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당신이 수십억 거부가 되는 제안을 받았다면?"

오마이뉴스 독자들께 드리는 황당한 질문

등록 2000.08.26 17:22수정 2000.08.26 19:11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는 이제부터 이 글을 읽는 오마이뉴스 독자들께 참으로 황당한 질문과 솔직한 저의 이야기를 해나가려고 합니다. 저와 제가 아는 형과 사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좀 과장되게 고백하자면 저는 근 한 달동안 내 뼈와 살이 녹을 정도의 피나는 나 자신과의 싸움을 해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도 아니고, 밤낮없이 하루에 서너시간의 잠으로 간신히 버티면서 '어떤 한 가지 일'에 미쳐있었으니까요.

자 그럼, 이제부터 내 이야기를 전개하겠습니다. 먼저, 이 글을 읽는 독자들께 한가지 질문을 하고자 합니다.

"만일, 당신이 아는 어떤 지인으로부터 당신을 수십 억원을 가진 거부로 만들어 주겠다며, 전혀 생각도 못해본 어떤 사업 관련 일을 해보자는 건의가 들어왔을 때,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이시겠습니까?"

황당한가요? 더 황당한 것은,

"당신은 자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실제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전략제안과 사업계획과 기술적인 운용에 대한 소소와 일만 해나가면 됩니다."
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한 달 전 쯤에 그런 제안이 저한테 들어왔었습니다. 그렇다고 다단계 판매회사라던가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그 제안을 받고, 인간적으로 그 형을 믿고 그 일을 꾸미는 데 근 한달간을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그 일을 하기 위해서 관련자료를 찾으며 분석하고, 기안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로서는 결정적으로 가장 큰 두가지 정도의 문제와 단점이 있습니다.

첫번째, 그러한 것을 내가 직접 사업화하겠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도 없거니와, 그런 쪽에 직접경험이 거의 전무하다는 것입니다. 오로지 간접경험으로만 해야합니다.

두번째, 그 일에는 절대적으로 어학능력이 필요합니다. 즉, 가장 흔한 영어는 물론이고, 그 외에도 외국어 두 세개쯤은 해야할 일입니다. 세계를 누비며 글로벌 마케팅을 해야하니까요. 그런데 애석하게도 저에겐 그러한 능력이 없습니다.

과연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에게 제안을 그 형은 3년 전에 내가 알던 지인의 소개로 만난 사람입니다. 당시 저는 국내 최대의 자동제어 업체에서, 최첨단 신축 인텔리전트빌딩의 자동제어 시운전을 하는 엔지니어였고, 그 사람은 글을 써서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던 사람입니다. 그 때 저는 직업이 아닌 취미생활의 하나로 글을 쓰고 있었지요. 어설픈 시를 통신문단에 연재하게 되었었지요.

그 형은 저에게 참 잘해주었고, 저를 아껴주었지요. 아마도 솔직한 품성과 생활하며 열심히 글을 쓴다고 저를 좋게보았던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사람은 이미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중반에 제법 규모가 큰 사업을 하다가, 일이 잘 않되어 사업을 접고 글쓰는 데에 매진하게 된 사람입니다.

얼마전, 자신의 초기 투자자본금 외에 그 사업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풍부한 경험과 자본을 투자할 수 있는 투자자이자, 오너의 역할을 할 사람을 소개시켜 주었더랬습니다. 그 분은 속된 말로 잘 나가는 모시중은행 서울의 모지점장입니다.

그 분은 지금 제가 준비하는 일에 대해 수십년간 취미이상의 매니아이기도 하며, 대학과 대학원에서도 그 일에 관련된 학문을 전공했더군요.

그 제안을 받고 나서 나자신 참 황당하기도 했지만, 일단은 그 형에 대한 인간적인 믿음때문에 지금껏 최선을 다해 머리를 짜내 기획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전략제안서와 사업계획서를 나름대로 열심히 짜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저의 머리 속에는 일을 하면서도 지금껏 떨칠 수 없는 의문부호가 있습니다.

도대체 내가 알고 있는 그 형은 무엇때문에 나에게 그런 제안을 한 것일까?

불과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그 형은 지지리도 가난한 글쟁이었습니다. 사람들과 만날 때도 겨우 차비 정도만 가지고 만나야할 정도로 가난뱅이였지요. 그로나, 지금은 아닙니다. 지금은 글도 쓰면서 사업가로 변신해있습니다. 제법 괜찮은 차도 가지고 있고, 이제는 사람들 만나면 계산도 왠만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두 군데 벤처기업의 주주이며, 저에게 제안한 사업 말고, 50억 정도의 자본금을 가지고, 다른 사업에 대한 창업을 목전에 두고 있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서 그 형이 벤처기업의 주주가 되었고, 별도의 벤처기업을 하게되었는지는 저도 아직 모릅니다.

제가 생각할 때, 그 형이 저에게 제안한 목적은 둘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피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저와 거의 의형제를 맺다시피한 그 형이 정말로 저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평생 먹고 살아가도록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던가 아니면, 아니면 그 어떤 다른 목적으로 저를 이용한다든지. 둘 중의 하나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으로서는 아쉬울 게 없는 그 형이, 더구나 그 형보다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생활에 있어서 더욱 아쉬울 게 없는 현직 은행지점장이라는 분까지 사업에 끌어들이면서, 왜 경험도 없고, 현재 어학능력도 되지 않은 김태섭이라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려고 하는가?

도대체 뭐가 아쉬워서..

객관적으로 판단한다면 현재로서는 제가 가장 자신있게 직업으로 가질 수 있는 분야는 두 가지 정도입니다.

하나는 위에 잠시 언급한 빌딩 자동제어에 관한 일들- 엔지니어링, 기술영업, 마케팅 등..-이고, 다른 하나는 여기서 밝히기는 좀 뭐한거라 이해해주시길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사실 저는 가장 자신있는 분야도 아니고, 내가 생각해왔던 분야가 전혀 아닌 다른 분야 창업멤버로서의 제안을 받고 당황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저는 직접 사업의 경험은 없지만, 아주 가까운 저의 친지도 소위 '잘 나가다가' IMF를 맞더니 하루 아침에 주저앉은 것도 보았습니다. 저 또한 본의아니게 그에 대한 피해자이기도 했습니다. 월급쟁이로서 뼈빠지게 벌어서 저축한 돈을 모두 빌려주었다가, 지금은 언제 받을 수 있을런지도 모르는 상황이니까요.

그런 경우는 제가 사기를 당한 것은 절대 아니지만, 사람이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자신과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하물며, 사회에서 만난지 불과 만 2년 정도 밖에 않되는 사람의 사업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지금까지는 제가 해왔던 일들을 하는 업체에서, 저를 필요로 하는 연락은 가끔 오고 있습니다. 오히려 저로서는 사업자금은 없지만, 그런 일에 대하여 창업멤버로서 제안을 해온다면 저는 자신있습니다. 그 분야에 대해 어느 정도 노하우는 쌓았다고 자부하니까요. 정 않되면 월급쟁이로서 밥벌어 먹고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그 분야에 대해 국내기술의 명백한 한계점들과 고객에 대한 기술 서비스의 낙후와 IMF를 맞아, 그간 고생해온 직원들을 '토사구팽'하듯이, 하루아침에 정리를 해버리는 야박함에 진저리를 치며 스스로 사표를 쓰고 나왔기는 했습니다.

다만, 저로서는 가장으로서의 막중한 책임도 져야합니다.

오마이뉴스 여러분,
여러분이라면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리시겠습니까?

정말, 여러분들의 진실한 조언들, 가르침들 받고 싶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2. 2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3. 3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4. 4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5. 5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