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북 정보독점을 우려한다

남북 신문 상호교류 방침을 보며

등록 2000.08.22 23:54수정 2000.08.2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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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당국간에 판문점을 통한 상호 신문 교류를 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정부의 대북 정보독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10여종의 남한 신문이 판문점을 통해 북한에 전달하고 북한의 일부 관영 신문을 남한에 전달하는 실무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소식은 남한 언론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12일 방북한 남한 언론사 사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가 (남한)신문을 일본을 통해 돌아서 읽을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제기가 발단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신문도 판문점을 통해 다 읽었으면 좋겠다"는 의향을 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남한의 주요 신문 10여 종과 <노동신문>(노동당 기관지)과 <민주조선>(내각 기관지) 등 북한의 주요 신문을 판문점을 통해 교환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남북한 당국이 상대방 언론을 통해 상호 이해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전달되는 북한의 관영 신문은 광화문에 있는 통일부 북한자료센터에 비치하여 일본을 통해 들어오는 것보다 빠르게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에도 불구하고 북한 신문은 북한자료센터나 국회 도서관 또는 일부 정부 기관을 통하지 않고는 일반 시민들의 북한 신문 구독은 지금처럼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국민들의 알 권리를 제한하는 문제로 연결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남북한간 화해와 협력이 증진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에 대한 정보는 비단 정부 당국뿐 아니라 기업인이나 이산가족, 그리고 북한 연구자들과 일반 국민들에게도 관심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한 신문이 상호 전달됨으로써 과거보다 다소 빠른 회람이 가능하더라도 국민들의 알 권리와 관심을 충족시키는데는 여전히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특히 기업인이나 북한 연구자들에게는 이들의 경제활동이나 연구활동의 폭을 제한하고 정부에 의존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결정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못할 수 있다. 기업인들은 대북 투자 및 경제협력에서 늦은 판단 및 착오, 연구자들은 협소한 연구 범위를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그것이다.

사실 지난 6공화국 당시 노태우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와 북한의 주변국과의 관계개선 지원 의사를 밝힌 소위 '7.7선언'을 하면서 북한 정보에 대한 정부 독점을 완화할 것임을 표명한 적이 있으나, 반북정서와 이런 방침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노력 미흡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였다.


현재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은 남북공동선언 발표을 바탕으로 당국자간 회담, 이산가족 상봉, 경제협력 증진 등 가시적인 관계 개선의 성과를 보이면서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로부터 큰 지지와 환영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이제는 보다 구체적인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노력을 가속화 함으로써 보다 성숙된 관계개선을 추구해야 할 시점에 이르고 있다.

특히 현정부의 대북정책이 국민적 신뢰 조성의 한계가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는 데서 나타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북한 관련 정보의 공유는 그러한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는 출발이 될 수 있다. 북한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접근을 여전히 제한하는 것은 국민들의 성숙한 판단력을 의심하거나 정부가 대북 접촉 및 정보를 독점하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줄 수 있다.

정부 당국이 국민들의 높은 판단력을 믿고 남북 화해 및 협력에 국민들의 동참을 유도하여 결국 남북관계 개선이 남북한 겨레의 삶을 살찌우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한다면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한 신문 교환의 효과가 국민들에게 미치도록 하여야 할 것으로 사려된다. 이것은 앞으로 남북관계 개선이 남북한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을 판단할 수 있는 첫 준거라는 점을 정부당국이 깊이 생각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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