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김기배 사무총장의 '막말'

"대표까지 나서서 저 지랄을 하고 있다"

등록 2000.09.26 18:04수정 2000.09.2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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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김기배 사무총장이 지난 25일 제주도를 비하하는 발언으로 또 다시 구설수에 오르면서 사무총장 자질론이 제기되고 있다. 김 총장은 25일 '제주도 비하 발언' 이외에도 9월에만도 서너 차례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해 비난을 사고있다.

김 총장의 25일 발언의 전말은 이렇다. 25일 한나라당 총재단회의에 앞서 박희태 부총재가 남북국방장관회담이 제주도에서 열린 사실을 지적하며 "북한 사람들은 서울보다 제주도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하자 김기배 사무총장이 "거기는 원래 반란사건이 일어난 곳 아니냐"고 답한 것.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은 곧바로 김 총장의 발언의 파문을 고려한 듯, "잡담이니 절대 쓰지 마라"고 기자들에게 주문했으나 민주당은 이 발언을 즉각 입수해 비난 논평을 냈다.

이날 민주당 박병석 대변인은 김기배 총장이 "제주도를 '폭도의 땅'으로 묘사한 것은 제주도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난했고, 민주당 제주도지부는 특별성명을 내고 "공당의 고위당직자로서 있을 수 없는 망언"이라며 "도덕적, 정치적으로 상응한 책임을 요구"했다.

'4·3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그 진상규명과 제주도민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작업이 국가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시점에서 현역 국회의원이자 제일 야당 사무총장으로서 할 수 없는 반시대적인 발언이라는 것이다.

또한 김총장의 발언은 북한 김용순 노동당비서의 방문에 이어 국방장관회담, 제3차 장관급회담 등 제주에서 각종 남북관계 행사가 줄을 잇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북측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또한 지난 23일 아침 민주당 서영훈 대표가 이운영 씨 배후논란과 관련해, "이회창 총재의 사퇴를 요구"한 데 대해 "대표까지 나서서 저 지랄이니 돌대가리들 아니냐"며 "술 먹고 한 소리 갖고 저렇게들 떠들어대니 미친놈들이다"라고 하기도 했다.


이어 열린 당직자간담회에서는 "국영기업체에 여당 공천 탈락자, 낙선자들이 들어갔다"는 다른 당직자의 발언에 "국영업체를 처분하든지 모두 불허해야 한다"며 "인간쓰레기 집합소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24일 성명서를 내고 "김기배 사무총장의 지역구가 노동자들이 밀집한 구로지역(서울 구로갑)이라는데 주목한다"면서 "국영기업체 종사자를 인간쓰레기 운운하는 생각을 가진 정치인이 과연 노동자들이 밀집한 지역에서 정치를 할 자격이 있느냐"고 비난했다.


▲민주당 박병석 대변인과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 ⓒ 오마이뉴스 공희정


또한 민주당은 23일 공식 논평을 통해 "이 같은 저질 언행은 정치를 혐오스럽게 한다"면서 "그가 고위 당직을 맡을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한나라당의 입장은 정반대였다. 이날 한나라당 측은"김 총장의 발언은 공식회의에서 한 말이 아니라 회의 시작 전의 사담에 불과하다"며 "민주당이 왜 저렇게 흥분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밖에도 김기배 총장의 상식 이하의 발언은 많다.

지난 9월 14일 민주당,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국회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공동 성명을 발표하려는 것을 두고 김 총장은 "민주당 소장파들이 당내 특정인의 사주를 받아 당 3역을 내쫓으려는 계획에 우리 당 의원들이 끼여든 것"이라면서 민주당 모 최고위원을 그 '배후'로 지목하는 등 무책임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한 15일에는 임동원 국정원 원장이 김용순 노동당 비서와 동행한 것을 문제삼으면서 "하라는 일은 안하고 엉뚱한 일만 하는데, 이럴 바에는 차라리 국정원을 없애라고 해야겠다. 굳이 예산을 들여가며 운영할 필요가 있냐"고 말하기도 했다.

또 민주당 정대철 의원(경기고 57회)이 국회 파행의 책임을 물어 경기고 선배인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경기고 49회)를 연이어 공개 비난하자, 김 총장(51회)은 "동문 선후배 사이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회에서 한 정치적인 발언을 고교 선·후배라는 사적인 관계를 들어가며 비난하기도 했다.

현재 국민들은 가뜩이나 정쟁으로 민생을 외면하고 있는 정치인들에 대해 불신에 가득 차 있다. 특히 저질발언으로 정치수준을 하락시키는 정치인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생각 없이 쏟아내는 막말, 근거 없는 비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말,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학연 운운하는 발언 등은 제일 야당의 사무총장직에 적합한 것이 아니다.

한나라당 김기배 사무총장은?

3공 때부터 25년 간 상공부 전문관료로 봉직한 경제관료 출신이자 노동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12대 총선부터 구로 에서만 내리 3선에 성공했으나 15대 총선에서는 정한용 의원에게 고배를 마셨다.

김 의원이 정치권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상공부 상역국장을 지내던 중 민정당 정책위 전문위원으로 발탁되면서부터다.

국회 내무위원장, 국제경쟁력강화특별위원장과 민자당 제1사무부총장·서울시지부위원장 등을 두로 역임했고, 지난 2000년 6월 1일 한나라당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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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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