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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직 세상이 살만한 이유는....
얼마 전 우리 동네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저희 동네는 서울시내에서 잘 사는 동네는 아닙니다. 대학가 근처라고 해도 토박이들이 많고 또한 학교옆에 보면 아직도 과거 판자집 비슷한 집들도 많고 저희 집 근처는 다세대 주택과 허름한 집들로 가득 차 있는 조금 과거로 회귀한 듯한 곳입니다.
결코 부자라 할 수 없는 이들 또는 학생들이 없는 돈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서울 시내에서 가장 싼 편에 속한다는 여기서 전세를 살거나 생활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저는 반지하 방 한 칸에서 대학 다니는 동생과 살고 있는데 저희 옆집에는 반지하 방 한 칸 짜리에서 살림을 시작하는 젊은 부부가 얼마 전에 이사와 살고 있습니다. 전세 1000만원대에서 시작하는 살림이 그다지 윤택하지만은 않을 테지만 그래도 잘 살아보겠다는 각오는 대단한가 봅니다.
이러한 동네 사정 덕분에 여긴 낮이면 조그만 아이들이 축구하는 소리가 시끄럽고 밤에는 미로같이 좁은 골목길이 어두컴컴한 외진 곳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곳에서 지낸지도 꽤 되었던 어느 날 모두가 곤히 잠든 새벽 3시 쯤 갑자기 "꺅"하는 소리가 집 앞에서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자다가 깜짝 놀라 졸린 눈을 뜨고 벌떡 일어나 체육복과 운동화를 신고 나가보니 어떤 젊은 여자분 한 분이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울고 계시더군요.
"도둑... 도둑..." 울먹이며 말도 못하고 한 쪽을 가리켰습니다. 어두운 컴컴한 밤중에 갑자기 누군가가 붙잡고 날치기 했으니 얼마나 놀랐을까요. 더군다나 그 쪽은 좁은 골목길인데다 보안등도 거의 들어오지 않습니다. 거의 정신이 없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주위에 많은 분들이, 어떤 분은 팬티 바람으로 어떤 분은 잠옷 차림으로 야구 방망이를 들고 나오시고 1~2분이 지나는 사이 수십명이 나오셔서 도둑을 잡으려고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 도둑이 골목길로 도망을 쳤는데 막다른 골목이라 담을 뛰어넘었으리라 생각하고 그 쪽을 뒤지기 시작했는데 그 집에서도 사람들이 나와 그 쪽 길을 차단하고 포위망을 좁혀 나가던 중 갑자기 옆골목에서 "잡았다"하는 소리가 들려와 가보니 도둑이 쓰러져 있더군요.
알고보니 어떤 젊은 한 분이 전에 쓰던 태권도 실력을 발휘했나 봅니다. 완전히 뻗어 있는 도둑의 목덜미를 다른 한 분이 무릎으로 누르고 있고 사람들이 다가와 웅성웅성 대더군요. 그런데 도둑맞았던 여자분의 지갑이 없어졌다고 해서 그 지갑을 찾으러 그 도둑이 나왔던 경로를 여러분이 한꺼번에 찾기 시작했습니다.
어두워서 아무 것도 안 보였는데 여러 분들이 손전등들을 가져다 주셔서 집뒤쪽의 좁은 통로등을 몇 분 간 뒤지다가 결국 그 도둑이 버려놓은 지갑을 발견하고선 그 여자분께 갖다 드렸습니다.
또 다른 분들은 곧바로 경찰에 연락을 했고 조금 있다가 경찰차가 와서 그 도둑을 인계해가고 몇 분이 증인으로 따라갔고 그 다음날부터는 그 도둑 잡았던 이야기가 동네에 떠들썩하게 퍼지더군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바로 이러한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입니다. 사실 돈도 없고 살아가는 게 힘겨운 이들이지만 남들이 힘들 때 먼저 뛰어나오는 이들은 바로 그들이었습니다.
저도 빨리 나간다고 나갔는데 정말 어떤 분은 윗도리도 안 입고 그냥 뛰쳐나오시더라구요. 사실 좀 산다는 동네에서 살아본 적도 있습니다만 그 동네에선 심심찮게 도둑이 들고 강도가 들었지만 모두가 무관심하더군요.
무슨 소리가 들려도 "내 일이 아니니까"하면서 신경을 끄는 게 일반적인 행태였습니다. 아예 대문 앞을 나서지 않는게 그 곳에선 에티켓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다르더군요. 인정이 있고 남의 일을 남의 일로 여기지 않고 자신의 일인양 앞장 서 모두들 움직이시더군요.
어쩜 그 도둑이 흉악한 사람일 수도 있고 무기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자다가 일어나는 것도 귀찮고, 다치면 자기만 손해니 나가지 말자라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인 사람들의 모습입니다만, 자신이 입을 손해는 생각지도 않고 뛰어나와 비명을 지른 여자를 구출하려는 모습에 참 많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도둑은 잡을 수 있었고요.
만약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면, 또는 거의 나오지 않았더라면 도둑은 잡을 수도 없었고 여전히 그 길은 암흑속에 기피하는 길이 되어갔을 겁니다. 그리고 대다수는 이런 식으로 말했겠지요. "저 길로 밤중에 다니니 마라"고요. 그러나 지금의 그길은 밤중에도 안전한 길입니다. 동네 모든 주민들이 지켜주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모두 이와 같습니다. 남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있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는 좀더 살기 좋은 곳이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남에 대하여 무관심하고 자신의 이익을 챙기고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사회는 그렇게 생각한 모두가 같이 점점 힘들게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모두 남에 대해 조금의 관심을 기울여 봅시다. 주위의 불우한 이웃이 있다면 조그만 배려라도 해봅시다. 먼저 양보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항상 입에 달고 미소를 보내어주고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하나 줍고, 다른 이들의 어려운 힘든 일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고 그러한 행동 하나하나가 결국 우리가 사는 세상을 좀더 살기 좋은 사회로 만들어줍니다.
당신이 세상이 아직 살만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당신이 모르는 그러한 이들이 아직 우리 주위에 많기 때문입니다.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행동 하나가 세상을 좀더 살만한 곳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자! 지금부터 해봅시다.
오늘부터 좀더 당신의 세상이 즐거워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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