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터키 문화이야기4> 인간과 말이 함께 하는 지릿 오유느

등록 2000.10.20 00:37수정 2000.10.2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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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터키 문화이야기 네번째 이야기로 이번에는 에르주름 지방의 이색 스포츠 하나를 소개합니다.

이 스포츠는 과거에는 빈번하게 행해졌지만 이제는 전통결혼식이 치뤄지는 날이나 되어야 구경할 수 있는 쇠락한 전통놀이에 불과합니다. 그것은 바로 ‘지릿 오유느’라 불리는 마상 창경기입니다. 여기서 지릿이란 터키어로 창을 의미하며 오유느는 놀이라는 뜻이다.

오래 전부터 유목을 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터키 사람들의 생활은 전쟁기간이든 평화시든 말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터키 사람들이 얼마나 말을 사랑하고 존경하는지를 보여주는 많은 표현들이 있다. 아나톨리안의 전설에서 영웅은 그가 타던 말과 함께 거론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 말도 그 주인과 함께 전설이 된다.

투르크족은 Malazgirt전투 이후 아나톨리아 지방으로 들어왔는데 앞다리를 모두 들고 뒷다리로 땅을 지탱하며 울고 있는 말이 이때 승리의 상징이 되었다. 중세시기를 끝내는 이스탄불 정복의 상징도 바로 정복자 마흐멧이 말에 타고 있는 모습의 실루엣이다.

이러한 말에 대한 투르크 사람들의 사랑은 당연히 말과 함께 하는 스포츠를 만들게 되었다. 고대 술탄들은 그들의 유목여행 중 휴식을 위해 여행을 멈출 때 마다 말 등에 타는 경기를 열곤 했다. 첫번째 경주는 1605년에 서부에서 열렸다.

그러나 현재까지 알려져 있는 가장 오래된 경주는 1326년 Orhan Gazi 집권기에 아나톨리아에서 열린 경주다. Bursa를 침략한 후 Orhan Gazi는 경마와 기타 경기를 열수 있는 넓은 땅을 기부했다. 거기서 수세기 동안 말과 관련된 스포츠들이 열렸다.

지릿 오유느는 말을 타고 두 팀으로 나누어 경기를 한다는 면에서 영국의 폴로경기와 아주 비슷하다. 그러나 경기형태와 규칙은 아주 다르다. 이 경기는 오토만 제국 시대에 전통 경기였다. 도시와 마을의 사람들은 영웅주의와 용맹성의 상징인 이 경기를 열광적으로 지켜보곤 했다.

많은 도시들이 하나 이상의 경기장을 가지고 있다. 휴일이나 결혼식과 같은 특별한 날 열린 이 경기에서 각 팀들은 든든한 후원자들을 가지고 있다. 후원자들은 경기에 내기 돈을 걸고 즐겼다. 일반적으로 경기는 금요일 날 열렸다. 사람들은 경기가 열리기 전 며칠 동안 말들을 조심해서 다루고 갖가지 장식을 달아 보기 좋게 만든다. 아주 멋진 장신구를 달고 흥미를 유발할 수 있도록 꼬리에 형형색색의 천들을 달았다. 경기장이 질퍽하면 꼬리를 짧게 묶고 그렇지 않으면 길게 묶기도 했다.


경기방식 및 특징

경기의 규칙은 비교적 간단하다. 마술이 가장 중요하다. 적게는 6명 많게는 12명 정도의 말과 기수로 구성된 두 팀이 있다. 폴로경기에는 경기장에 나무로 만든 공이 있는 반면에 이 경기에는 아무 것도 없다. 이 경기는 오로지 지릿(citit)이라는 마른 떡갈나무로 만든 1미터 정도 길이의 막대기기를 가지고 한다. 기수들은 이 창을 손으로 잡고 다니는데 창의 끝은 무디게 만들거나 뾰족하게 할 수도 있다.


경기는 전후반으로 치뤄지며 각각 15분씩이다. 100미터 정도 거리에서 상대를 마주보며 각 팀은 자기 자리에 선다. 그리고 석회나 석탄가루로 두 팀 사이를 잇는 한 줄이 그어져 있다.

경기가 시작되면 한 쪽팀의 기수들이 말에 올라타 이 줄을 따라 상대팀쪽으로 달려가 지릿을 던지고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온다. 이 선수가 창을 던지고 나면 상대팀의 한 선수가 말에 올라 타 라인을 통과하지 않고 바로 그 선수에게 창을 던진다. 창을 던져 상대팀을 맞히지 못하면 그 팀을 점수를 얻을 수가 없다.

그리고 처음에 창을 던진 선수가 자기 팀으로 돌아가는 중에 상대팀이 던진 창을 공중에서 손으로 잡을 수가 있다. 이렇게 되면 아주 높은 점수를 얻게 된다. 그리고 한 선수가 그의 상대에게 아주 가까이 접근하게 되면 그는 지릿을 던지지 않고 그를 용서해 준다는 몸짓을 취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 그 선수는 지릿을 던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득점을 할 수가 있다.

지릿을 던진 선수는 재빨리 말을 타고 자기 팀으로 돌아와 합류해야 한다. 경기는 반격에 반격을 거치면서 점점 더 빨라진다. 갑자기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것이 바로 이 경기의 가장 심미적인 부분이다.

말들은 아주 오랫동안 잘 훈련되어져야 한다. 마찬가지로 말에서 떨어지지 않으면서 공중에서 지릿을 받고, 날아오는 상대방의 지릿을 날렵하게 피하고,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지릿을 줍기도 해야하는 기수 또한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지릿 경기에서 펼쳐지는 모든 몸 동작들이 의미가 있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창을 던져 맞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득점을 하게 되는 경우는 오직 이 지릿 경기에만 있는 특이한 점이다. 만약에 지릿이 기수가 아닌 말을 맞히게 되면 점수는 지워지게 된다. 이런 것들은 바로 보편화되어 있는 터키 사람들의 관대함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지릿 경기는 1950년대까지만 해도 터키의 모든 지역에서 행해졌으며 도시에서든 시골에서든 사람들을 아주 즐겁게 한 경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전통경기로 단지 쇼처럼만 행해지고 있다.

에르주름에 있는 사진의 경기장은 1970년대에 지어진 경기장이다. 단순히 콘크리트와 철골로 만든 구조이지만 터키의 70년대를 상상해 보면 당시로는 엄청난 경기장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후 경기 자체의 인기가 떨어지자 정기적인 유지보수가 이루어지지 않아 지금은 군데 군데 파손되어 보기가 흉하지만 방치된 상태다. 근대 터키 건국의 아버지라고 하는 아타튀르크도 이 경기를 장려했으나 그것도 그때 뿐이었다고 한다.

이 경기는 실제의 전쟁에서 쓰이던 마술(馬術)을 변형한 것이다. 그래서 무조건 상대방을 제압하는 식이 아니라 복잡한 규칙들이 있다. 기본적으로 이 경기는 점수 경기다.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방어할 때 선수가 보여주는 행동의 경우에 따라 점수가 부여된다. 간단하게 경기장과 경기 방식에 대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전체 경기장의 길이는 가로 120~140미터 세로40~50미터다. 축구장같이 하프라인이 있는 이 경기장에는 양쪽에는 가로로 5미터,10미터, 10미터, 세 개의 구역이 있다.

먼저 5미터의 구역(Alay Duragi)에는 각 편의 선수 7명이 서 있게 된다. 경기는 먼저 한쪽의 선수가 말을 타고 창을 들고 상대편쪽으로 달려가 첫번째 10미터 구역 (Atis Sahasi)안에서 상대방을 향해 창을 던져 서있는 선수를 맞히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때 창을 던지는 선수는 두 번째 10미터 구역(Yasak Alan)으로 들어가서는 안된다.

창을 던진 선수는 재빨리 자기 진영으로 도망가야 한다. 공격을 당한 팀의 한 선수가 도망가는 선수를 쫓아가 등뒤에서 창을 던지기 때문이다. 이 때 창을 던져 못맞히면 그도 바로 자기 진영으로 돌아와야 한다. 상대편의 선수가 창을 던진 것을 본 순간 바로 자신을 잡으려고 또 달려 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경기의 기본정신을 짐작케 하는 관용의 경우들이다. 상대방을 쫓아가 창을 던질 때 상대방이 자신에게서 너무 가까이 있으면 창을 던져서는 안된다. 이때는 ‘당신을 잡았으나 용서한다’는 시늉을 하고 상대를 보내 줘야 한다. 만약 창을 던지면 던진 이는 실점을 하게 된다.

이 때 상대를 잡았다고 할 수 있는 거리는 심판이 판단한다. 심판이 보고 있다가 선수가 그런 시늉을 하면 고함을 쳐 인정되었는지 아닌지를 알려 준다. 도망가는 선수를 쫓아가 상대편의 주로를 가로 막았을 경우도 창을 던져서는 안된다. 이런 경우에 창을 던지게 되면 던진 선수는 오히려 실점을 하게 된다.
기본적으로는 이런 형태의 경기고 각 경우에 따라 상이한 점수들이 부여되고 이 점수를 합산해서 팀의 승패를 가른다.

<득점의 경우>

1. 경기장 중앙에서 상대선수를 창으로 적중시켰을 경우(6점)
2. 5미터 구역(선수가 서있는 곳)에서 상대선수를 창으로 적중시켰을 경우(6점)
3. 상대 선수를 쫓아가 잡고 난 후 용서를 한 경우(3점)
4.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선수를 따라잡아 길을 막았을 경우(3점)
5. 서있다가 날아오는 지릿을 피해 말옆구리로 숨었을 경우(3점)
6. 창을 던지고 자기 진영으로 도망가다가 뒤쫓아오는 상대방이 던진 창을 잡았을 경우(3점)
7. 서있다가 날아오는 지릿을 잡았을 경우(1점)

<실점의 경우>

1.10미터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서 당대에게 지릿을 던졌을 경우(3점)
2. 말을 상대방 말에 고의로 부딪힐 경우(1점)
3. 지릿을 던져 말이 맞을 경우(3점)
4. 말을 탄 채 상대의 5미터 구역안으로 들어갔을 경우(1점)
5. 경기장 좌우라인을 벗어났을 경우(1점)
6. 투창지역(10미터) 밖에서 창을 던졌을 경우(1점)
7. 투창권리를 사용하지 않고 돌아오는 경우(1점)
8. 상대가 창을 던지는 동작이 끝나지 않거나 아직 시작하지 않았는데 자기 지역을 출발해 쫓아가는 경우(1점)

9. 낙마(3점)
10. 두 번째 낙마(6점)
11. 심판 허락 없이 말에서 내릴 경우(1점)
12. 금지구역에서 세 명 이상의 선수가 머무를 경우(1점)
13. 공격선수가 옆라인에서 경기에 뛰어 들 경우(1점)
14. 상대팀 지역으로 고의로 뛰어든 선수(1점)
15. 지릿을 투창지역에서 상대편이 아닌 땅을 향해 던진 경우(1점)
16. 지릿을 떨어뜨린 경우(1점)

아주 까다로운 규정이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심판이 있기 때문에 시비가 없이 공정하게 적용된다. 주목할 만한 것은 선수와 말이 다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규정들이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선수가 상대방 진영으로 달려가 창을 던질 때 '하베르오올'이라고 소리를 치는 데 이 뜻은 '형제여 내가 당신들을 공격하러 왔으니 어서 준비하시오'라는 뜻이라고 한다. 전투의 변형이지만 아주 신사적인 형태를 띄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씨름도 사실은 우리들이 꾸준한 관심과 애정을 쏟지 않았다면 지릿과 같은 운명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최근 보면 씨름의 열풍이 4,5년 전만 못하다는 인상을 많이 받는다. 그만큼 다양한 레저 스포츠가 생기고 다른 근대 스포츠들이 프로화되고 있어서 더욱 그런 경향을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고유의 한 민족이라면 그 민족만의 어떤 전통 스포츠 하나 정도는 유구히 지켜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의 드가가 제공합니다. '드가(박성호)의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방문하시면 다큐멘터리에 관한 풍부한 정보들을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http://myhome.shinbiro.com/~fhu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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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채널에서 교양다큐멘터리를 주로 연출했, 1998년부터 다큐멘터리 웹진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운영. 자연다큐멘터리 도시 매미에 대한 9년간의 관찰일기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16년 공개, 동명의 논픽션 생태동화(2004,사계절출판사)도 출간. 현재 모 방송사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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