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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구두를 사면 새 구두를 산 기분 좋음이 있지만 새 구두에 적응하는 처음 며칠 간 발이 고통을 당하는 경험을 한 경우가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은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구두 신는 재미를 갑자기 느껴 요즘 신고 있는 구두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웬 구두 신는 재미? 요즘 이 구두 저 구두를 바꿔 신으면서 신경 안 쓰던 구두에 신경을 좀 쓰며 산다. 사실 평소 나는 신발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다. 회사에 나오면 거의 작업화만 신고 지내기 때문에 회사 오가는 동안만 구두를 신을 뿐이며 구두 한 켤레를 사면 뒷굽을 바꿔가며 도대체 구두 하나로 몇 년을 견디는지 모를 정도다.
그런데 근래 들어 졸지에 새 구두 두 벌이 생겨 신던 구두를 포함해 세 켤레의 구두를 번갈아 신고 있으니 구두 신고 다닌 이후 20여년 만에 구두에 관한 한 최고의 호사스런 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구두가 몇 켤레가 되니 언뜻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고등학교 때 체육 선생님이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체육선생님은 박종환 씨였다. 한국 청소년 축구를 세계 4강에 올려 놓는 신화를 만든 바로 그 분이다. 벌써 25년전 쯤의 이야기다.
그렇다고 내가 축구선수는 아니었다. 당시 국내 최연소 국제축구심판이었던 박종환 선생으로부터 축구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것은 옵사이드의 180 여가지 사례에 대한 이야기와 박선생의 구두에 관한 철학이다. 자신은 구두만큼은 몇 켤레를 확보하고 늘 깨끗이 신고 다닌다는 것이다. 구두가 그 사람의 마음가짐과 생활에 임하는 태도를 대변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고 별나다는 생각 정도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사회에 나와 구두를 신기 시작했어도 그냥 제 멋에 산다는 철학으로 구두가 더러워지면 더러워지는 대로 신고 다녔고 너무 더러워지면 구두솔로 슥슥 닦고 다녔지 구두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지금도 구두가 그 사람의 마음가짐을 나타낸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구두를 반짝거리게 닦고 다니는 것이 보기에 좋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내 자신은 그러고 싶지 않고 그런 외모에 신경 쓸 시간이 있으면 책이라도 한 줄 더 읽겠다는 것이 신조이기 때문에 구두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구두가 갑자기 세 켤레씩이다 보니 별로 나쁠 것은 없다. 구두가 많아지고 그것 때문에 구두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구두를 잘 닦고 다녀야지하고 생각을 바꾼 것도 아니다. 새 구두가 생겼지만 아직 한 번도 솔질조차 하지 않았다.
구두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은 구두라면 금강뿐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는 것을 느껴서 구두 이야기를 한번 할 생각을 한 것이다. 한 번 사면 마냥 신어대니 세상에 나 같은 사람만 있으면 구두 장사를 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뜸하게 구두를 사면서도 금강 것 이외에는 별로 사 본 적이 없다. 에스콰이어나 비제바노 같은 브랜드의 구두를 신어 보기도 했으나 역시 금강 구두가 그나마 난 것 같았다.
하지만 금강 구두라도 완전히 맘에 드는 것은 아니다. 꽤 오래 신고 다녀도 구두를 신으면 늘 볼이 조이는 것 같아 신발을 벗고 나면 굉장히 시원할 정도로 발이 고통을 받았고, 새 구두를 신는 초기에는 뒤꿈치 부분과 복숭아 뼈 부분이 벗겨질 정도로 새 구두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어느 구두나 그랬다. 그 중에서도 금강 구두가 좀 난 편이라는 이야기다.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리다보니, 오마이뉴스에서 구두를 보내왔다. 수원 가파치 지점에서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새 구두를 신어도 발이 전혀 조이지 않고 편했다. 신고 있는 구두를 꽤 오래 신은 편이었는데 새 구두가 오니 구두에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지만 좋았다. 새 구두를 받는 다음날 새 구두를 신고 출근을 하였다. 복숭아 뼈에 가해질 고통을 두려워하며.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째가 되어도 발의 어디라도 구두와 부대끼는 데가 전혀 없었고 발이 아픈 곳도 없었다. 아주 편했다. 구두를 신은 이래 이런 일은 처음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 새 구두를 신으면 치러야 하는 대가나 액땜이 없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고 기분이 좋은 일이고 놀라운 일이다.
그 구두를 한 달여 정도 신었을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오마이뉴스가 수원 가파치 지점의 구두를 또 한 벌 보내왔다. 첫 번째 구두는 그냥 치수만 알려줬고 그래서 디자인은 오마이뉴스가 알아서 보내왔는데 이번에는 디자인을 인터넷을 통해 그림을 보며 지정하여 내가 원하는 것을 보내주었다.
두 번째 받는 구두 디자인은 첫 번째 구두보다는 작아 보여 발이 끼지 않을까 했는데 신어 보니 발이 참으로 편했다. 그러면서도 발이 아주 작아 보이는 마술 같은 디자인이다. 이 구두 역시 며칠을 신고 다녀도 발이 전혀 아프지 않고 발의 어느 부분에서도 압박감 같은 것을 느낄 수가 없다.
정말 환상적인 구두다. 이렇게 구두를 만들 수 있는데 왜 그간 그렇게 공포스럽게 구두를 신고 다녔는지 모를 일이다. 그간 신은 신발은 매장에 가 직접 신어보고 고른 신발이고 가파치 신발은 만져보지도 않고 그냥 받아 신은 것인데도 그런 차이가 있다니 놀라 자빠질 일이다.
이 이야기가 관점에 따라서는 구두 자랑을 하거나 가파치라는 구두에 대한 광고성 기사가 될 수도 있는 것이지만 구두가 이럴 수 있다는 것은 다같이 공유해야 할 생활의 지혜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욕 먹을 것을 각오하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이다.
이 구두들의 굽을 두어번 바꾸어가며 신으면 앞으로 몇 년을 구두 걱정하지 않겠지만 앞으로 구두를 살 일이 있거나 누구에게 구두를 사줄 일이 있으면 이제는 다른 구두 볼 필요도 없고 힘들게 매장에 갈 필요도 없고 오마이뉴스의 오마이플라자에 들어가 가파치 구두를 주문할 것이다.
정말 참 좋은 구두고 누가 구두를 디자인 하고 만들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가히 최고의 장인이고 구두 신는 사람의 편안함을 위해 혼을 바치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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