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유린의 시지프스 '장애인 시설'

등록 2000.10.07 06:09수정 2000.10.0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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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7월 현재 허가된 전국에 장애인 시설은 모두 193개소이다. 그곳에 있는 장애인은 정부 통계 16,992명이다. 그래서 지난 50년, 장애인 역사를 보면 우리 장애인 복지는 격리 중심의 시설 복지에서 통합과 존엄을 살리는 쪽으로 '발전'해 왔다고들 한다.

그러나 바로 그 숫자의 '발전'에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인권유린의 시지프스가 숨어 있다. 시설은 줄었건만 교육을 받는 장애인들, 일터에 고용되는 장애인들 사회에 참여하는 장애인 수는 여전히 극소수다. '인가'된 시설 수는 줄었지만 '무인가' 시설에 장애인은 더욱 철저하게 격리된 수용소 군도에서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년, 인가된 '에바다' 투쟁으로 인가된 시설의 인권유린이나 비리들은 억제되고 있지만 오히려 무인가 시설의 인권유린은 더욱 참혹하다.

7월에 터져나온 천안 '다니엘의 집' 김만국 씨 사건은 장애인의 현실을 들여다보는 서글픈 자화상이다. 10년전에도 같은 장애인 시설에서 같은 사람이 그대로 10년 동안 목사를 사칭하며 시설을 운영해 오다 똑같은 파행운영, 후원금 착복, 똑같은 장애여성 강간, 6명 윤간으로 구속되었다.

그뿐만 아니다. 장애 아동 학생 사건으로 2월 폐쇄 결정이 내려진 구미시의 영남보육원문제에서도, 전 운영진들이 죄를 뉘우치기는 커녕 다니엘의 집과 마찬가지로 이름과 용도를 바꾸어 또 다른 복지 시설 설립을 꾀하고 있는 것이 패쇄 2개월 후에 폭로되기도 하였다.

이런 범죄연속은 바로 시설운영이 운영자의 도덕성과 전문성의 검증 없이 비민주적으로, 폐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에 기인한다. 소규모의 무인가 시설의 인권유린과 비리가 도덕성과 전문성 결여로 발생하는 것이라면 에바다와 같이 인가된 시설에서 끊임없이 문제제기 되는 원인은 혈족운영과 그 운영권에 대한 권력화가 될 것이다.

인가되어 감시의 눈들이 많은 시설에서조차 비상식적인 사건이 빈번히 일어나는 것은 이러한 장애인 시설이 사립 학교와 같이 묶여져 운영자의 족벌이나 독재를 더욱 용이하게 만들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사학 재단의 족벌 경영이나 부패비리가 큰 사회적 이슈가 되었지만 장애인 학교의 사학 비리는 여전히 무풍지대 그 자체이다.


이 모든 것에 대한 총체적인 책임은 두말할 나위없이 국가에 있다. 그동안 정부가 얼마나 시설 문제에 대해 얼마나 기만적이었나 하는 것은 에바다 사건을 계기로 보건 복지부가 만든 장애인시설발전위원회가 활동을 마무리 한 그 시점에 천안의 사건이 터져나온 것으로 여실히 증명되었다.

우리는 아직도 독재 정권의 시대 암울한 역사 속에 살고 있다. 엄연히 장애인 시설에서 폭력과 살인과 강간이 난무하지만 70년대 80년대 정치 독재보다 더 무서운 무관심과 외면의 독재에 시달리고, 비리와 범죄의 완벽한 면죄부, 마약같은 자기 만족감을 안겨주는 사랑과 봉사의 이데올로기 앞에 여전히 우리는 80년 광주를 20세기의 게르니카에 살고 있다.


적어도 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우리는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오늘 10월 7일 연세대 학생회관 3층 푸른샘에서는 장애운동 기금 마련을 위한 제 5차 에바다 정기 호프가 열립니다. 이번 호프주제는 '시설과 인권'입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오늘 10월 7일 연세대 학생회관 3층 푸른샘에서는 장애운동 기금 마련을 위한 제 5차 에바다 정기 호프가 열립니다. 이번 호프주제는 '시설과 인권'입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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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eduable.jinbo.net) 사무국장을 맡아 장애인들의 고등교육기회확대와 무장애배움터 실현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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