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안티삼성아파트 홈페이지를 만든 까닭

대기업 횡포에 맞서 이긴 이기봉씨 인터뷰

등록 2000.08.18 11:40수정 2000.08.1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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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이 대기업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이기봉(40)씨는 자신 소유의 삼성아파트가 온통 곰팡이로 뒤덮이는 것을 보고, 삼성물산측에 아파트 재매입을 요구하였으나 거절당하였다. 이기봉씨는 이러한 대기업의 횡포에 대항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였으나 개인이 대기업을 상대하기란 힘들었다.

이기봉씨는 올해 2월 홈페이지를 개설하여 삼성아파트의 문제점을 하나 하나 정리해 올렸다. 이에 삼성물산측은 서울지방법원에 비방등 금지가처분 신청을 하였고, N사는 소송을 이유로 이씨의 홈페이지를 일방적으로 폐쇄하였다.

삼성물산측은 소장에서 "홈페이지의 게시물을 삭제하고, 향후 어떠한 방법으로든 이같은 사실을 남에게 알려서는 안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위반행위 1회당 100만원을 회사측에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개인으로서는 감당하기 힘겨운 법정 투쟁끝에 서울지방법원은 지난 6월 삼성물산측의 주장을 기각하는 판결을 하였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누구든지 자기의 의견이나 주장을 자유로이 표현할 권리가 있는 것이고, 또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아파트매매 등의 거래과정에서 어떠한 손해를 입게 되었다면 이를 보상받기 위하여 여러 경로로 구제방법을 강구할 수도 있으며, 인터넷 홈페이지상에 대기업의 영업활동에 관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올림으로써 '네티즌' 즉 통신이용자들 사이에 자유로운 토론의 장을 여는 것도 무조건 금지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하였다.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한 한 개인이 거대한 대기업을 이긴 것이다. 다음은 안티삼성아파트(sapt.ngokorea.org)를 운영하고 있는 이기봉씨와의 E-mail 인터뷰 내용이다.

- 안티삼성아파트 사이트를 개설하게 된 동기를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사실 분양초기부터 문제 투성이였던 아파트라서 6년에 걸쳐 지겨운(?) 보수공사에 지쳤던 상황이었습니다. 사이트 개설 당시 제 입장은 무척 난처한 상황이었습니다. 세입자가 이사를 원했는데, 그런 집을 누구에게 전세라도 줄 수가 없었습니다. 저도 제가 살고 있던 전세집도 이사를 해야 했는데 돈도 부족한 상황이었고, 이러한 사실을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인터넷을 이용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그러던 중 동아일보에서 한 소비자가 중소기업을 상대로 안티사이트를 개설하여 문제를 해결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 기사를 보고 저도 인터넷을 사용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 처음 사이트 개설에 어떤 분들이 도와 주셨나요?

사실 저는 PC를 그리 능숙하게 다루지 못합니다. 인터넷은 더군다나 모르는 상황이었죠. PC방 20여 군데를 수소문한 끝에 대학생 하나를 만나 아르바이트 용역을 의뢰하여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초기에 사이트를 올렸던 N사에서 삼성아파트와의 소송을 이유로 사이트를 일방적으로 폐쇄하였습니다. 저에게는 한마디 통보도 없었습니다.

- 삼성아파트측에서는 처음에 어떻게 나왔나요?

처음에는 저 때문에 선례를 남길 수 없다며 완강히 버티었습니다. 그러던 중 SBS 취재 소식을 듣고 태도가 바뀌어 적극적으로 협상을 하자고 왔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세입자의 동의만 얻고 저에게 상의도 없이 아파트 보수공사를 3일만에 해치워 버렸습니다. 저는 그런 행위를 증거인멸을 위한 조치라고 밖에는 볼 수 없었습니다.

- 삼성아파트측에서 소송을 제기하였다고 하는데, 간략하게 설명 부탁합니다.

홈페이지를 통하여 아파트에 낀 곰팡이 사진이 여러 사람에게 보여지는 것을 견딜 수 없었던지, "홈페이지 가처분" 및 이 사실에 관하여 타인에게 말도 하지 말라는 비방등 금지가처분신청을 제출했습니다.

- 개인으로서 대기업을 상대하기가 힘드셨을텐데, 어떤 점이 가장 힘드셨나요?

처음 홈페이지를 개설할 때, 소송을 진행할 때도 누구도 내 편이 아니라는 느낌이 드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참으로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습니다. 그리고 대기업 삼성의 위력이 정말 대단하더군요.

- 현재 삼성아파트측에서 어떻게 나오고 있나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 앞으로 사이트 운영계획은?

우리의 안티 문화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기전까지는 정말 지루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투쟁이 될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남의 일에 야속할 정도로 무관심한 것이, 우리의 현실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 너무도 불합리한 일들이 많아 이정도의 일에는 무덤덤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저의 이런 행동이 한 사람에게라도 이러한 비리를 더 알리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덧붙이는 글 | NGOKOREA에서는 홈페이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NGO에게 기술적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NGOKOREA에서는 홈페이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NGO에게 기술적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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