℃에서 1입방미터당(㎥) 40.5g을 2시간 동안 가스상태로 살포해 소독처리하고 있다."


왜 소독을 실시하는가?

"미국산 오렌지는 수입전 의무적으로 소독을 실시하기로 미국과 합의 결정한 사항이다. 의무소독 대상인 오렌지가 미국에서 소독을 실시하지 않고 수입되면 불합격 처분 중의 하나인 소독명령을 내리고, 소독이 끝나면 합격조치하게 된다. 미국에서 반드시 소독하지 않아도 된다."


언제부터 MB를 사용했는가?

"수년전부터다. 그동안 문제될 것이 없었다. 지금도 문제되는 것이 없다."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살포하면 잔류농약이 문제되지 않는가?

"약 자체는 독성이지만, 안전하게 소독하므로 괜찮다. 잔류농약이 문제시될 것이 없다. 개스농도를 체크한다. 다 15ppm 이하로 나온다. 이는 식약청의 30.00ppm 기준치보다 낮은 수치다."

그건 가스농도이지 잔류농약 수치가 아니지 않은가?

"잔류농약확인은 우리 관할이 아니다. 그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소관이다. 우리가 잔류농약확인을 하는 건 아니다. 식약청으로 문의해 봐라."

담당과와 담당자를 알면 말해달라.

"모른다. 식약청으로 전화해 확인해 봐라."

다시 한번 묻는다. MB를 이용, 훈증처리한 수입오렌지가 안전한가?

"가스농도가 기준치 이하기 때문에 안전하다."

기자는 다시 식약청 관계자와 바로 확인취재를 가졌다. 다음은 그 일문일답이다.

MB를 이용, 훈증처리한 수입오렌지에 대한 잔류농약검사를 하는가?

"식약청의 12개 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다."

잔류농약허용치는 얼마인가?

"30.00ppm이다."

1∼4월에 수입된 수입오렌지 전량을 다 했는가?

"그건 아니다. 식품위생법에 의거, 표본을 추출해 일부만을 한다. 콘터이너박스 단위로 한다."

일부는 하고 일부는 안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그럼, 나머지는 어떻게 하는가?

"검사를 하지 않고, 유통시킨다. 기준치 이상으로 나오는 것은 반송하거나 폐기처분한다. 그런 경우가 있는 건 사실이다."

통계수치가 있는가?

"12개 기관에서 나눠 하기 때문에 종합된 통계수치가 없다."

식물검역소와 말이 다르다. 식물검역소는 전량 소독한 뒤 합격처분해 유통시킨다.

"우린 기준치 이상의 경우는 반송하거나 폐기처분한다. 왜 자꾸 묻는가? 개인 목적으로 사용하려고 하는가?"

국민과 소비자들이 알아야 한다. 그럼 기준치 이상의 MB가 잔류된 수입오렌지가 시중에 유통될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그럴 가능성이 있다. 샘플 단위로 추출해 검사하기 때문에 나머지는 보장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식품위생법에 근거한 것이다. 필요하면 근거조항을 불러 주겠다."

식물검역소와 식약청 관계자의 말을 종합할 때, 수입오렌지는 미국에서 소독없이 한국에 전량이 수입되어 검역과정에서 고독성 살충제의 일종으로 알려진 MB를 가스상태로 2시간동안 소독한 뒤 합격조치해 유통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또한 이들은 수입오렌지에 남은 MB의 잔류농약검사는 콘테이너 박스 단위로 일부 샘플에 한해 실시하며 기준치 이상의 경우 반송하거나 폐기처분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잔류농약이 검사되지 않는 채 시중에 유통되는 수입오렌지의 경우, 안전성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이와 관련, 순천향의대 농약중독연구소 홍세용 소장은 "WTO, EPA(미국환경보호국)가 아직 MB의 독성에 대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독성은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알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식품안전청이 수입오렌지에 대한 MB의 잔류농약 검사통계를 정확히 공개해 안전성 여부에 의혹을 해소해 줘야 할 것이다"고 말한다.

농약총람(도서출판 한림사)에 따르면, MB는 인체에 독성이 강하고 색깔도 냄새도 거의 없는 고독성 농약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 살충제는 과실류 등에 사용할 경우, 상품의 품질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주의해 사용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품명 싸이론 훈증제로 영일화학 등에서 현재 생산중이다. 공급대상은 국립동물검역소, 식물검역소 등 공공기관 및 유관기관에 한하도록 되어 있다. 이를 사용할 경우 공공기관에 등록된 방제업자로 일정한 교육을 받은 자가 반드시 격리식 전면형 방독마스크를 착용하고 작업을 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MB는 오존층 파괴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어 2001년까지 생산이 전면 중지된 상황이다. 특히 MB는 기체인 상태에서 사람이 호흡하면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가한다. 실제로 MB는 실험실 동물에게 대뇌손상을 일으켰고, 1982년 이래 캘리포니아에서만 19명의 주민이 목숨을 읽은 것으로 기록됐다(MBC 라디오 '세계는 지금' 1997/8/20 인용).

또한 지난 99년 11월 29일 북경에서 열린 오존층 보호를 위한 몬트리올의정서의 제11차 당사국 회의에서 EU는 농산물의 검역·선적전 훈증처리에 쓰이는 메틸브로마이드를 96∼98년 생산·소비량 기준으로 선진국은 2001년, 개도국은 2002년부터 동결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미국에서 오렌지를 국외로 수출할 때 MB 등을 이용해 농산물 소독을 안하는 이유는 자국내에서 생산이 규제된 이 살충제를 썼을 경우, 혹시 불거질 줄도 모를 수입농산물의 안전성 문제와 관련이 깊을 수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전국 최고 휴게소 행담도의 눈물...도로공사를 향한 외침 전국 최고 휴게소 행담도의 눈물...도로공사를 향한 외침
  2. 2 1만2000 조각 났던 국보, 113년만에 제모습 갖췄다 1만2000 조각 났던 국보, 113년만에 제모습 갖췄다
  3. 3 [단독] 김태열 "명태균이 대표 만든 이준석,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단독] 김태열 "명태균이 대표 만든 이준석,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4. 4 한 박스 만원 안 나오는 샤인머스캣, 농민 '시름' 한 박스 만원 안 나오는 샤인머스캣, 농민 '시름'
  5. 5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