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는 당당하게 노동자임을 선언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 완전 철폐를 위한 투쟁 선포

등록 2000.09.30 23:35수정 2000.10.0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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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였다. 지난 30일(토) 홍익대학교 대 운동장에서 비정규노동자 투쟁선포식 및 문화제가 열렸다. 일용직 노동자, 학습지 교사들을 비롯, '최악의 근로조건'을 자랑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여 이제는 노동자의 중심으로 설 것임을 당당하게 선포했다. 그리고 문화제로 이어진 자리에서는 투쟁 결의를 몸짓으로 담아내며 홍익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그 투쟁의 현장 속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보았다.

"이제, 우리는 당당하게 노동자임을 선언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정치 투쟁 선언문이 낭독되자, 스탠드를 가득 채운 노동자와 학생들은 환호했다. 그리고 움켜쥔 주먹을 더욱 높이 들었다. 이제는 '투쟁'으로 말하리라고, 더 이상 참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온몸으로 말하고 있었다. 이는 '신자유주의 반대, 구조조정 분쇄, 비정규직 차별 철폐, 정규직화를 위한 비정규 노동자 투쟁선포식 및 문화제'에서의 모습이다.

비정규 노동자 기본권 보장과 차별철폐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박석운 대표는 "지금 우리가 왜 투쟁하겠습니까. 바로 평등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차별을 철폐해달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라며 오는 5일(수), 국회에 비정규직 차별 철폐 법안을 국회에 입법 청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석운 대표는 "우리는 가장 어려운 처지의 노동자들입니다. 그러나 그렇기에 우리는 가장 열심히 투쟁하려 합니다"라며 앞으로 노동자 투쟁의 중심에 설 것임을 다짐했다.

이날 문화제에는 젊은 여성노동자들의 무리가 가장 눈에 띄었다. 머리마다 붉은 띠를 두르고, '원직 복직 보장' '근로기준법 적용 보장'등의 피켓을 들고 있는 이들은 골프장에서 캐디일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이었다.

용인 한성 컨트리 클럽(CC)에서 왔다는 노우정씨는 "특수고용형태"라고 자신들의 처지를 설명했다. 출퇴근일지를 써가면서 '자유롭게' 일을 하는 직업이다 보니, 사측에서는 고용한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 전원 해고당했다고 한다. 노조측에서는 지금 의 해고를 부당한 것이라고 제소하려고 하지만, 이들이 '노동자'의 개념으로 법적 규정이 안 돼 있어 법적 문제가 복잡하다고 한다.

즉, '근로기준법'을 적용시켜야 부당해고 여부를 밝힐 수 있는데, 이들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시킬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 노우정씨는 "우리도 엄연한 노동자입니다. 노동자로 인정이 되지 않으니 고용은 불안하고 각종 권리를 찾을 길이 없는 거죠"라고 설명한다.

역시 대구 경북 컨트리 클럽에서 왔다는 강미영, 이주연씨도 어려움을 토로한다. "파업을 한지 1달이에요. 사장은 협상자리에 나오지도 않더군요"라며 '노동자'라는 자신들의 자리찾기가 어렵다고 한다. 사측에서는 골프장의 노동형태를 용역회사와의 계약형태로 바꾸고 자생 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한편, 무대에는 '학습지 교사'들이 올라와 있었다. 그들은 "남들은 우리가 고상한 교사라고 말하지만, 실상 우리는 품팔이 노동자와 다름없습니다"라고 말하며 앞으로 진정한 권리찾기에 나설 것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었다.

"우리 투쟁이 왜 정당한지 또 반복해서 이야기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우리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여러분 모두가 투쟁에 나설 것인지를 묻고 싶습니다"는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의 발언에 모두들 '투쟁'으로 화답하며 투쟁선포식은 막을 내렸다.


그리고 문화제가 이어졌다. "우리의 투쟁은, 우리 스스로 우리의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기에 즐거운 것입니다"는 사회자의 말과 함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즐거움 속에서 앞으로의 투쟁을 다짐해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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