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의 아름다운 만남을 생각합니다 (1)

농촌 자연체험에서 우리가 만나는 것들

등록 2000.06.28 16:21수정 2000.06.2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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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한무리의 사람들과 강원도 횡성군의 한 농가를 찾았습니다.

서울에서 온 사람들은 모처럼만의 외출이었습니다. 각박한 도심을 벗어나 강원도의 수려한 산줄기와 계곡과 자연을 만나는 이들은 일상의 껍데기를 잠시 벗어놓았습니다.

농장에는 농작물이 다가올 성하(盛夏)의 태양과 맞서며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서울 사람들 눈에는 배추며, 곰취나물, 더덕, 만삼, 감자꽃, 상추 등 하나하나가 진귀한 것들입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직접 농사지으며 재배할 순 없지만, 농원 주인의 설명을 들으며 농사의 존귀함과 고마움, 어려움을 한 가지라도 더 이해하려는 모습에서 자연과 일치하려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습니다.

농부는 말했습니다. 올 봄, 초여름 가뭄이 심해 농작물이 일부 말라죽고, 병해충 방제에 실패하면서 손해를 보았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이 농부는 절대 농약이나 화학비료는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자연의 섭리에 거스리는 농약, 화학비료를 사용하게 되면 땅도 병들고 자연도 병들어 결국에는 사람이 병들게 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농부의 철학과는 달리, 그도 유기재배한 농작물을 출하할 때 판로를 찾아야 하며, 한푼이라도 더 받기 위한 치열한 자본주의 시장경제논리에는 초연할 수 없는 농부일 뿐입니다.


환경농산물 유통에 종사하는 이들의 말에 따르면, 전국의 농가 110만호 중에 환경농가는 1만여 호도 안되며 그중에서도 수백호만이 판로를 제대로 해결하고 있을 뿐이랍니다. 채 1%도 안되는 농가만이 환경농업을 외롭게 실천하고 병든 땅의 지력회복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날 자연체험을 하고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한 분이 일어나 말씀하셨습니다. 수원에서 온 안미영 씨라고 자신을 밝힌 이 주부님은 "짧지만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농사의 어려움도 느꼈고, 더욱이 환경농업을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됐습니다. 저의 생활도 조금씩 친환경적으로 바꿔 나가고, 주위 이웃들이 건강한 식생활과 환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하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농촌과 농업에 희망이 없다고 말합니다. 재정경제부 모 부서의 공무원은 최근 중국의 WTO가입을 보면서 "비교열위에 있는 한국의 일부 농산물은 구조조정을 통해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 사람의 논리대로라면, 비교열위에 있는 지방의 대학들도 과감히 정리하고, 서울의 경쟁력 있는 대학들만 키워야 할까요? 대기업과 경쟁이 안 되는 중소기업들은 죄다 문을 닫아야 할까요? 뭐든지 자본과 경제의 논리로만 바라보는 비인간적인 그의 정책잣대에 휘둘리는 무수한 농민들이 있음을 볼 때 너무나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대목이었습니다.

프랑스에서 오랜동안 유럽의 농업과 농촌을 연구하고 돌아와 최근 (주)지역아카데미를 차린 오현석 대표이사의 말은 농촌과 농업에 대해 새로운 기대감을 걸게 해 줍니다.

"농촌의 어메니티는 경제의 논리로만 비교수치적으로 따질 수 없는 부분입니다. 최근 노동계에서 요구하는 주5일제 근무만을 예로 들어도 알 수 있습니다.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농어촌 공간을 찾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때 국가적으로 보호된 농어촌의 풍부한 자연환경, 문화유산, 지역특산물, 축제 등은 인간들에게 쉼터의 기능과 정신적 여유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한국은 그것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등한시하고 있습니다."

포도가 영글어가는 포도밭에서 사진을 찍으며 활짝 웃던 아름다운 사람들. 꽃과 산, 오리와 일일이 다 가슴과 머리에 다 새겨넣지 못한 자연과의 아름다운 만남을 아쉬워하며 사람들은 다시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언제든 마음 먹으면 찾아 쉴 수 있고, 넉넉한 인심과 풍족한 먹을거리와 볼거리, 체험거리가 있는 우리의 농촌을 위해서 이제 새롭게 농촌으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다시 자연과 사람들의 아름다운 만남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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