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문화예술단체인 한국예술인 총연합회 대구지회(이하 예총 대구지회)에서 예산전용 의혹이 일고 있다. 예총 대구지회에서 발행하는 월간<대구예술> 전 편집장이었던 하창수 씨가 지난 18일 지방노동위원회에 예총 대구지회가 강압에 의한 사표를 쓰게 했다며 구제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밝힌 '대구예술' 발행부수 조작, 예산의 집행과정에서 전용의혹을 제기하면서 문제는 불거졌다.
<대구예술> 발행부수·인쇄단가 조작의혹
하창수 씨는 "월간 <대구예술>은 거의 시에서 나오는 보조금으로 발행하는데 월 5,000부 발행을 사업계획으로 올려 1억2천만원이라는 예산을 배정받았으나 실제로는 3000부를 찍고 있다"며 "인쇄단가 또한 3,000부를 기준으로 시중가 530만원이면 되나 인쇄업체와의 계약서를 살펴보면 700만원에 계약을 했다"고 예산이 전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 3월부터 편집장을 맡게 된 그는 대구예술과 관련한 예산집행의 내역에 대해서는 일체 지회에서 관리를 하여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으나 지회사무실에서 우연히 보게된 사업계획서의 사업비 내역을 보고 난 이후 예산전용 의혹이 강하게 들었다고 했다. 편집장에게 상여금 200%와 편집비 월35만원을 지급하게 되어 있던데 그런 내역이 있다고 들어본 적도, 실제 받은 적도 없었다. 또한 책이 발송되는 과정에서 우편발송비 외에 '배부비용'이란 명목으로 190만원이 더 책정되어 있던데 실제로는 그가 차로 다 배부해 그 예산은 집행이 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대구시의 허술한 예산 관리감독
"이런 문제는 비단 <대구예술>만이 가지는 문제가 아니라 예총 대구지회 운영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데, 실제 필요한 인력 이상의 인원을 충원하여 예산을 받기도 했고, 지난 8월에 '센다이 음악교류전'에서도 참여인원을 25명으로 올려놓고 35명 이상이 가서 예산을 낭비하고 오는 등 공공연히 예산유용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창수 씨는 예총도 문제가 많지만 지원된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제대로 감시를 하지 않고 눈감아 주는 대구시도 문제가 많다고 대구시 문화행정에 대해서도 꼬집어 말했다.
이에 예총 대구지회 김대한 사무처장은 "계획서에 올린 발행부수보다 모자란 건 사실이지만 이는 책의 면수가 많이 늘었고 칼라면이어서 제작비용이 증가해 부득이 그렇게 된 것이고, 배부비용은 하창수 씨가 오기 전에는 지출이 되던 비용이었는데 6개월 정도 지출이 안된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는 택배비로 지출이 될 것"이라며 "예산을 유동성 있게 지출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 예산을 전용한 적은 없고 하창수 씨에게 사표를 강요한 적 역시 없다"고 말했다.
예총 대구지회는 지난 98년 말에도 <대구예술> 인쇄비 지출이 제대로 되지 않고 일부 사업비는 영수증도 제대로 첨부하지 않아 예산전용의혹으로 99년 1년간 발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대구시는 그전에도 예산전용의혹 문제가 불거져 나왔을 때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지금 또한 뒤늦게 예산전용 여부를 확인하는 등 뒷북을 치고 있는 실정이다.
예술이라는 가면을 벗어라
지난 6개월간 하창수 씨는 <대구예술>에 편집장으로 있으면서 가졌던 문화행정과 예술단체에 대한 생각들이 그가 마지막으로 썼던 편집후기에 잘 나타나 있다. 관료화되고 권위적인 또 하나의 기득권이 되어버린 예술단체와 이를 낳은 문화행정은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예술인, 예술과 관련된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은 주목해야 한다. 그들이 저지른 잘못한 하나에 예술을 존중하는 진실한 사람들과 작가들의 생활에 피멍이 맺히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예술이라는 가면을 앞세우고 예술행위의 흉내는 내지 말자. 정신과 사회를 어지럽히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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