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로선 광복절이요, 또한 감동적인 남북이산가족 간의 상봉이 있던 8월15일, 우리에게는 이산가족 상봉 소식으로 크게 보도는 안 되었지만 일본은 55번째의 종전기념일을 맞아 도쿄의 한공원에서 정부 주최의 '전국전몰자추도식'이 열렸습니다.
일본 <산께이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이 날 천황과 황후, 수상, 중참 양원 의장, 최고재판소 장관들 등 각계의 대표 1000여 명이 참여했고, 유가족 5300명이 310만명의 전몰자의 명복을 빌면서 평화의 맹세를 새롭게 했다고 합니다.
모리 요시로 수상은 식사에서 전몰자의 명복을 비는 것과 동시에, 아시아의 인근 국가에 대해 많은 괴로움과 슬픔을 준 것을 겸허하게 깊은 반성을 표명하고, "다시 전쟁의 참화를 반복하는 것이 없도록, 항구적인 평화의 확립에 힘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20세기가 과학 기술과 생활수준에서 역사적인 진보를 이룬 세기인 한편, 전쟁에 의해 많은 참혹한 희생을 낳았던 세기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식단에는 2만5000개의 백국화과 황국화가 꾸며졌고 천황, 황후가 입장한 뒤, 참석자들이 국가를 제창했으며 정오에는 전원이 기립해 1분 간의 묵도를 바친 뒤 일본 천황은 이렇게 연설했다고 합니다.
"오늘은'전몰자를 추도하고 평화를 기념하는 날'이며, 전국전몰자추도식으로 임함에, 2차 대전에서 고귀한 목숨을 잃은 수많은 사람과 그 유족을 생각할 때 깊은 슬픔을 가눌 길 없습니다.
종전 이래 이미 오십오년, 국민의 끊임없는 노력에 의해 오늘의 일본의 평화와 번영이 구축해졌습니다만, 고난에 가득 찬 지난 날을 되새겨볼 때, 감개무량합니다.
이에 역사를 돌아보고, 전쟁의 참화가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원하고, 전국민과 함께 전몰자에 대해서, 마음으로부터 추도의 뜻을 표현하고, 세계의 평화와 우리나라의 가일층 발전을 기원합니다."
그 이후에도 여러 요인들이 추도사를 낭독하고 마지막으로 전몰자 유족 대표로서 동생을 잃은 한 남자가 말했습니다.
"우리들 한사람 하나하나가 각오를 새롭게 해, 가혹한 내외의 시련에 견디고, 여러분이 무엇보다도 원하는 나라의 평화와 자유를 지키고,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위해서 힘을 다하여,죽은 자의 유지에 대답하기를 마음으로부터 맹세한다고 말씀드립니다."
이어 동경예술대학 관현악 연구부가 베토벤 작곡의 교향곡 '영웅' 제2악장 등을 연주하며, 참석자에 의한 헌화가 행해졌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보면 이들은 전쟁을 일으킨 것에 대해 참회하며 진정 세계의 평화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사실 죽은 이에 대한 슬픔은 세계 공통의 아픔일 테니까요. 거기에 대해 시비를 걸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가끔 이들이 과연 참회하고 평화를 바라는 것인지 진실을 의심하게 만들 때도 있습니다.
망언으로 유명한 이시하라 도쿄지사와 야스오카 오키하루(保岡興治) 법무상 등 각료 9명이 2차 대전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도쿄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했습니다.
이들 각료중 야스오카 법무상과 모리타 하지메(森田一) 운수상은 공인 자격으로 참배했으며, 니시다 마모루(西田司) 자치상은 지난 11일 신사 참배를 미리 마쳤다는군요.
이로써 모리 내각 18명의 각료중 10명의 정부각료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했다고 합니다. 도쿄지사가 야스쿠니 신사에 공인의 자격으로 참배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는데 이 사람의 말에 따르면 "도쿄도 지사 이시하라 신타로로서 참배했다.
공인으로 참배해 무엇이 나쁜가? 공인에도 신교의 자유도 있고, 기본적인권도 있다"라고 기자단에 말했다고도 하고요.
그러나 그가 주장하듯 단순히 참배만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일까요. 야스쿠니 신사는 바로 2차 대전 A급 전범들이 같이 합사되어 있는 신사입니다. 즉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다시 일본이 군국주의로의 회귀를 꿈꾸는 인사들의 행동 정도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이들의 참배는 더욱 민감해질 밖에요.
괜히 주변국들이 그들의 참배에 우려를 표시하는 게 아닙니다.
또한 지금까지 이시하라의 망언들을 보자면 "자위대는 위헌이므로 헌법9조 개정을 통한 일본의 재무장 필요"라는 발언과 함께 "지진시 제3국민(한국인, 대만인 등 식민지 출신자들)의 폭동이 예상되므로 자위대의 치안 활동이 필요하다"는 등 극우적인 발언을 일삼아왔던 인물입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행위로 신사참배를 강행했다고 보기 때문에 이토록 반발이 심한 것입니다.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전몰 식사에서 말했던 모리 총리 또한 과거 "일본은 천황을 중심으로 한 신의 나라"라는 제국주의 일본을 연상케 하는 발언과 평화헌법과 자위대의 공격력을 증강하려는 계획의 추진등으로 볼때 수긍하기 힘듭니다.
게다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일본의 침략이 구미열강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게 만든 전쟁이었고 카미카제 젊은이들이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는 식의 글이 담긴 교과서가 일본 문부성에 검정을 신청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가끔 일본은 우리를 헷갈리게 합니다. 전쟁의 비극을 이야기하고 정말 과거의 침략을 참회하면서 세계의 평화를 지키고 싶어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시 제국주의 일본의 영광을 되살리고 싶어하는지 그들의 이중적인 태도는 아직도 일본은 우리에게 조심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일깨웁니다.
일본에 대해서 감정적인 친일이나 반일은 어느 쪽이나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그 속내를 정확히 드러내지 않는 일본을 좀더 자세히 이해하고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불행했던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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