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분쟁, 우리의 농부들을 생각한다 1

서산 남정리서 만난 60대 농부의 들일 모습

등록 2000.06.15 16:53수정 2000.06.1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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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충남 서산과 당진 대호간척지에 있는 농어민복지센터를 다녀왔다. 서산에선 인지면 남정리 한 귀농농가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 농가의 툇마루엔 방금 수확한 육쪽마늘이 제법 두툼하게 놓여 있었다.

농가의 앞쪽은 마늘밭이었다. 60대로 보이는 한 농부께서 담배를 한대 피우시더니 밭 여기저기 듬성듬성 남은 마늘을 뽑아 묶고 계신 모습이 보였다. 거기서 한 20여m 떨어진 곳에서 나이드신 아주머니께서 똑같이 허리를 숙이고 앉아 일을 하고 계셨다. 이곳 마늘재배농가에서 생산된 마늘은 마늘집하지에 집하되어 서울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이나 대도시 도매시장으로 출하된다.

이러한 마늘농가가 전체 농가 110만호 가운데 40%에 달한다고 농림부는 집계하고 있다. 결국 이번 중국과의 마늘분쟁이 어떤 식으로 결론나든간에 피해를 입는 것은 농민들이 될 것이라고 농민단체 관계자들은 말한다.

우려를 증명하듯 15일 '정부는 중국과의 마늘 분쟁을 해소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중국산 마늘에 부과된 관세율을 조정하거나 마늘 대신 여타 농산물의 수입을 확대해 주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연합뉴스의 보도가 나왔다.

농촌사회의 고령화가 진행된 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젊은 청년들은 농촌은 남아있지 않고, 대도시로 끊임없이 나간다. 남은 농가는 부채와 열악한 농업여건에 시달리면서 마지못해 농촌을 지키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기자가 서산에서 본 마늘농가의 모습은 이제 농촌 어디를 가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농촌을 누가 지키고, 이 땅의 농업을 누가 보호할 것인가?" 공염불 같은 씁쓰레한 생각을 하며 연로하신 농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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