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건국 이래 최고위 인사 부패혐의로 사형 언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지 보도 - 첸 케지에 전인대 의장

등록 2000.08.23 00:58수정 2000.08.2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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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문제가 심각한 정치적 문제로 부상해 있는 중국에서 1949년 건국 이래 최고위 정치인이 사형 언도를 받았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지는 22일 우리의 국회의장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의 전임 의장이었던 첸 케지에가 부패혐의로 고등법원에서 사형을 언도받았다고 보도하였다.

그는 대법원의 마지막 판결을 남겨 놓고 있지만 사형언도를 뒤집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신문은 그를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중국내 여론을 <신화사통신>을 인용하여 전하였다. 부패문제가 체제 위협으로 발전할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중국 당국의 강력한 의지로 평가되는 이번 조치는 고위 당·정 인사들에게는 경고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지는 첸에 대한 사형언도는 뒤집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것은 중국당국이 정치권에 만연되어 있는 부패문제를 일소하기 위한 하나의 사례라고 논평하였다.

올해 66세인 첸 케지에는 그의 정부(情婦) 리 핑으로부터 4천1백만 위안(3천7백만 홍콩달러)을 뇌물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일로 리 핑은 지난 8월 9일 무기징역을 언도받았다.

첸은 그가 경제적으로 낙후된 광시 서부지역의 행정책임을 맡고 있던 시절 뇌물을 수뢰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중국 언론들은 첸이 리 핑과의 결혼을 빙자하여 많은 재물을 착복하였다고 보도하였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중국 언론에 의하면 그는 또 국영 은행에 압력을 가하여 자금 대부를 받았으며 광범위한 프로젝트에 개입하여 많은 리베이트를 수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재임하던 광시 지역은 개발이 아직 미비하고 밀수업자들이 횡행하는 해안지역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부패문제는 그동안 하위직 관료 및 지방 차원에서는 강력한 법적 단속이 계속 되었지만, 중앙 차원에서는 정치학습이 그 대응 방법으로 주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이런 대응은 국민들의 불신과 중앙 관리들의 부패 확산을 조장하는 역효과를 가져왔고, 급기야 개혁개방에 비판적인 보수 정치세력의 공격으로 장 쩌민 주석의 정치적 입지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였다.


최근에는 장 쩌민 주석의 측근으로 알려진 한 고위인사가 부패혐의 의혹을 받자 자살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이런 상황에 직면한 장 주석은 부패문제에 적극적인 대응을 강요받아 이번과 같은 단호한 방침을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

장 쩌민 주석은 그의 일인자로서의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개발한 소위 3강이론(三講理論: 講學習, 講政治, 講正氣) 중 '강정기'를 통해 부패일소를 강조해왔다. 이제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이러한 정치학습의 한계를 인정하고 보다 직접적인 사정의 칼을 통해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여 국민들의 불신과 체제 위협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회주의시장을 바탕으로 개혁개방노선을 계속 추구하는 중국 지도부에게 부패문제는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아킬레스건으로 계속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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