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수확해 불우학생 도우려던 청년회원들의 꿈 무산

공장에서 유출된 기름 논으로 유입, 벼 모두 타 죽어

등록 2000.07.03 21:45수정 2000.07.0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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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덕은2리(이장 안병철)에서 가을에 벼를 수확해 불우학생들을 돕겠다며 청년회원들이 심었던 벼가 공장에서 흘러나온 기름으로 인해 모두 타 죽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공장 근처에 있던 농수로의 농수관이 터지면서 물이 공장으로 흘러 들었고 공장에서 보관 중이던 기름이 물과 함께 밖으로 흘러나오면서 농수로를 통해 논으로 그대로 유입, 벼가 모두 타 죽고 말았다.

그러나 공장과 파주시농업기반공사에서 책임을 서로 전가하며 사건해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청년회원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더욱이 기름이 유입된 이 논은 월롱면 덕은2리 청년회(회장 백송현.39)에서 자신들의 후배인 월롱초등학교의 불우학생 장학금 마련을 위해 임대, 모내기를 했던 논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월롱면 덕은2리 청년회는 지난 6월 18일 월롱면 덕은2리 328-1번지 일대 1천여평을 논을 임대, 후배들을 돕겠다는 작은 마음을 담아 모내기 행사를 가졌다. 그러나 모내기를 한 지 불과 4일만인 22일 인근 공장인 (주)NPK(대표 박사웅)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논으로 유입, 모가 모두 타 죽는 피해를 당했다.

사태가 이런데도 덕은2리 청년회원들의 '공장에서 기름이 유출된 것이 확실한 만큼 공장에서 보상을 해 줘야 한다'는 요구와는 달리 (주)NPK측은 '파주시농업기반공사에서 관리하는 농수로 관로가 터져 공장이 침수되면서 기름이 유출된 만큼 원인제공이 농업기반공사에 있다'며 책임을 기반공사쪽으로 떠 넘기고 있다.

또 이 공장의 한 관계자는 '청년회에서 피해 보상을 해 올 경우 우리는 파주시 농업기반공사에 보상을 요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해 피해보상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파주시농업기반공사 관계자는 '공장측에서 기름관리를 제대로 못했고 하수구를 불법으로 농수로에 연결시켜 놔 기름유출 피해를 준 만큼 공장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덕은2리 청년회원들은 이들의 행태에 분노하고 있다. 백송현 청년회장은 '공장과 농업기반공사에서 피해보상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해 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한 뒤 '피해보상을 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또 백회장은 '월롱초교 후배들 중에 어려운 학생들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청년회의 사업으로 논을 임대, 모내기를 했었다'며 '벼가 잘 자라 풍년이 오길 기원했는데 너무 안타깝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재 이 논에서는 벼가 누렇게 타 들어가고 있으며 논에서는 산소가 공급되지 않는 듯 수포가 생기며 썩어들어가고 있어 앞으로 수년간은 기름피해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피해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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