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정말 북한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등록 2000.10.19 12:23수정 2000.10.1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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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실제로는 그런 느낌을 가지지 못한 말들을 자주 사용합니다. 머리카락이 쭈뼛 선다, 존경스럽다, 가치관의 혼란 따위의 말들이 그러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가 머리카락이 쭈뼛 선 느낌을 가진 것은 고 3때 야간자습하고 돌아갈 적에 나무에 걸린 비닐조각을 보고 귀신으로 착각(?)했을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고 '존경스럽다'라는 말은 많이 사용하지만 정말 마음속에서 존경스런 마음이 든 것은 대학 2학년때 은사님에게서 느낀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요즘같은 복잡한 시대에 가치관의 혼란이란 말도 자주 사용하는 것 같은데 제 경우에는 좀 무딘지 이제서야 '가치관의 혼란'을 처음 느껴 보았습니다.

얼마전 황석영 님의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를 읽고 나서 느낀 것입니다. 이 책은 황석영 님이 1989년 북한을 방문하고 느낀 점을 기록한 책입니다.

사실 태백산맥 따위의 책을 통해서 공산주의자가 우리가 배운 것처럼 괴물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남한 학생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북한 대학생의 답변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우리가 너무 편하게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부끄러울 때가 많습니다."

중고교 시절 우린 교과서에서 북한의 대학생들이 일년에 몇 시간씩 노동에 시달린다고 배워서 참 불쌍하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또 북한의 백화점에 있는 물건들이 조잡하고 촌스럽다고 비아냥거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각들은 우리의 잣대로 북한을 바라본 것들입니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지식인도 노동의 힘듦을 맛보게 하는 것을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대학생 신분으로 너무 많은 노동은 문제가 되겠지만.


그리고 북한의 백화점은 사치품 위주인 우리의 그것과는 달리 생필품을 보급해주는 역할이 큽니다. 그래서 우리의 백화점과 비교해서 촌스럽다느니 조잡하다느니 하는 말은 좀 곤란한 것 같습니다.

제가 듣기로 북한군의 장교는 우리처럼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어린 나이에 장교가 되는 것이 아니고 최소 7년 정도 복무한 사병 중에서 우수한 자를 선발해서 장교가 된다고 합니다. 그러니 나이 40인 소위가 있다더군요.

나름대로 장점이 있는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단장도 일반 사병의 내무반에서 잠을 같이 자는 시간을 가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북한의 사단장들은 사병의 내무반 생활까지 휜히 잘 알고 있다는 거지요.

그리고 더욱 놀란 것은 북한국의 계급은 단지 행정적인 의미이지 다른 의미는 없다는군요. 그래서 계급이 높다 하여 월권행위를 절대로 할수 없다는군요. 이것 또한 나름대로 장점이 있는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또 80년대 우리의 교사 일인당 학생수는 50명에 육박했지만 북한은 24명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직장여성의 산후휴가는 두 달(내년부터는 3달)이지만 북한은 무려 5달입니다.

독재에 항거해 희생된 우리나라의 박종철은 현재 김일성종합대학 어문학부어학과 3학년에 등록되어 현재 4학년 1반이며 연세대 경제과 3학년 이한열은 종합대학 정경과 3학년1반에 등록되어 현재 5학년1반이라는군요.

이처럼 북학의 대학에서는 이들을 잊지 않고 각 대학에 등록시켜서 날마다 출석을 부르고 빈자리를 남겨 둔다고 합니다. 교수님이 그 학생의 이름을 부르면 옆자리에 앉은 학생이 일어나 그 학생의 간단한 이력과 희생원인과 날짜를 말한다고 합니다.

제가 가치관의 혼란을 느낀다고 한 것은 이런 물질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대학생인데 공부도 해야 하고, 과외활동에 참석해야 하고, 연애도 해야 되기 때문에 바쁘다"라는 북한의 대학생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사람들이 항상 투쟁적이고 정치적인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우리처럼 연애도 하고 여자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화장품을 사려고 줄도 선다는 것 때문입니다.

즉, 그들도 우리 못지 않게 사람의 정이 넘치는 사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북한하면 70~80년대엔 도깨비가 사는 곳이라고 배웠고 90년대엔 배고파 굶어주는 사회로 인식하고 있는 저에겐 정말 가치관의 혼란을 느끼게 합니다. 물론 북한의 식량사정은 최근 악화일로에 있다는 것은 압니다.

우리의 문명을 비하해서도 안되겠지만 평양을 '서방세계'의 잣대로 본다면 참다운 북한의 실체를 절대로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저는 고교시절 북한사람들은 남한엔 거지가 우글거린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는 것은 북한의 공적인 방송, 뉴스이지 북한사람들의 개인 생활, 생각, 느낌을 알 수는 없습니다.

정치색을 벗어난 북한사람들의 참모습을 볼 수는 없을까요? 전 여태껏 남한과 북한은 장단점이 있는 사회가 아니고 남한이 절대 우위에 있고 북한은 오로지 도와주어야 하고 한편으로는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남한과 북한은 서로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 다른 사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북한체제를 찬양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도 이제는 북한을 제대로 좀 알 수는 없을까요?

참 궁금합니다.
북한 사람들은 참 생활은 어떤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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