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극영화 틈바구니에서 본 다큐멘터리 영화들

제5회 부산 국제 영화제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살펴보며

등록 2000.10.08 01:36수정 2000.10.09 17:22
0
원고료로 응원
한국이 만든 세계적인 영화제, 부산 국제영화제.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하는 부산국제영화제가 10월 6일 개막되었다. 7개 부분 총 209편(211편이라는 설도 있음 - 해마다 이런 일들이 있었다. 기사를 쓰고 있는 7일 이미 세 편의 상영취소가 발표 될 정도)의 영화들이 초청되어 상영에 들어간다.

이 중 대부분은 극영화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고작해야 약 20여편(보도 자료 협조가 되지 않아 본 기자가 직접 영화제 웹사이트에서 집계한 것임)에 불과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극영화 중심의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영화들은 극영화로서는 절대 관객에게 선사할 수 없는 감동들을 안겨 줄 것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국내 다큐멘터리 팬들에게는 올해 국내의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을 한 우수 다큐멘터리들과 1회 서울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대상 수상과 더불어 1회 부산 국제 영화제에 초청되어 상영된 홍형숙 감독의 '두밀리에 새로운 학교가 열린다'의 후속작 '시작하는 순간-두밀리 두번째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다양해진 다큐멘터리 영화들

올해 국내 영화제인 '인디포럼2000'과 제4회 서울 국제 다큐멘터리 영상제에서 수상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한국 내에서 조국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미얀마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김이찬, 박두병 감독의 '데모크라시 예더봉'(2000년 서울 국제 다큐멘터리 영상제 '새로운 시선상 수상), 신순남 화백의 그림 이야기로 시작해서 카레스키의 한 많은 삶을 다룬 김소영 감독의 '하늘색 고향'(2000년 서울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대상 수상)이 바로 그것이다.

이 외에 총선 시기에 총선연대와 시민들의 낙선운동을 다룬 낙선운동 공식 기록영화였던 오정훈, 이안숙 감독의 '낙선'과 현대중기 산업의 노동 운동을 다룬 노동자 뉴스제작단 출신 태민식 감독의 '인간의 시간'과 현대자동차 식당 아줌마들의 가열찬 아줌마 노동운동을 다룬 이혜란, 서은주 감독의 '평행선'이 있다.

두 편의 노동 운동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상영되는데 모두가 '현대'라는 것이 이색적이다. 매일같이 국내외로 수억원의 돈을 뿌려가며 기업 이미지 광고를 하고 있을 현대그룹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국제 영화제에서 공식적으로 회사의 치부를 드러낸다는 것은 반갑지 않은 일일 것이다.


막대한 홍보비를 효율적으로 줄이고 대신에 그 수익금을 자사의 노동자를 위해 쓰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는지. 기사가 엉뚱한 방향으로 빠지는 것일지 모르지만 정말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이들 작품 중에서 이미 수상 경력이 있는 작품을 제외하고 보면 이혜은, 서은주 감독의 '평행선'은 한층 우리의 시선을 끄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아줌마 노동자들에게 있어서 싸워야 할 대상은 단순히 회사 하나가 아니라 성차별을 일삼는 노조도 포함되어 있다.


회사와 노조의 협상에서 치사한 거래가 이루어지는데 그것은 바로 노조가 회사에게 정리해고의 구실을 주기 위해 파업에 헌식적으로 참여했던 143명의 아줌마들을 희생양으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대신에 노조는 회사로부터 식당을 넘겨 받아 아줌마들을 다시 고용하여 식당을 운영하지만 노동환경이나 대우는 더욱 열악할 뿐이다. 이에 아줌마들이 힘을 합쳐 정리해고의 부당성과 더불어 회사의 불합리한 조치에 대한 저항을 해보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심지어 노조마저 이들편이 아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노동자로서의 현실과 더불어 여성으로서의 현실까지 떠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땅 여성 노동자들의 이중적 굴레를 너무나 잘 보여 주고 있다.

이외에 13편의 해외 유명 다큐멘터리들도 준비되어 있다. 제목만 봐도 세계적인 영화인들을 다룬 다큐멘터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그레고리 팩과의 대화', '잉마르 베리만과 스벤니크비스트', '오시마 '99', 다큐멘터리 그 자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케 해주는 다큐멘터리 '시네마 베리떼', 전선 놓는 일을 반복하는 캄보디아 노동자를 통해 끊임 없이 재생산되는 가난의 근원을 묻고 있는 리티판 감독의 '방황하는 영혼의 땅' 등이 있다.

특히 2차대전 중 나치의 잔학상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고 있는 작품이 있어 눈에 띈다. 롭 업스테인, 제프리 프리드만 감독의 '핑크 트라이앵글/Paragraph175'. 이 영화는 바로 나치에 의해 전쟁 당시 학살된 동성애자들에 대한 기록이다.

'Paragraph175'란 낙인이 찍힌 유태인 동성애자들은 학살을 면할 수가 없었고 설령 살아 남았다고 하더라도 68년까지 여전히 존재했던 나치법에 의해 범죄인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여전히 명예회복도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영화는 전한다.

영화제를 관람하는 분들은 극영화만 골라 보시지 말고 몇 안되는 다큐멘터리도 관람하시어 부디 새로운 감동을 느껴 보시길.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의 드가가 제공합니다. '드가(박성호)의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방문하시면 다큐멘터리에 관한 풍부한 정보들을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http://myhome.shinbiro.com/~fhuco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의 드가가 제공합니다. '드가(박성호)의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방문하시면 다큐멘터리에 관한 풍부한 정보들을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http://myhome.shinbiro.com/~fhuco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유료방송 채널에서 교양다큐멘터리를 주로 연출했, 1998년부터 다큐멘터리 웹진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운영. 자연다큐멘터리 도시 매미에 대한 9년간의 관찰일기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16년 공개, 동명의 논픽션 생태동화(2004,사계절출판사)도 출간. 현재 모 방송사에 근무


AD

AD

AD

인기기사

  1. 1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2. 2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3. 3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4. 4 임종 앞둔 아버지, '앙금'만 쌓인 세 딸들의 속내 임종 앞둔 아버지, '앙금'만 쌓인 세 딸들의 속내
  5. 5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