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다 연대회의의 '패배 선언'...다시금 싸워야 한다

등록 2000.07.29 03:06수정 2000.07.29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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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시 싸워야 한다1.

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역사에 있어서 장애인 시설비리에 있어 가장 오랫동안 싸웠고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에바다 복지회 사건. 지난 7월 25일, 이 역사의 현장에 조용히 4년동안 함께했던 전국에바다대학생연대회의 소속 대학생들이 흐느낌조차 없이 '패배선언'을 했다.

그 패배선언은 거창하게 기지회견도 아니었고 에바다 투쟁을 하다가 구속되어 있는 대표의 옥중 서신을 읽는 것으로 대신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것은 유일하게 기자에 의해 오마이뉴스에 공표(?)되었다.

그들의 패배 선언은 곧 이 에바다 투쟁을 했던 모든 사람들의 패배선언은 분명히 아니다.에바다 싸움의 포기도 아니다. 그들은 그들의 작금의 한계와 잘못을 솔직히 시인한 것이다.

단지 대학생이라는 한국 사회에서 부여받은 자격에 의해 그들의 원칙과 명분이 관철되지 못했음을 인정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인정은 이미 90년대 아니 2000년대 학생운동이 그리도 많이 잃어버린 '치열한 자기반성'과 '실천하는 평가'를 일궈내기 위한 몸부림이었고 스스로에 대한 시험이었다.

에바다에 함께 했던 대학생들의 원칙은 오로지 비리재단 퇴진과 에바다 복지회의 민주화 그리고 장애인시설 비리척결이었다. 그들의 외침이 흡사 80,90년대의 전두환, 노태우 정권퇴진, 우리나라의 실질적 민주화에 비유한다면 좀 비약일까?

그들은 스스로를 힘없고 깨질 수밖에 없는 계란이라고 불렀다. 또한 그들의 싸움을 다른 어른들은 승산없는 싸움이라 자조했다. 그들의 승리는, 원칙은 불가능이었다.


지난 96년부터 지금까지 학생들은 수백회에 이르는 집회와 광화문 누각 시위, 최근에는 이순신동상 고공 시위까지 말그대로 정말 안해본 것 없이 다 해보았다. 오죽했으면 이제 그들은 단순히 알리기 위한 집회가 아니라 잡혀가기 위한 집회를 한다고 할까?

그러나 그들의 투쟁은 이제 3번째의 패배를 하고 말았다.


학생들의 첫 번째 패배는 에바다농성을 하고 있는 선생님과 부모님 그리고 아이들을 혼자 싸우게 내버려 두어 비리 재단의 보복을 받게 한 때였고 그들의 두 번째 실패는 전 관선 이사장인 이성재 의원을 제대로 압박하지 못해 민주적인 이사회 구성을 끌어내지 못한 때, 물론 그 때도 학생들은 그들의 원칙인 법인 해체를 통한 에바다 복지회의 국공립화였지만 관철시키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이사 구성권이 평택시청에 넘어가자, 시장과 비리재단의 결탁 의혹을 재기하며 평택에서는 유례가 없는 시청앞 천막농성을 시작했고 이윽고 농성 와중에 비리인시들의 복귀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생들의 반발은 극에 달해, 대표인 좌동엽(장신대 93)군이 전격 구속되고 롯데호텔 노조탄압에 버금가는 폭력진압을 당하기도 했다.

4년 동안 한 번도 없었던 학생대표와 교사대표의 단식과 삭발, 지역 학생조직의 결합에도 불구하고 결국 에바다 비리사건 당시의 이사장과 이사였던 최성창과 최성호는 다시 이사로 복귀할 것이 분명해졌다.
그래서 대학생들은 패배를 선언한 것이다.

그간의 과정을 살펴보면 최성창의 이사복귀에 이시진 구성 자체를 거부했던 에바다 정상화를 연대회의 소속 시민·인권단체나 지역 공대위, 그리고 대학생들조차도 평택시가 이시진 구성을 수락한 7명(비리재단측 인사5명)으로 이사구성을 해버리려고 하자, 그만 진퇴양난에 빠져 버리고 말았다.

연대회의가 추천한 인사가 빠진 채로 평택시가 이사구성을 강행처리 한다면 에바다 투쟁의 명분은 살지만 농아원 아이들을 고스란히 도둑들에게 넘겨주고 아무런 일도 앞으로 하지 못하는 꼴이 되고 명분과 원칙을 살리자니 아이들의 인권이 다시 죽고.

그 속에서 대학생들은 고심 끝에 에바다 선생님들들과 아이들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 이제 복지회로 들어가서 투쟁하는 안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존중하고 에바다 대학생연대회의는 패배를 선언한 것이었다.

평택시가 최씨 일가를 복귀시키는 것을 막아내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진 것이다.

사실 이번의 결정은 에바다대학생연대회의 조직 자체의 와해를 불러올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것이었다. 대학생들이 비리재단 복귀에 대해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할 때 그들의 4년 간의 투쟁과 노력은 모두 어쩔 수 없는 패배감으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대학생들이 구해야 할 답은 에바다의 해결책이 아니라 에바다 투쟁의 이유가 되었다. 그리고 학생들은 알고 있다. 에바다의 끝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에바다 정의와 진실이 우리를 보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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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eduable.jinbo.net) 사무국장을 맡아 장애인들의 고등교육기회확대와 무장애배움터 실현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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