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우리 사회에서 가장 커다란 이슈 중의 하나는 주한미군에 대한 논의였다. 80년대 광주사태 책임론을 시작으로 시작된 반미와 미군철수운동은 통일에 대한 가장 커다란 장애물이 미군이라고 학생운동권이 인식함에 의해 계속 제기되어져 왔고 또한 북한 또한 최근까지 꾸준히 미군의 철수를 주장해왔다.
그리고 근래 매향리부터 시작해 포르말린 방출 등의 일련된 각종 미군범죄이 드러나면서 이러한 논의들이 전제 국민들 사이로 소리없이 펴져나간 것도 사실이다.
고려대 한승주 교수는 동아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이러한 반미를 외치는 부류의 사람들을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첫번째 그룹은 늘 미국과 미군의 존재에 반대하는 이데올로그(이념신봉자). 그들 관점에서는 한국전쟁의 발발과 한반도 분단의 책임은 미국에 있다. 그들은 주한미군을 서둘러 제거해야 할 점령군으로 간주한다.
두번째 그룹은 사상적인 이유 때문에 미군철수를 주장하지 않고 안보상황이 더 이상 외국군의 주둔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여긴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계속 주둔을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일 뿐이라는 것이다.
세번째 그룹은 주한미군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그들은 미국이 중국 견제와 주일(駐日)미군 지원 등 자국 이익 때문에 군대를 한반도에 주둔시키고 있어 어떤 일이 있어도 미군은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네번째 그룹은 당면한 실질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들은 한반도에 평화가 왔다거나 미군이 무기한 주둔할 것이라는 ‘환상’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한미주둔군지위 협정(SOFA) 개정, 한국전쟁시 미군의 잔학 행위에 대한 조사 지연, 미군 폭격훈련장 사용 문제, 한국과 한국인을 대하는 미국인의 무감각에 관해 우려한다.
이유야 어쨌든 위의 글과 마찬가지로 이제 국민들은 더 이상 미군이 해방자라는 식의 맹목적인 신뢰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러나 며칠전 김대중 대통령의 회견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해 뜻밖의 발언을 했다.
"남북간에 평화체제가 확립될 때까지 주한미군의 지위는 현재와 똑같다. 한반도 냉전이 완전히 끝나면 북한의 공격에 대비하는 주한미군의 성격은 많이 변화될 것이다. 그렇게 되고 통일이 되더라도 주한미군은 있어야 한다.
김정일 위원장에게 한반도 지정학적 여건과 유럽에서 공산주의가 없어진 뒤에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미군이 있는 점을 설명했더니 김 위원장은 `어쩌면 나하고 똑같이 민족의 장래를 보고 있는가. 우리 주변에는 큰 나라들이 많다. 그래서 주한미군이 있는 게 좋다'고 얘기했다."
그토록 주장했던 학생운동권의 "미군이 반통일세력"이라는 구호 자체가 허사로 돌아가는 순간이다. 북한마저도 주한미군의 필요성이 인정한다는 것은 과거 북한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그들의 미군 주둔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이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말은 우리에게 미군이 우리 나라에 미치는 영향과 앞으로 그들의 역할에 대해서 새로이 의논해야 할 시간이 도래했음을 암시하고 있다.
사실 미국 내에서도 주한미군에 대한 이러한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싱크 탱크라고 하는 美 헤리티지 재단은, "근래 반미감정이 높아지면서 주한주일미군 철수압력이 거세지고 있는데 철수할 경우 그 공백을 틈타 중국 일본 한국 및 동남아 국가들 사이의 군비경쟁, 나아가 핵무기 개발경쟁까지 초래될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과 일본의 미군은 주둔국으로부터 용납받을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나기 위해 주둔국과의 합동 군사훈련 등 고유의 전투 작전은 물론 재난구호, 지뢰제거, 평화유지 활동, 밀수와 마약 밀매 방지 등 비전투 작전의 수행능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또한 군사기술의 발달로 전력 감소 없이 병력 감축이 가능해진 만큼 단순히 병력 수에 집착하기보다는 전략적 능력의 증진에 초점을 두고 주한 주일 미군의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라는 요지 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진보적 싱크탱크 케이토(CATO)의 선임연구원인 밴도우씨는 한반도 데탕트 시대에 "주한미군 영구주둔 주장은 시대착오"라는 주장을 펼치면서 주한미군 주둔의 이유라고 주장하는 중국과 일본등의 세력균형안정은 설득력이 없다며 한국과 미국은 양국관계를 대등한 우호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또한 많은 국내 전문가들은 경제문제나 군사비 증강 등의 문제를 들어 철수를 반대하는 등 많은 의견들이 분분하다.
이상훈 재향군인회 회장은 "향후 5년간 매년 투자비 32억달러, 유지비 20억달러 등 총 260억달러를 투입해야만 대체전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33조8000억원으로 2년 이상의 총 국방예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같은 안보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미군 주둔으로 인한 한국인 근로자 고용, 소비지출 등 부수적 경제효과도 수십억달러에 이른다. 끝으로 한반도 통일과정에서의 안정적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라고 주장하는 데 비해 그러나 한국땅에 외국군대가 주둔한다는 것 자체가 자주국으로의 지위를 포기한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 판단하기엔 아직은 이르다고 보여진다. 아직 북과의 평화협상이 모두 끝난 것도 아니요, 국제관계나 모든 면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뒤엉켜 있는 상황에서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다.
하지만 주한미군에 대한 과거의 인식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음을 상기할 때 반미나 친미에 치우친 주장보다는 좀더 거시적으로 정부, 민간단체,학생운동권등 모든 주체들이 주한미군의 역할을 재정립해보아야 할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 그것이 앞으로 통일시대를 맞아 변화하는 국제정세 등에 맞서 국가의 이익과 함께 진정한 자주국가로서의 역할을 정립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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